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시 영등포구 켄싱턴호텔에서 열린 ‘2020 아주경제 상반기 부동산 입법포럼: 바람직한 가로주택정비사업 보완입법 방향’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런 취지로 발언했다.
전문가 발언 요지는 △불합리한 현행법 재정비 시급 △공공성 확보 시 민간참여 보장 및 사업성 제고 △난개발 우려 등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전문가들은 우선, 발제자인 김은유 법무법인 강산 대표변호사가 지적한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소규모주택정비법)'상 허점에 공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소규모주택정비법에는 1만㎡ 미만의 사업지를 대상으로 한 가로주택정비사업과 소규모재건축사업, 자율주택정비사업에 필요한 규칙이 담겨있다.
현행법상 보완이 필요한 점으로 지적된 사안은 △경미한 사업계획 변경 시 절차 신설 △사업성 개선을 위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면제 △조합설립 시 서면 또는 대리인 위임 허가 △정보공개 투명화 등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비딱한 얘기로 시작해야 할 듯하다”며 "지난 2018년 2월에 발의돼 지난해 2월에 시행됐는데, 그동안 뭘 했기에 법이 이 정도로 정비가 안 된 상태에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운을 뗐다.
도시정비법에서 파생된 현행 소규모주택정비법에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 필요한 기본적인 규정이 빠져있다는 판단에서 나온 발언이다.
예를 들면 '경미한 설계 변경' 절차 조문이 빠져있거나, 정보공개 위반 처벌규정이 잘못 쓰여있고 조합설립 동의 중에서 서면 또는 대리인 방식이 불가능한 식이기 때문이다.
발제자인 김은유 변호사는 "사업을 추진하려고 토지 등 소유자 회의를 할 때 과연 서면 결의가 가능한지 대리인 참석이 가능한지 이런 논란이 벌어진다"며 "국토부는 명확하지 않은 규정에 대해 원론적인 답변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종권 서울대 법학연구소 선임연구원도 "법에 모든 걸 담긴 어렵고, 모든 걸 정확히 반영하는 순간 법에 의한 지도를 넘어서게 된다"면서도 "다만 오늘 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여럿 지적된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존 법(도시정비법)의 조문을 합치는 과정에서 실수가 발생한 것 같다"며 "조합설립 시 서면이나 대리인 동의를 인정하지 않거나 경미한 사업변경 소요가 있을 때마다 관리처분계획을 다시 세워야 하는 문제 등은 조속히 수정돼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사업성 제고 차원에서 임대주택 확충 등 공공요건을 충족할 경우 민간사업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점도 거론됐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성 요건을 충족하는 가로주택정비 사업에 공기업이 의무적으로 참여하게 돼 있는데, 이걸 꼭 공기업만 참여하게 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요건을 갖춘 민간기업의 참여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시뮬레이션을 보면 서울 가로주택 개발 대상지가 2000곳이 넘는데, 현실적으로 공기업들이 거기에 다 들어갈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민간사업자가 들어갈 수 있게 해서 민간시장이 활로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공공성 요건으로는 △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기업의 공동 시행자 참여 △일반분양 가격은 공기업이 결정하는 확정지분제 도입 △시세보다 저렴한 분양주택과 공공임대주택10% 공급 △지구단위계획 수립·도시계획위원회(도계위) 심의 의무화 등이다.
김성환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도 ”사업에 임대주택을 20% 이상 넣게 되면 사업성은 당연히 하락할 수밖에 없다"며 “공공성 요건을 충족할 경우 분양가상한제를 면제해주기로 했지만, 공공사업자 역시 저렴하게 분양가를 책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업규모가 커지면 얻을 수 있는 여러 장점이 있다"며 ”인근 가로주택 구역 등 인접 구역을 포함해 통합개발할 수 있도록 제도가 개선되면 규모의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소규모 노후주택지구를 재단장하는 가로주택정비 또는 소규모 재건축사업이 난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큰 땅을 통합 개발하는 대규모 정비사업과 달리 기반시설 확충 또는 도시 계획적 고민 없이 '나홀로 건축물'이 난립할 수 있어서다.
이영성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과거 1990년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시행했을 때 규제를 과도하게 완화하다 보니 장기적으로는 주거환경이 개선되지 않고 오히려 악화한 경험이 있다"며 "사업성 개선은 주민들의 주거수준 향상에 보탬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 지역에서 소규모 개발사업이 얼마나, 언제 이뤄질지 모르고 저층 주택가에 일정 구역에만 높은 건축물이 들어서면 주변 일조권이 침해받는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또 소규모정비사업 특성상 대규모 재건축·재개발과 달리 인프라 시설을 확충할 의무가 없기에 인구가 늘어도 학교나 공원, 도로는 그대로 이용해야 하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이 교수는 "일조권이나 동별 간격 등은 처음에 신축됐을 때 느끼기 어렵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지역에 타격을 주게 된다"며 "이런 주민 기본권을 지키면서 사업성을 높일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석 입법조사처 조사관도 "소규모 주택정비 사업의 관건은 기반시설의 부담을 누가 안고 가느냐"라며 “누군가는 기반시설 부담을 져야 하는데 공적 부담이 이뤄지지 않으면 소규모 기반시설 사업은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장 조사관은 "앞서 포럼에서 제안된 가로주택 사업 투명성 강화 등 이날 나온 여러 지적사항들은 국민이 원하기 때문에 무리 없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