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야기]현대차N, 고성능모델 역사는 모터스포츠부터...'레이싱카 심장'

N브랜드의 시작이 된 현대차 RM(Racing Midship) 시리즈 [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

3M을 모르는 이들은 있어도 '스카치 테이프'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소유주를 표시하기 위해 가축에 낙인을 찍은 데서 브랜드(Brand)의 어원이 유래했듯, 잘 만든 브랜드는 소비자의 마음속에 제품을 깊게 각인시킨다. 광고계의 거인 데이비드 오길비가 "브랜드는 제품의 이름과 성격, 가격과 역사 등 모든 것을 포괄하는 무형의 집합체"라고 정의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아주경제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이 된 한국의 산업계를 대표하는 브랜드에 대해서 살펴볼 계획이다.<편집자주> 

현대자동차가 고성능 브랜드 'N' 라인업 확장에 공을 들이는 것은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각별한 모터스포츠에 대한 사랑때문이다. 특히 현대차는 월드랠리 챔피언십(WRC)에 참가한지 6년 만인 지난해 WRC에서 제조사 부문 첫 우승을 거머쥐었다. WRC는 제조사들의 '꿈의 무대'로 불리는 대회다. 정 수석부회장은 직접 현장에서 WRC 출전 차량을 몰아볼 정도로 모터스포츠에 특별한 애정을 쏟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성능차 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한다면 현대차가 기술력을 인정받고 고급차 브랜드로도 거듭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출시 예정인 고성능 모델 i20N을 공개하는 티저에서도 모터스포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티저영상의 시작은 i20N이 아닌, 현대차 월드랠리팀의 경주차인 'i20 쿠페 WRC'다. 경주차를 모는 운전자는 현대팀의 간판 드라이버 '티에리 누빌'이다. 누빌은 i20 쿠페 WRC를 타고 여명이 밝아오는 스웨덴 아르예플로그의 끝없이 펼쳐진 설원을 맹렬히 달린다. 이어 등장하는 차는 성능 선행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 RM(Racing Midship)의 최신 모델, RM19다. 역시 운전자는 티에리 누빌이다. 

영상 마지막에야 주인공인 i20N이 등장한다. 고성능N 모델의 역사를 보여주는 셈이다. N브랜드는 이처럼 경주용차인 WRC, RM의 발자취로 성장한 모델이다. N브랜드의 핵심인 고성능 엔진도 경주용 차에서부터 진화됐다. 

경주차 엔진은 극한 상황에서 내구성을 충족하며 고출력을 뽑아내야 한다. 실린더 헤드와 블록 강성 강화 기술, 실린더 헤드 개스킷 최적화 기술 등이 핵심이다. 이 같은 기술이 N모델의 엔진에도 적용됐다. 현대차는 2013년 N브랜드의 출범을 알렸지만, 이미 2012년 현대모터스포츠법인(HMSG)설립과 함께 핵심 기술을 개발한 셈이다. 

현대차는 2012년 독자 개발한 i20 쿠페 WRC 경주차로 2014 시즌 WRC에 참가했고, 독일 랠리에서 첫 우승을 차지했다. 같은 해 프로젝트 RM의 첫 번째 결과물인 RM14가 부산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다. 그 사이 현대차는 고성능 N 브랜딩 작업을 시작했다. BMW M에서 활약했던 알버트 비어만을 시험·고성능차 담당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치열한 준비로 완성된 브랜드가 바로 'N'이다.  

그렇게 첫 고성능 모델 'i30 N'이 해외서 먼저 공개됐다. i30 N은 등장 직후 유럽 자동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고, 유력 자동차 매체들로부터 호평과 상을 휩쓸었다. WRC 무대에서 활약 중인 현대팀의 활약도 두드러졌다. 2017 시즌에 이어 2018 시즌 제조사 부문 준우승을 차지하며 기술과 경기력을 끌어올렸다. 

그 결과 2019 시즌, 결국엔 제조사 부문 챔피언에 등극할 수 있었다. 꾸준히 성장을 지켜본 정 수석부회장의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차 RM(Racing Midship)[사진 = 현대자동차 제공 ]

특히 현대차가 최근 아마추어 동호회 레이싱팀 ‘TEAM HMC’(Hyundai Motor Club)를 4년 연속 후원하기로 결정한 데도 정 수석부회장의 뜻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 창단 4주년을 맞은 TEAM HMC는 현대차를 좋아하는 매니아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아마추어 레이싱팀이다.

또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조현식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이 고성능차 개발과 체험형 모터스포츠를 확대하기 위해 손을 맞잡았다. 현대차의 브랜드 철학인 ‘펀 투 드라이브(Fun to Drive)’를 위해선 무엇보다 시설 확충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현대차그룹은 17일 충남 태안군 태안기업도시에 축구장 176개 크기인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를 건립한다. 126만㎡(38만평)의 국내 최대 규모로 건설되고, 2022년 완공 목표다. 현대차의 드라이빙 센터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이 태안에 세우고 있는 주행시험장 바로 옆에 세워진다. 주행시험장과 드라이빙 센터를 연계해 고성능 차량의 성능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히 현대차는 운전에 즐거움을 못 느끼는 일반인들을 위해 드라이빙 기초부터 고난도 드라이빙 테크닉 등 단계별로 세분화된 주행기술을 교육할 계획이다. 전문 드라이버와 함께 탑승하는 한계 주행 체험, 다양한 조건의 노면과 장애물 체험 등 고객의 수준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아울러 현대차·기아차·제네시스의 브랜드 컬렉션 상품을 전시하는 브랜드숍 등의 편의시설도 갖춘다.

현대차는 지난 4월 출시된 벨로스터 N 연식변경 모델을 시작으로 올해 하반기 아반떼 N라인, 쏘나타 N라인, 코나 N, 투싼 N 등을 출시한다. 체험형 서비스의 필요성이 커진 상황이다. 향후 현대차는 WRC 경주차 기술의 내재화, 프로젝트 RM과 드라이빙센터를 통해 축적한 기술로 고성능 N 라인업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