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선 지급·후 기부’라는 중재안을 제시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여야의 논의가 계속 답보 상태에 머무르자, 직접 나선 것이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1~5차 비상경제회의와 공식 석상에서 정책의 속도를 계속 강조해왔다. 여기에 총선 압승 후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높은 긍정 여론도 청와대의 ‘강공 드라이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통합당도 총선 국면에서 ‘전(全) 국민 지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대놓고 반대하기는 어렵다는 점도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춘추관 브리핑에서 오는 29일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이 통과될 것을 전제로 재난지원금 지급 로드맵을 상세하게 공개했다.
5월 초부터 270만 가구 취약계층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지급, ‘4인 가구 기준 가구당 100만원 지급’ 기준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1차 지급 대상은 기초생활수급자,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수급자로 270만 가구가 해당된다. 정부가 이들에 대한 통장 계좌번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 신청 절차 없이 5월 4일 현금으로 지급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2차 지급 대상은 1차 대상을 제외한 1900만 가구다. 5월 11일부터 신청을 받아 13일부터 지급할 예정이다. 1차 지급 대상과 달리 2차 대상에게는 현금, 카드, 상품권, 소비쿠폰 등 4가지 방식이 혼용될 것으로 보인다.
별도 신청 사이트가 개설되면 자신에게 편리한 방법을 선택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부를 희망하는 사람은 신청 사이트를 통해 의사 표시를 할 수 있게 된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기부 방식과 관련해 “지원금 중 일부만 기부하거나, 지원금 이상으로 기부하는 것도 다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렇게 되면 고소득층에게 추가적인 기부도 가능해진다는 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정부는 자발적 기부 형태로 반환된 재난지원금을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문제 대응 예산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당청의 주장을 반대하던 기획재정부도 이날 2차 추경안 계획을 구체화하며 정치권의 논의를 재촉했다. 구윤철 기재부 2차관은 통합당 소속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찾아 2차 추경안 규모를 기존 7조6000억원에서 11조2000억원으로 증액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추가 재원은 약 3조6000억원의 국채를 발행해 조달한다.
통합당은 이에 대해 “절차대로 처리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구 차관에게 “‘지방비 분담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장 동의’ ‘기부금 관련 특별법안’ 등을 가져오면 예산안 심사에 착수하겠다”고 했다. 국채 발행을 전제로 한 정부의 예산계획서도 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한 김종인 전 총괄 선대위원장은 “전 국민 지급에 대해 여당이 약속했으니 지급해야 한다”면서 “야당이라고 꼭 반대할 이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당내 온도차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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