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드캐릭터, 인도를 겨냥하다
지난해 말 신용보증기금(신보)에서 캐릭터 스타트업 ‘유니드캐릭터’에 7억원을 직접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신보는 육성플랫폼 ‘스타트업 네스트(Start-up NEST)’를 6기까지 운영하면서 총 460개 기업을 발굴했다. 이 과정에서 1296억원을 보증으로 지원했지만, 직접투자는 89억원에 그칠 정도로 보수적이다. 유니드캐릭터가 인구 14억 명의 인도시장을 개척하는 기업이 아니었다면 쉽지 않았던 투자였다. 송민수 유니드캐릭터 대표는 “인도는 아직도 아이를 2~3명씩 낳고 있고, 0~7세 아이는 2억 명에 달한다. 2~3년 내 중국 인구도 역전할 것으로 보이는데, 인도만큼 키즈사업에 유리한 나라도 없다”고 말한다. 인도 국민 스포츠인 크리켓과 코끼리를 모티브로 만든 ‘크리켓팡’을 들고 인도 캐릭터 시장에 도전하는 송 대표를 판교 사무실에서 만났다.
- 유니드캐릭터는 어떤 스타트업인가
- 캐릭터 사업은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나
브랜드 사업과 비슷하다. 엔터테인먼트 사업이라고 하면 아이돌을 육성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마케팅을 잘 해야 한다. 애니메이션은 그 자체로 돈을 번다기보다 캐릭터를 알리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 애니메이션을 TV와 OTT 채널 등에 송출해 인지도를 쌓으면 이후에 캐릭터 라이센싱 사업을 할 수 있다. 현재 인도의 미디어 채널, 교육회사 등과 제휴하고 있다.
- 한국기업 최초로 인도 캐릭터 시장에 도전하고 있다. 왜 인도 시장에 주목했나
2017년에 창업을 했는데, 처음부터 해외를 타깃으로 했다. 일단 국내에는 뽀로로 등 쟁쟁한 캐릭터가 많았다. 미국은 디즈니와 픽사의 벽이 높았고, 영국에서는 여전히 토마스 기차와 해리포터가 자리 잡고 있었다. 일본, 중국도 기존 IP가 강했다. 한창 고민하던 차에 인도 캐릭터 관련 행사에서 초청장이 왔고, 500만원의 부스비를 내고 넘어갔다. 한국 회사 중에는 처음이었다.
인도는 캐릭터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았지만, 유튜브 조회수가 세계 1~2위로 집계되는 나라다. 세계 5대 유튜브 채널도 인도에서 나왔다. 젊은 인구가 많고, 아직도 아기를 2~3명씩 낳는다. 0~7세 인구가 2억 명이고, 연간 신생아 수는 2500만 명에 달한다. 중국과는 인구 차이가 5000만 명 정도 나는데, 2~3년 내 뒤집힐 것이라고 본다.
- 크리켓과 코끼리를 모티브로 캐릭터를 만들었다
기존에 보유하던 캐릭터가 1~2개 있었지만, 인도에 가는 김에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를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카레로 표현하려고 시도했는데, 어려웠다. 우연히 크리켓 프로선수 사진을 봤고, 그 순간 느낌이 번개처럼 왔다. 인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모티브로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캐릭터 동물도 처음에 소를 생각했지만, 비주얼이 안 예뻐서 코끼리를 골랐다.
코끼리가 크리켓을 즐기는 모습을 그려서 일주일간 컬러 작업을 하고, 한 달 만에 크리켓팡을 만들었다. 고민하는 시간이 길다고 해서 캐릭터가 나오는 건 아니다.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 (영감을 줬던 크리켓 프로선수) 사진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
- 인도 현지 반응은 어땠나
행사장에 컬러 배너 5장 들고 혼자서 출국했다. 뭄바이 공항에 새벽 1시에 도착했다. 혼자서 택시 타고 호텔로 가서 다음날 행사를 준비 했다. 통역은 현지에서 유학생을 고용했다. 우리가 만든 기존 캐릭터와 크리켓팡을 포함해 총 3개를 가져갔는데, 방문객 99%가 크리켓팡을 찾았다.
현지에서 이 캐릭터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고, 당시로서는 계획도 없었는데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있다고 답했다. 이듬해 방영할 거라고 말하자 함께 사업하자는 제의를 많이 줬다. 인도 최대 테마파크인 이메지카 사장도 와서 함께 일하자고 했다. 여기에 인도 최대 규모 교육회사와 캐릭터를 활용하는 방안을 이야기 하는 중이다.
- 인도 내 경쟁 캐릭터는 없나
‘초타빔’이라고 인도에서 유명한 캐릭터가 있다. 10년 째 이 캐릭터가 1등인데, 오히려 이런 상황을 보면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졌다. 크리켓팡은 그동안 인도 캐릭터가 보유하지 못한 깔끔한 디자인을 제공하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스토리와 코끼리, 크리켓을 담았다. 크리켓팡이 인도의 국민 캐릭터가 되는 것이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인도에서는 디즈니도 생각보다 맥을 못 춘다. 인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포인트를 잡지 못한 것 같다. 단순히 영어 더빙만 해서 통하는 시장이 아니라는 방증이다. 인도에서는 크리켓 배트를 아기 돌 선물로 주는 문화가 있다. 우리는 크리켓이 강력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 뽀로로 캐릭터로 유명한 아이코닉스 출신이다
운 좋게 아이코닉스에서 캐릭터 비즈니스를 배웠다. 8년 동안 근무하면서 뽀로로 최전성기를 경험했고, 키즈 카페 등을 통해 공간 비즈니스도 지켜봤다. 뽀로로 캐릭터가 들어가면 교육용 낱말카드, 음료도 스테디셀러가 됐다.
라이센싱 비즈니스는 다른 기업이 로열티를 내면서 우리 캐릭터를 사용한다. 그쪽에서 우리 캐릭터가 들어간 제품을 홍보해서 팔면, 캐릭터 인지도 또한 함께 올라가는 ‘윈윈 모델’이다. IP를 가진 입장에서 한 번 터지면 기하급수적으로 수익이 증가할 수 있는 무서운 산업이다.
- 캐릭터는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나
기본적인 과정은 기획 단계에서 세계관을 잡고, 캐릭터 디자인을 한다. 또, 시나리오 작업과 스토리보드, 콘티를 만들고 배경과 집, 소품 등을 디자인한다. 이후 애니메이팅(정지된 그림을 연결해 움직임을 만드는 과정)과 사운드, 더빙, 효과음을 넣고, 마지막 편집의 과정을 거친다. 애니메이션은 앞 단 작업이 해결 안 되면 전체가 홀딩이다. 톱니바퀴 돌아가듯 모든 과정이 맞아 떨어져야 하는 종합 예술이다.
- 엔젤 투자에 이어 신보에서 7억원을 투자받았다
넥스트드림엔젤클럽은 전문가들이 모여 있어서 그런지 IR에서 질문이 날카롭다. 넥드림에서 통과하면 다음 라운드는 부드럽게 간다. 신보에서도 직접 투자는 많이 하지 않는데, 7억원을 받았다. 우리 애니메이션이 인도 현지 방송에 걸리면 투자하겠다는 분들이 많다. 에이전트를 통해 인도 메이저 방송사, 대형 교육회사 등과 제휴 및 공동사업을 위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 원래 창업을 꿈꿔왔나
아이코닉스에 다니다가 에버랜드에서 3년 정도 일했다. 테마파크 콘텐츠 비즈니스를 담당했는데, 그 일도 재밌었지만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다른 회사로 이직하자니 나이도 있고, 내 사업을 해보자고 결심했다.
제가 이제 50살이다. 스타트업 지원사업에 참가해 보면 나이가 제일 많다. 이 나이가 되니 기회가 별로 없고, 돈도 많지 않았다. 그렇다고 회사 임원 자리가 보장돼 있는 것도 아니었다. 여기서 뒤로 가면 대안이 없다 보니 절박함으로 불살랐고, 여기까지 왔다.
- 향후 계획은
지금은 애니메이션 잘 만들어서 미디어에 광범위하게 노출해야 하는 미션을 갖고 있다. 여름이 되면 윤곽이 드러날 거다. 8월부터 영상이 나오기 시작하고, 올 11월에 인도에서 방송을 시작하는 스케줄이다. 우리나라 캐릭터가 인도 시장에 진출하는 건 처음이라 사명감도 있다.
K팝이 전 세계로 진출하듯이 K캐릭터가 자리 잡으면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뽀로로도 시즌이 이어지면서 터진 캐릭터다. 크리켓팡 시즌1 제작을 마무리하면 바로 시즌2 시나리오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인도시장에서 인지도를 쌓아 강력한 키즈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유니드캐릭터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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