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임대료 인하 불가 방침 '부동'…면세점 업계, 발만 '동동'

인천공항-면세업계, 세 차례 간담회…유의미한 지원책 無

코로나19 여파로 16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면세점이 한산하다.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개점휴업 중인 면세점 업계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임대료 인하 불가 방침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인천공항공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면세점 업계의 고충을 듣겠다며 세 차례 간담회를 열었지만 유의미한 지원책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도 인천공항 상업시설 임대료 3개월 납부 유예 방안을 내놨지만 "현재로선 턱없이 부족한 조치"라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일부 면세점 조기 철수 가능성마저 나오는 상황에서 인천공항공사가 전격적으로 한시적 임대료 인하 등 현실적인 지원안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23일 면세점 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공사는 최근 한달간 면세점 업계와 코로나19 관련 간담회를 세 차례 열었다. 인천공항공사는 지난달 20일 열린 입점 면세점 업체들과 첫 비공개 간담회에서 "정부 지침이 없어 돕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12일에는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한인규 호텔신라 TR부문장(사장), 손영식 신세계 디에프 대표 등 대기업 면세점 대표들이 구본환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만나 임대료 인하를 요청했다.

19일에는 구본환 사장과 면세점 7개사, 식음매장 7개사 등 14개 상업시설 대표들과 임원들이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구 사장은 입점 업체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있으며 실행 가능한 지원방안을 강구하고 정부와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지난달 20일부터 세 번이나 간담회를 가졌지만 구체적인 지침이나 실질적인 방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며 "공항 측에서는 원론적인 얘기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인천공항 면세점들, 매출 2배 임대료로

정부는 코로나19 관련 항공업계 추가 지원방안을 내놨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8일 공항 내 상업시설 여객·매출 감소 등을 고려해 이달부터 3개월간 임대료 납부 유예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에 대해 3월부터 6개월간 임대료 25%를 감면해 주기로 했다. 하지만 이 임대료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곳은 7개 면세점 중 그랜드관광호텔과 시티플러스뿐이다. 지난해 전체 공항 면세점 임대료는 총 1조761억원으로, 대기업 임대료가 전체 수익의 91.5%인 9846억원을 차지한다. 이 중 시티플러스와 그랜드면세점 임대료는 총 3.1%인 338억원에 불과하다.

인천공항 면세점은 한달 매출이 평소 2000억원, 임대료 800억원 수준이었지만 3월 들어 상황이 안 좋아졌다. 업계는 인천공항 면세점의 이달 매출이 400억원으로 약 80%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매출액의 2배를 임대료로 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3월 매출은 평소보다 70~80%가량 쪼그라들었다"며 "인건비, 판촉비 등 모든 비용을 뺐을 때 임대료가 더 큰 날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18일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주요 경제주체 초청 원탁회의'에서 "공항 내 면세점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대폭 인하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요청했다.

임대료 책정 방식을 고정 임대료가 아닌 매출 규모와 연동되는 영업요율 방식으로 변경해 달라는 요구도 있다. 인천공항 중소중견기업연합회는 19일 인천공항공사에 중소·중견기업 면세점 지원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연합회는 최대 6개월간 영업요율로 임대료를 책정하는 등 임대료 인하나 휴업 시 임대료 면제를 요구했다.

업계 관계자는 "엔타스듀티프리·SM면세점 등 중견기업들은 임대료 감면 혜택을 못 받는 상황이며, 대기업 매출이 80%가 떨어졌으면 중견기업의 타격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며 "심할 경우 자진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다소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