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 풀린 유동성, 부메랑 되나] 전문가들 "유동성 완화 일시적인 처방에 불과"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임애신 기자
입력 2020-06-29 00:1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유동성 과잉, 자산시장 유입 가능성 크다"

  • "정책 효과 보려면 필요한 곳에 집중 지원해야"

  • 유동성 확대 정책 대신 양적완화 대안으로 제시

부작용 없는 정책은 없다. 관건은 현재의 위기에 해당 정책이 적합하냐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유동성 확대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돈만 쏟아붓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무엇보다 옥석 가리기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유동성이 필요한 곳에 공급되지 않으면 국가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유동성은 펀더멘털(경제 기초체력) 개선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고 일시적인 실업, 기업 파산 등의 고통을 이연한다"면서 "그 시간 동안에 자체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임금 및 구조조정 등을 통해서 대책을 세워서 위기를 넘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동성 공급은 감기에 걸렸을 때 먹는 해열제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몸이 바이러스를 스스로 치유하는 동안 약 덕분에 고통을 덜 느끼는 것처럼, 유동성 공급도 경제 위기 때 활용하는 일시적 처방인 셈이다.

시중에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 자산시장이 급등한다. 당장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그렇다. 유동성이 필요한 곳으로 가지 않아 실물경기와 괴리가 발생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이유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유동성이 필요한 곳으로 가지 않고 배회하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부채는 쌓이고 있다"라며 "대출을 막아도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기업 구조조정 역시 잘 이뤄지고 있지 않아 나중에 안개가 걷히면 어떤 모습일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도 "유동성 확대 정책으로 부동산 등의 자산가치가 높아지지만 화폐가치는 떨어지는 효과가 있다"면서 "금리를 낮추는 정책은 내릴 수 있는 하한이 있어서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리 인하가 소비 진작과 기업의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자율이 0% 가까이 되면 이미 도산해야 할 기업이 망하지 않고 좀비처럼 남아 있다"면서 "이는 경기 선순환을 막는 요인이 되고 이로 인한 부작용은 생산성·효율성 악화를 야기하고, 장기적으로 성장률 감소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양준모 교수는 "실물경제와 자산시장이 괴리돼서 유동성 장세를 펼치고 있는데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빠져나가면 외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고, 주식시장 급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또 유동성이 줄어들면 물가가 상승해 국민이 고통받을 수 있다"면서 "물가 상승으로 인한 경쟁력 상실은 수출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코로나19로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상대적으로 여유가 없는 기업에 유동성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인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개인과 기업의 활동이 위축되고 경제 생태계 연결망이 끊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리게 됐다"며 "가계와 어려운 기업에 직접적으로 지원해서 소비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자영업자가 견딜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양준모 교수는 "재정 지출과 유동성 증가 이후 경쟁력·생산성 향상, 그리고 규제 완화 등 펀더멘털을 바꿀 수 있는 조치가 빨리 나와야 한다"라며 "그렇지 않으면 경제가 마비돼서 고스란히 갚아야 할 빚이 되고, 빚을 갚지 못하면 결국 터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출구전략(exit) 시점을 잡는 것도 중요하다. 박상인 교수는 "유동성 공급을 확대한 후 줄이는 전략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실물경기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동성 완화 정책이 현재의 경제 상황에는 적합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있다. 유동성 확대 대신 양적 완화가 그 대안으로 제시된다.
 
박 교수는 "이자율을 낮추는 것이 큰 의미가 없는데 현재 이자율을 너무 낮췄다"라며 "리스크 프리미엄이 많이 올라가 있는 탓에 채권과 기업어음(CP)이 롤오버(월물교체)가 안돼 문제가 되는데, 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상봉 교수는 "금리 인하 정책 대신 돈을 푸는 양적 완화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 "양적 완화는 돈을 찍어내는 개념인데 한국판 양적 완화는 시중에 있는 돈을 이용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조동근 교수는 "유동성 완화는 미국 서브 프라임처럼 금융경색일 때 효과가 있고 지금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며 "차라리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힘내게 도와주고, 바이오를 키워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잡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제공]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