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전쟁 공포] ② 바닥 안보이는 유가…미국 셰일이 구원투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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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은숙 국제경제팀 팀장
입력 2020-03-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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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제가격 많이 드는 원유는 마이너스 유가로 거래될 수도

  • "유가 10달러 이하되면 사우디·러시아도 재고 처리 나서야"

  • 40년만에 셰일오일 감산 논의 유가 추가하락 막을 지 주목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난 19일(이하 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장 개입 의지를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20일 국제유가는 전날의 급반등이 무색하게 다시 10%나 급락했다.

일각에서는 과잉공급의 폭풍이 불어닥칠 경우 국제유가는 아예 마이너스까지 곤두박질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전 세계적으로 저장 공간마저 부족해지면서 일부 원유의 경우 돈 주고 팔아야 하는 극단적 상황까지 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가가 급락하자 미국은 감산을 고려하고 나섰다. 그러나 사우디와 러시아의 유가전쟁 긴장은 여전히 고조되고 있어 투자자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바닥도 반등도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도래한 것이다.

◆"국제유가 마이너스 돌입 불가능한 건 아냐"

증산과 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국제유가가 그야말로 바닥을 뚫을 기세다. 지난주 블룸버그는 "마이너스 유가가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됐다"고 지적했다.

캐나다 혹은 일부 셰일오일 생산지에서 유가가 마이너스 가격에 거래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시장에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6년에는 정제과정이 복잡한 고유황 원유가 마이너스 가격까지 내려가는 일이 일어났다. 미국 석유정제 회사인 플린트 힐스 리소시스는 고유황의 노스다코타산 사워오일 구입자에게 배럴당 50센트를 지불하겠다고 고시한 바 있다. 품질이 극도로 낮은 해당 원유의 경우 저장하기보다는 오히려 돈을 붙여서라도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그만큼 저장할 수 있는 수용 능력이 부족해진 탓이다. 

미즈호 증권의 폴 생키 이사는 투자보고서에서 미국 원유를 저장할 공간이 올해 중반에는 이미 부족할 수 있으며, 이렇게 되면 원유가격이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과거 미국 천연가스 시장에서도 파이프라인 부족으로 가스 가격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의 프랜시스코 블랜치(Francisco Blanch) 원자재 투자 전략가는 폭스비즈니스에 코로나19로 인한 수요 급감과 유가전쟁으로 2분기에만 원유재고가 9억 배럴로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능 재고 수용량은 15억 배럴에 불과하다.

블랜치 전략가는 “최악의 경우 만약에 과잉공급되는 원유생산량을 저장할 공간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국제유가는 10달러대로 하락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캐나다의 생산업자들의 상황이 매우 안 좋아질 것으로 보이며, 이라크, 베네수엘라, 나이지리아처럼 경제적으로 취약한 OPEC 산유국들의 경제가 붕괴할 수 있고, 다른 역외의 생산 주체들도 모두 적자 생산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나 러시아라고 할 지라고 유가가 10달러 이하로 떨어지면 원유재고를 한번에 처리하기 위해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미국 감산 고려···가격 영향 미칠지 주목 

사우디와 러시아는 이달 초 OPEC+ 정례회의에서 감산 합의가 결렬되자 오는 4월부터 일제히 증산을 예고했다. OPEC+의 양대 축이 증산으로 돌아서면서 유가 시장은 그야말로 카오스가 됐다. 사우디와 러시아의 기싸움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가 급락이 장기화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유가전쟁 개입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검토 중인 개입 방식은 사우디에 감산을 압박하고 러시아를 제재 위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쉽게 중재가 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의 지적이다. 둘다 아직은 벼랑 끝에서 물러설 것으로 보이는 신호가 잡히지 않기 때문이다. 치킨게임이 길어질수록 피해가 커지는 것은 미국 셰일 기업이다. 생산단가가 다른 산유국에 비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상황이 악화하자 미국이 감산에 나설 수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과 감산을 논의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21일 보도했다.

FT는 OPEC이 텍사스 주에너지 규제당국과 미국 셰일오일 생산업체들과 감산 논의를 하는 행보에 나섰다고 전했다.

지난 20일 모하메드 바킨도 OPEC 사무총장은 라이언 시튼 텍사스철도위원회(TRC) 위원과 감산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891년 설립된 텍사스철도위원회는 텍사스 석유와 천연가스 산업을 규제하는 기구다.

FT는 이 자리에서 시튼 위원장은 협상 카드 중 하나로 감산을 제안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미국이 셰일오일 감산에 합의할 경우 이는 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감산에 나서게 되는 것이다. 앞서 지난 2014년 유가 폭락 당시에도 바킨도 사무총장은 미국 셰일업체들을 만난 적이 있다.

앞서 지난 19일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TRC가 감산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원유시추업체 베이커휴즈가 발표한 지난주 미국 내 운영 중인 원유 채굴 장비 수는 664개로 전주보다 19개나 줄었다. 유가 폭락으로 인한 미국 업체들의 위기가 반영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유가 폭락으로 인한 셰일 업계 고충을 듣고 미국 전략비축유를 대규모로 사도록 지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에 따라 미국 에너지부는 19일 원유 3000만 배럴 매입에 돌입했으며, 앞으로 4700만 배럴을 더 사들일 예정이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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