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코로나 아포칼립스] ①"이미 시작한 '홈리스' 쓰나미"...실업대란 장기화에 밀리는 월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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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현 기자
입력 2020-07-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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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 장기화에 집세 미납률 '32%' 사상 최고치..."월세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려"

  • 히스패닉·흑인, 상대적으로 더 취약..."강제 퇴거로 홈리스 발생, 감염 취약 불가피"

코로나19 사태로 유례없는 규모의 돈을 풀었던 미국의 경기부양책의 종료 기한이 다가오면서 다시 한 번 미국 경제는 두려움에 떨고 있다. 특히, 미국 언론들은 특별 실업수당과 임대인 강제 퇴거 유예 조치로 다가올 혼란을 두고 '쓰나미'(해일), '아포칼립스'(종말)라는 표현까지 동원해 그 충격을 경고하고 있다.
 

지난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열린 실업사태 항의 시위. 시위대는 미국 정부에 부자증세를 통해 실업자 추가 보호대책을 내놓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월세 한 번 밀리면, 계속 밀려"...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집세 미납률 증가

AP, CNBC,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외신들은 이달 초부터 수천만명에 달하는 미국인 세입자들이 거주 중인 아파트나 주택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미국 연방 정부의 강제 퇴거 유예 조치가 이달 만료하면서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실직 상태로 수개월 동안 월세를 내지 못한 시민들이 더이상 보호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AP는 코로나19 사태와 실업난 장기화로 미국 세입자들이 월초 지급하는 집세 납부 비율이 점점 낮아지는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AP는 전국다가구주택위원회(NMHC)의 통계를 인용해, 미국 전역 1140만 임대가구 중 지난 6일까지 7월 집세를 일부라도 납부한 세입자의 비율이 77.4%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이는 전월인 6월 납부율인 80.8%보다 한 달 새 3.4%p(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작년 동기 비율인 79.7%와 비교해도 2.3%p 하락했다.

이어 8일 경제 전문매체 CNBC에 따르면, 아파트 정보 제공·분석업체 '아파트먼트 리스트'는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들의 32%가 7월 납부 마감 기한까지 집세 전액을 모두 내지 못했다고 집계했다. 지난 5월과 6월 미납률인 31%와 30%에서도 수치가 증가하며 사상최고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 중 19%는 집세 중 한 푼도 내지 못한 상태로 나타났다. 이는 임대주택 세입자와 은행 모기지를 납부하고 있는 주택 소유주 모두를 포함한 통계이지만, 세입자·저소득층·저연령층일 수록 미납률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아파트먼트 리스트는 임대가구의 약 36%가 코로나19 충격에 취약한 산업에서 일하고 있어 7월 말에도 결국 집세를 미납할 가능성이 높고, 주택 소유주의 모기지 미납 가능성도 30%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업체는 "집세 납부를 한 달 지연하면, 그 다음달 납부도 놓칠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고 지적했다. 월 말 세입자들은 월 초 미납한 집세를 추가 납부할 순 있지만, 연체료가 붙으며 미납금이 불어나 부담이 커지는 '악순환 구조'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인용해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이달까지 월세를 내지 못한 미국 성인이 1200만명에 이르며, 다음 달 월세를 낼 수 있을지 불투명한 경우도 2300만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특히 아프리카계와 히스패닉계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싱크탱크 도시연구소는 지난 5월 28일부터 6월 9일까지의 미국 인구조사국 자료를 분석한 결과 라틴계와 아프리카계 세입자의 각 44%와 41%가 다음 달 집세를 낼 여력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백인 세입자 21%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다. 반면, 흑인과 라틴계 세입자 중 5월 집세를 완납한 비율은 25%에 불과해, 백인 세입자의 완납 비율인 14%보다 월등히 높았다.

실제 WP는 지난 5월 말 퇴거 유예 조치가 종료한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의 경우 지난달 27일까지 법원에 신청된 퇴거 요청 건수는 1300여건에 육박해 전년 대비 1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이 중 3분의2가 흑인 거주 지역에서 접수됐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에서 인구가 4번째로 많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도 지난달 2000건이 넘는 퇴거 민원이 접수됐다.

미국 시민단체인 전국저소득주택조합(NLIHA)은 WP에 "이미 퇴거 물결은 시작됐다"면서 "이 물결이 쓰나미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호소했으며, 미국 캔자스주 캔자스시티의 세입자 권익단체인 KC테넌츠의 타라 라우비어 이사는 CNBC에서 "전염병이 창궐하는 상황에서 강제 퇴거는 세입자를 사지로 몰아넣는 셈"이라면서 대규모 노숙자를 양산할 수 있을 가능성을 경고했다.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에서 세입자 보호 대책 연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렸다.[사진=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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