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국내 연구진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트럼프의 승리를 미리 예측했다. 당시 대다수 미국 주요 언론은 기존 여론조사 방식으로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점쳤던 것과 대비된다. 우종필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대선 직전 1년 동안 구글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검색률 측면에서 힐러리 후보가 단 한 번도 트럼프 후보를 이겨본 적이 없다는 것에 주목했다. 우 교수는 선거 1주일 전 트럼프의 당선을 예측하는 글을 인터넷 상에 게재했다.
빅데이터의 예측력이 이렇게 정확하다 보니 이를 선점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남보다 먼저 더 많은 자료를 확보해 분석하는 것이 결국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수많은 기업들은 빅데이터 활용이 초일류로 가는 사다리를 제공해줄 것이라고 믿는 눈치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Jeff Bezos)는 "우리는 절대로 데이터를 내다버리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빅데이터를 이용한 정보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을 입증해주는 사례다.
문제는 빅데이터가 사회통제의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하기도 전에 이미 현실이 먼저 성큼 다가왔다. 2013년 미 중앙정보국(CIA) 직원이었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 국가안보국(NAS)이 전 세계에 걸쳐 개인 이메일과 사진, 영상, 통화기록, 인터넷 접속 기록 등을 순식간에 파악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폭로했다.
지난해 말 프랑스 정부는 정당한 세금징수를 목적으로 개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샅샅이 훑는 정책을 3년간 실험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프랑스 당국은 어디까지나 탈세자를 적발하겠다는 목적이라고 밝혔으나, 국가의 사생활 침해가 아닌지 논란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정부는 2017년 '주택임대차정보시스템(RHMS)'을 도입해 이미 3억3014만건의 개인정보를 수집해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해당 시스템 개발 당시 국토부는 임대차시장 정책 수립에 필요한 객관적 통계자료 생산을 목적으로 개인정보 수집을 허가 받았다. 그러나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한 이후 그동안 수집했던 정보를 과세나 처벌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영국의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l)의 소설 '1984' 속 디스토피아(dystopia·반이상향)와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1984는 가상의 전체주의 국가 오세아니아를 통해 국가가 개인을 철저하게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사회의 폐해를 묘사했다. 독재자인 '빅브러더'가 전국적인 감시체제를 통해 모든 정보를 독점한 오세아니아 사회를 통해 개인의 자유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울러 국가의 지나친 통제가 얼마나 문제가 될 수 있는지를 지적했다.
조지 오웰뿐 아니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그의 저서 '감시와 처벌'을 통해 군중이 한명의 권력자를 우러러보는 '스펙터클의 사회'에서 한명의 권력자가 다수를 감시하는 '규율 사회'로 변화할 것이라고 예언했다. 오웰과 푸코는 권력자가 할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을 할지 정확히 예측한 것이다.
지난 1월 우리나라 국회는 개인정보의 활용에 방점을 둔 데이터3법을 통과시켰다. 그리고 데이터 활용의 기준이 되는 정보(가명정보)의 처리 기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쯤에서 과연 데이터의 수집과 이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물론 법안 통과 이전처럼 개인정보 활용을 무조건 제한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국가나 대규모 기업 등 특정 집단이 데이터를 활용해 우리의 생각을 파악하고 통제하려는 것이 과연 소설 속의 허무맹랑한 이야기에 그칠지는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데이터3법이 빅브러더를 탄생시킨 토양이 됐다는 미래의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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