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다음 달부터 금지될 처지에 놓였던 '1+1' 등 묶음 할인 판매가 정상 판매될 수 있게 됐다. 생활폐기물의 35%를 차지하는 포장 폐기물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재포장 금지 제도가 유통업계를 옥조일 수 있다는 논란이 불거지자 정부가 정책 정비에 나섰기 때문이다. 정부는 유통업계의 목소리를 청취해 개선안을 조율, 묶음 할인 판매가 가능한 재포장 금지제도를 내년 1월부터 본격 시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시행을 코앞에 둔 상황에 정책을 재검토하는 것을 놓고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는 없게 됐다.
환경부는 제품의 포장 재질·방법에 관한 기준에 관한 규칙(재포장 금지제도)의 세부지침을 관련 업계와의 논의 등을 통해 내년 1월부터 본격 집행한다고 22일 밝혔다. 보완된 세부지침과 그동안 쟁점이 되었던 사항을 모두 논의 선상에 올려, 7~9월 중 제조사·유통사·시민사회·소비자‧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협의체'에서 의견을 수렴한다. 이후 관련 업계는 새로운 제도에 적응할 수 있도록 10~12월 적응 기간을 거친다. 이 기간에 소비자 여론조사와 제조사·유통사 등 관련 업계의 현장 적용 가능성도 함께 평가한다. 현장 적응 기간에 문제점이 나타나면 제도 수정이나 보완에 반영된다.
앞서 지난해 1월 해당 규정이 입법 예고된 뒤 10여 차례 업계와의 간담회를 진행, 지난 1월 개정됐다. 지난 18일 환경부는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1+1' 판촉을 위한 단위제품을 묶어 포장하는 재포장과 관련 금지 내용을 설명하기도 했다. 다만, 할인 묶음 판매를 환경부가 규제하는 것으로 유통업계가 인식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유통업계에서는 정부가 환경 규제를 통해 판촉 경쟁 자체를 벌이지 못하게 하는 등 가격 규제까지 나섰다면서 반발한 상황이다.
환경부는 "기업이 소비자를 위한 할인 판촉행위 그 자체가 가격 할인 행위 자체를 규제하는 게 아니다"며 "기획상품을 판촉하면서 상품 전체를 비닐 등 다시 포장하는 등 불필요한 포장 행위만 금지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재포장이 금지되는 제품은 낱개를 여러 개 가져가거나 띠지 등 다른 방법으로 묶어 가격할인 판촉을 하면 된다"며 "'1+1' 등 안내 문구를 통해 판촉하거나 음료 입구를 고리로 연결하는 것, 띠지나 십자 형태의 묶음으로 판매하는 것 등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장에서의 이런 논란이 불거질 것을 예상하지 않고 당장 다음 달부터 제도 시행에 나서려다 재검토 결정을 내린 환경부를 향한 유통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소비 시장이 위축된 상황에서 환경 문제만 고려할 뿐 시장의 혼란까지 미처 따져보지 못한 정부의 '탁상행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민간경제연구소 한 연구원은 "정부 정책이 각 부처별로 자신들의 전문 분야에 대한 시각에서 마련되다보니 이런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라며 "공직 사회가 얼마나 경직돼 있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며 국민 생활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를 공무원들이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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