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행범 체포시 임의제출된 몰카범의 휴대전화… "정당한 증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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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근 기자
입력 2020-04-26 1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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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이 현행범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영장없이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된 것이라고 해도 증거능력이 무조건 부인되는 것은 아니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6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휴대전화 임의성 여부에 대해 심리하지 않은 채 변론을 종결했다”며 “임의성에 대해 증명할 필요를 느끼지 못하는 검사에게 증명을 촉구하는 방법으로 더 심리를 해봤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압수물 혹은 임의제출물에 문제가 있다고 해도 재판과정에서 증거능력에 대해 충분한 심리해 결론을 내려야지 심리가 끝난 뒤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거능력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다. 

박씨는 2018년 5월 한 지하철 출구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로 자신의 앞에 서 있던 피해자 A씨의 치마 속을 몰래 찍다가 들키자 도망치려고 했지만 경찰에 의해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검찰은 추가 수사를 통해 A씨를 포함한 피해자 5명의 신체 일부 등을 몰래 찍은 혐의로 박씨를 재판에 넘겼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이 들킨 후 도망가려고 했고 이미 강간치상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적이 있다”며 징역 1년 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을 명령했다.

그러나 2심은 직권으로 경찰이 박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할 때 임의제출 방식으로 압수한 휴대전화와 그 안에 저장된 사진들의 증거능력을 문제 삼았다. 현행범 체포 현장에서 확보된 것이라고 해도 영장 없는 압수는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자수현장과 같은 특별한 장소가 아닌, 일반적인 현행범 체포현장에서 자신의 죄책을 증명하는 물건을 스스로 제출할 의사가 피의자에게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민의 관념에 어긋나 사법 신뢰를 잃기 쉽다"고 밝혔다.

이어 "설령, 피체포자의 임의제출 진술이 있다거나 사후적으로 임의제출서가 제출됐더라도 구속영장 내지 추가 압수·수색 영장 청구 권한이 있는 우월적 지위의 수사기관 영향에 의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통상 형사사건의 증거물의 경우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된 것이라고 해도 사후에 영장을 청구하는 등 정식절차를 거치고 있다. 

박씨의 휴대전화 역시 체포현장에서 임의제출 형식으로 확보됐지만, 48시간 이내 사후영장을 발부받지 않았다. 원심은 바로 이 점 때문에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그 밖에는 유죄의 증거가 없기 때문에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판결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현행범 체포현장이나 범죄 현장에서 임의제출 받은 물건은 영장 없이 압수하는 것이 허용되며, 이 경우 수사기관은 별도 사후 영장을 받을 필요가 없다”며 기존의 판례를 다시 확인하면서 변호인 측이 휴대전화 제출의 임의성 여부를 다투지 않았음에도, 2심이 직권으로 그 임의성을 부정하는 판단을 내린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사진=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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