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폭락 덕 보나 했더니…해운업계, 물동량 부족에 ‘활로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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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선 기자
입력 2020-04-06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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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 하락시 값싼 원유 수요 늘지만, 코로나19로 물동량 급감

  • 해운업계 위기감 고조 "코로나19 타격 길게는 1년 갈 것"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 먹구름이 국내 해운업계 활로를 어둡게 하고 있다.

산유국 간 힘겨루기에 따른 국제유가 하락은 호재로 기대됐지만, 원유 수요가 줄면서 선박 운용이 줄어든 점은 악재다. 자연스레 물동량이 줄어들면서 그에 따른 운임 하락도 이어지고 있다. 업계는 올해 1분기뿐만 아니라 2분기 실적도 장담할 수 없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제유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3일 기준 한국으로 수입되는 원유의 기준인 두바이유 가격은 배럴당 22.4달러로 전주보다 3.5달러 하락했다.

1월에 배럴당 64.3달러였던 두바이유 가격은 3월 셋째 주 30달러선이 무너졌고 이번 주 22달러 선까지 떨어졌다. 국제유가는 지난 2일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와 사우디의 감산 예상 트위터 글을 올린 뒤 폭등하기도 했지만, 트럼프의 주장이 당장은 현실성이 없다는 평가가 나오며 상승 폭이 줄어들었다. 오는 6일 OPEC+가 원유 가격 안정 화상회의를 열어 감산 합의를 도출할지가 주목되는 이유다.
 

[팬오션 컨테이너선 사진=팬오션 제공]


국제유가가 이처럼 요동치면서 해운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통 유가가 떨어지면 값싼 원유를 사들이기 위해 물동량이 늘어난다.

하지만 이번 유가 하락 상황은 글로벌 원유 수요 하락에서 비롯된 만큼 물동량이 드라마틱하게 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미운항 선박이 늘면서 운임 하락세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20일 기준 중동-중국 항로 탱커 운임지수(WS:WORLDSCALE)는 112.50포인트를 기록하며 하락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달 11일 150포인트를 넘어서며 급등세를 보이다 다시 하락세에 접어든 것.

해양수산부가 지난달 23일 발표한 ‘2020년 1~2월 수출입 컨테이너물동량 현황’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전국 무역항의 수출입물동량은 전년 대비 4.3% 감소했다. 중국 수출입물동량은 그보다 더 큰 하락 폭인 5.3%를 기록했다.

컨테이너 물동량의 경우, 전국 무역항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0.23% 감소했고 중국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대비 3.3% 감소했다.

물동량 감소와 운임하락은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이 지난달 17일부터 20일까지 한국선주협회 등록회원사 144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 지난 3월 매출이 작년 같은 달에 비해 27.4% 줄어들었다. 부문별로는 컨테이너선 부문이 20.8%, 건화물선 부문이 22.6%, 유조선 부문이 29.0% 각각 감소했다.

코로나19가 해운기업의 매출 및 물동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78%(나쁨 39%, 심각 23%, 매우심각 16%)가 나쁨 또는 그 이상이라고 응답했다. 해운기업들은 코로나19의 충격 해소까지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선주협회 소속 회원사 코로나19 영향 설문조사 결과발표 그래프 [사진=한국해양수산개발원 제공]


일각에선 유가 하락에 따른 연료비 절감 가능성 기대감도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선박 운용 자체가 적고 운임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큰 효과는 없을 것이란 게 중론이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물동량 회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 “진정 국면인 중국에서 생산이 회복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나 유럽과 미주지역 확산세가 심상치 않아 2분기 실적 악화는 불 보듯 뻔하다”고 전했다.

이에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 등 경영자금 지원이 따라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KMI 설문조사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가장 필요한 지원방안으로 기업 10곳 중 6곳은 ‘유동성 지원 등 경영자금 지원’(67%)을 꼽았다. 이어 ‘대출금리 인하’(14%), ‘국적화물 적취율 제고 지원’(11%), ‘세제지원’(3%)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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