‘준법감시실 설치' 감형된 부영 항소심…이재용 재판도 영향 미칠까?

  • 이중근 부영 회장 감형한 재판부, 이재용 파기환송심도 맡아

  • 특검 "준법위 도입이 양형 기준 중 어디에 해당하느냐”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대폭 감형을 받으면서 이재용 삼성 부회장의 재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동일한 이유로 이 부회장도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재판부도 같아 가능성은 더욱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 재판을 맡은 재판부가 횡령·배임를 받는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의 2심 선고에서 ‘준법감시실 설치’를 이유로 형을 줄였다. 부영 이 회장의 혐의가 삼성 이 부회장의 혐의와 유사한 만큼 '준법감시위원회'를 설치한 이 부회장에게도 유리한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제1형사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전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 이 회장에게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던 것보다 절반가량 형량이 줄었다.

실형이 선고되면서 보석이 취소돼 이 회장이 법정구속되기는 했지만 '준법감시실 설치'가 감형 사유가 됐다는 점에 세간의 시선이 집중됐다. 앞서 삼성그룹도 그룹 차원의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시키고 위원장에 김진형 전 대법관을, 위원에 봉욱 전 법무부 차관을 영입했다. 부영이 감형을 받았다면 삼성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규모나 영입인사만 감안하면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날 재판부는 "부영은 최대주주·최고경영진이 사적 이익을 추가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상대로 범행을 저지르는 것을 방지하고자 2018년 5월 준법감시실을 신설하고, 지난 1월에는 준법감시 강화를 위해 독자적으로 기업집단 준법감시 업무를 수행할 준법감시인을 외부에서 선임했다"며 "준법경영을 위해 노력한 것은 유리한 정상이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의 2심 재판에서는 1심에서 유죄로 선고된 일부 배임죄가 무죄로 인정됐지만, 다른 배임죄 혐의가 유죄로 판단돼 전체 범죄규모는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도 양형이 절반가량 준 데는 준법감시실 설치 외에는 다른 요인을 찾기 어렵다. 

이 부영 회장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삼성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도 맡고 있다.

이 회장에게 적용된 것이 그대로 적용되기만 한다면 이 부회장 역시 상당한 수준의 선처를 받을 공산이 커진다. 혐의가 비슷할 뿐만 아니라 이 부회장의 경우 이 회장과 달리 전과(처벌받은 전력)도 없기 때문이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에 따르면 50억원 이상 횡령은 법정형이 최소 징역 5년 이상이다. 집행유예는 3년 이하 징역에 대해 가능하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5년 실형을 선고받고, 2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석방됐다. 하지만 대법원에서 2심에서 인정한 코어스포츠 용역대금 36억원 외에도 말 3마리 구입금액인 34억원과 영재센터 지원금 16억원까지 뇌물로 인정하며 86억원으로 늘었다.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를 크게 만들었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겠다고 한 만큼 부영보다 더 긍정적으로 고려되지 않겠느냐"며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법조계 관계자들은 이를 두고 사실상 이 부회장의 집행유예를 위한 재판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소속인 김종보 변호사는 전날 서울 서초동에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삼성공화국의로의 회귀: 재판부와 검찰인사는 어떻게 이재용을 구할 것인가' 간담회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제시한 미국 연방 양형기준 제8장은 '개인'이 아닌 '기업'에 관한 내용이며, 이마저도 범행 당시 기업이 준법감시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경우에 한 해 적용된다"며 "재판부가 미국 양형기준을 거론하며 준법감시제도 도입을 요구하는 것은 '이재용 봐주기'로 의심받기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서초동의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이재용 회장의 혐의가 구조적 관행에서 이뤄진 것으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행동이 양형 참작 요소는 될 수 있지만 범죄 행위 자체에 비한다면 크게 중요치 않다”며 “양형기준을 보더라도 준법감시위원회 활용이 큰 비중이 있는 양형 요소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더구나 재판부에서 피고인에게 그런 부분을 양형에 고려하겠다고 한 것은 사실상 집행유예를 내리기 위해 판결문에 양형 요소로 써주겠다는 ‘힌트’를 주는 게 아닌가”라고 덧붙였다.

지난 9일 삼성은 그룹의 윤리 경영을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김지형 전 대법관을 위촉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기업 총수도 무서워할 감시제도가 작동했다면 범죄를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기업 내부 준법 감시제도’ 등을 주문한 데 따른 조치다.

그 다음 공판에서 재판부는 "실질적이고 실효적으로 운영돼야 양형 조건으로 고려될 수 있다"며 "준법감시제도가 제대로 시행되는지 엄격하고 철저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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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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