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여행지] 북적인 곳 NO~ 한적하게 즐기는 '숨은 여행지'의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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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수정 문화팀 팀장
입력 2020-07-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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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뭐니 뭐니 해도 여행의 계절이다. 따가운 햇빛을 가려주는 우거진 숲, 그 사이로 불어오는 청량한 바람은 이 시기가 으뜸이다. 지속하는 코로나19 확산세에 여행은 엄두도 못 내다 보니 여행 욕구는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간다. 여행을 떠난다고 해도 북적이는 곳은 피하고 싶다. 오롯이 나와 우리 가족끼리만 호젓하게 여유를 만끽할 숨은 관광지 어디 없을까? 우리끼리 오붓하게 즐길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상상전망돼에서 멀리 바다를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는 탐방객[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향기에 취하고 바다에 반하고, 안산 바다향기수목원

신록의 계절, 숲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바다향기수목원이 눈길을 끈다. 2019년 5월 문을 연 이곳은 싱그러운 피톤치드를 마시며 드넓은 바다를 감상하는 수목원이다. 매력 넘치는 주제원이 호기심을 유발하고, 반짝이는 바다가 눈을 사로잡는다.

경기 안산시 대부도 내 선감도에 자리한 바다향기수목원은 축구장 140개 크기에 달하는 약 101ha(30만여 평)에 조성했다. 서해안에서 많이 자라는 소사나무와 곰솔 등 1,000여 종, 30본이 넘는 식물이 서식한다. 입구에 들어서면 형형색색 꽃과 피노키오가 여행자를 맞이한다. 피노키오와 고래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온 고래화단이다. 이곳을 지나면 초록으로 꾸민 방문자센터가 나타난다. 아늑한 분위기가 숲속에 들어온 기분이다.

본격적인 산책은 청량감 넘치는 물소리와 함께 시작한다. 눈과 귀를 상쾌하게 만드는 벽천폭포다. 폭포 왼쪽에는 황칠나무와 시로미 등 50종, 1400여 본이 숨 쉬는 전시온실이 있다. 생김새와 촉감이 양의 귀와 비슷한 램스이어를 비롯해 흥미로운 식물이 기다린다. 천장에는 공중에 매달아 키우는 행잉 플랜트가 있어 눈길을 끈다.

전시온실 옆에는 다른 수목원에서 보기 힘든 염생식물원과 도서식물원, 모래언덕원이 있다. 갯벌이나 바닷가 모래땅에 서식하는 크고 작은 식물을 전시한다. 염생식물원에는 소금기 있는 바람이 불거나 물이 부족한 환경에도 잘 자라는 갯잔디, 갯질경이, 모새달 등이 산다. 도서식물원은 대부도 서남부 도로 건설 현장에서 자라는 나무를 옮겨 심어, 소사나무와 팥배나무, 덜꿩나무 등이 있다. 모래언덕원에서는 통보리사초, 모새달, 해당화 등 모래에 서식하는 대표 식물을 만난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바다가 너울거리는 모습을 형상화한 생태 연못 바다너울원이 보인다. 대흥산 계곡물을 모아 만들었다. 주변에 작약과 모란이 화려한 자태를 뽐내고, 연못에는 연꽃이 우아하게 피어 있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분위기에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작품이 떠오른다.

바다너울원을 지나면 흥미로운 주제원이 차례로 등장한다. 먼저 인공 연못 12개를 연결한 심청연못이다. 인당수를 상상해 이름 붙인 곳으로, 개구리 소리를 들으며 다양한 연꽃을 구경해보자. 다음은 수목원 근처 황금산에서 가져온 바위를 쌓아 올린 황금바위원이다. 바위와 어울리는 황금실화백, 황금편백 등을 심었다.

장미원에는 ‘꽃의 여왕’이라 불리는 장미가 매혹적인 향기를 뽐낸다. 땅장미와 덩굴장미 등 1300여 본을 심어, 화려하게 핀 장미꽃을 즐길 수 있다. 근처 억새원과 대나무원도 장미원 못지않게 사랑받는다. 억새원은 3000㎡에 억새를 심고 탐방로를 냈다. 주민이 기증한 대부도 대나무로 만든 대나무원은 바람에 사각거리는 댓잎 소리가 일품이다. 최근에 조성한 식물진화원도 특이하다. 고사리부터 식물의 진화를 흥미롭게 보여주는 주제원으로, 산책하면서 식물 공부까지 하니 일석이조다.

언덕을 따라 오르면 바다향기수목원의 랜드마크 ‘상상전망돼(상상전망대가 아니다.)’가 보인다.  ‘모든 상상이 전망되는 곳’이라는 뜻으로, 탁 트인 서해와 시화호가 한눈에 들어오고 맑은 날에는 충남 당진까지 보인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마음이 후련해진다. 깨진 도자기 조각으로 만든 오르막길도 명물이다. 70m에 이르는 언덕길을 파도와 물고기, 구름, 하늘, 태양으로 꾸며, 상상의 나래를 펴기 좋다. 1004개 풍경이 달린 ‘소리 나는 꿈나무’, 고깃배 두 척을 맞대어 붙인 알 모양 철제 조형물 ‘기억 상자’도 특이하다.

마지막으로 바다향기수목원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나무가 있다. 주차장에 있는 살구나무로, 수령 120년이 넘는 수목원의 터줏대감이다. 살구나무 아래 심은 보리와 바람에 날리는 바람개비가 평화롭다. 바다향기수목원은 입장료가 없고,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7시, 월요일에 쉰다. 매점과 쓰레기통이 없으니 물과 간식을 준비하고, 쓰레기는 꼭 가져가자.
 

예당호 출렁다리와 음악분수[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예산 예당호에서 만나는 형형색색 음악분수, 느릿느릿 느린호수길

충남 예산 예당호는 1929년 착공했으나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치며 공사 중단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1964년 완공한 관개용 저수지다. 1980년대부터 예당관광지를 조성하기 시작해 지역민의 휴식 공간이 되고, 아름다운 호수 풍광이 어우러진 낚시터로 명성을 쌓았다. 2019년 예당호출렁다리와 느린호수길, 올해 음악분수가 차례로 선보이면서 예당호가 예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예당관광지 입구에 들어서면 예당호출렁다리 위용에 압도된다. 2019년 4월 개통한 길이 402m 현수교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출렁다리다. 높이 64m 주탑을 두고 케이블이 늘어선 현수교가 웅장하기 그지없다. 주탑에 전망대가 있어 출렁다리 주변을 내려다보기도 좋다.

예당호출렁다리를 건너다 보면 올해 4월 25일부터 가동한 음악분수가 있다. 길이 96m, 폭 16m, 최대 분사 높이 110m에 이르는 부력식 분수다. 면적 1536㎡에 달해 호수에 설치된 가장 넓은 음악분수로 한국기록원 공식 기록에 올랐다.

예당호출렁다리와 음악분수는 저녁 무렵에 찾아가자. 어둠이 내리면 ‘한국관광공사 야간 관광 100선’에 오른 예당호출렁다리에 그러데이션 기법을 적용한 형형색색 LED 불빛이 들어온다. 음악분수는 역동적인 물줄기에 음악과 빛을 더해 눈부시게 아름답다. 음악분수가 가동하면 신나는 음악 소리에 물줄기가 춤을 추고 빛이 어우러진다.

까만 하늘을 배경으로 워터 스크린, 빔 프로젝터 레이저가 동원돼 현란한 아름다움을 선보인다. 물과 빛의 컬래버레이션에 귀도 즐겁다. 싸이의 ‘강남 스타일’은 가장 격정적인 빛의 향연을 선사하며 음악분수의 대미를 장식한다. 공연 시간 20분이 짧게 느껴진다.

예당호출렁다리는 매달 첫째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개방한다. 음악분수는 금요일과 주말, 공휴일 기준으로 주간 4회(오전 11시, 오후 1시·3시·5시), 야간 3회(오후 8시·8시 30분·9시) 가동한다. 예당호출렁다리와 음악분수 모두 입장료는 없다.

예당호를 따라 2019년 10월 조성한 느린호수길도 걸어보자. 예당호수변공원에서 출발하는 느린호수길은 예당호출렁다리를 거쳐 대흥면의 예당호중앙생태공원까지 7km에 이른다. 예당관광지 공연장과 충효정 아래로 굽이굽이 이어진 길은 예당휴게소 아래를 지나면 곧 예당호 수변에 부드럽고 온화하게 연결된다.

전 구간 나무 데크에 턱이나 계단이 없어 유모차나 휠체어 이용자도 불편하지 않다. 남녀노소 누구나 걷기 쉽고, 예당호의 풍경을 온전히 만나는 것이 느린호수길의 특징이자 매력이다. 예당호는 낚시터로 정평이 났는데, 예당호 좌대 풍경은 지날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선사한다.

수심이 낮은 곳은 나무가 물에 반쯤 잠겨 몽환적인 분위기를 선사한다. 마치 정령의 숲에 들어서는 듯하다. 먹이를 구하기 위해 물가에 진을 치는 백로와 왜가리의 모습도 한가롭다. 느린호수길은 상시 개방하며(연중무휴), 입장료는 없다.
 

피나물 군락[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힘들었던 당신, 꽃길만 걷게 해줄게요! 금대봉 천상의 화원

태백 금대봉(해발 1418m)과 대덕산(해발 1307m) 일대는 ‘천상의 화원’으로 불린다. 봄부터 가을까지 아름답게 피고 지는 들꽃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눈처럼 하얀 홀아비바람꽃은 나무 그늘 아래 다소곳이 자리하고, 산등성이에는 노란 피나물이 군락을 이룬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보랏빛 얼레지의 고운 자태도 빼놓을 수 없다. 걷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길. 꽃길만 걷는다는 게 아마 이런 기분이 아닐까 싶다.

천상의 화원을 만나는 금대봉 탐방로는 태백과 정선이 경계를 이루는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와 검룡소 앞 세심탐방지원센터를 꼭짓점으로 한다. 두 곳에서 탐방을 시작할 수 있지만,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코스가 내리막길이라 수월하다. 대다수 탐방객이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를 출발점으로 삼는 이유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분주령과 세심탐방지원센터를 거쳐 검룡소주차장에 이르는 탐방로는 6.7km, 대덕산 코스를 추가하면 2.6km 정도 늘어난다. 전체 탐방 구간을 모두 걸어도 4시간 남짓이면 충분하다.

금대봉 탐방로는 해마다 4월 셋째 금요일부터 9월 30일까지 개방하며, 인터넷 예약으로 하루 300명(1인당 10명 예약 가능) 입장을 허용한다. 탐방 기간 중 출입 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 대형 버스는 주차 공간이 여유로운 세심탐방지원센터 쪽 검룡소주차장을 이용한다.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에서 완만하게 오르는 임도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길섶 여기저기서 앙증맞은 들꽃이 하나둘 고개를 내민다. 보랏빛 고운 얼레지와 길쭉한 꽃대 위에 노란 꽃이 주렁주렁 달린 산괴불주머니처럼 상대적으로 덩치가 큰 들꽃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햇살을 등진 얼레지는 보라색 베일을 뒤집어쓴 여인처럼 신비스럽다.

키 큰 들꽃만 듬성듬성 좇던 시선이 숲개별꽃이나 홀아비바람꽃처럼 작은 들꽃으로 옮아가는 데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 자꾸 멀리, 넓게 보려는 두 눈을 가까운 곳으로 끌어와 좁은 공간에 가둬야 하기 때문이다. 초점을 발아래 가까운 곳으로 옮기면 어둠에 익숙해지듯 풀 속에서, 나무 아래서 어른 새끼손톱보다 작은 들꽃이 보이기 시작한다.

꽃이 아직 피지 않아 꽃인지 풀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괭이눈과 허리가 구부정한 홀아비꽃대도 그제야 눈에 들어온다. 이 작은 들꽃과 눈을 맞추려면 무릎 꿇는 것도 모자라 허리까지 잔뜩 구부려야 하지만, 그 정도 수고는 새로운 들꽃을 찾아내는 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 구슬붕이에 날아든 벌이나 얼레지에 내려앉은 호랑나비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하다.

숨바꼭질하듯 길섶에 숨은 들꽃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탁 트인 전망과 마주하는데, 나무 계단이 설치된 이곳부터 금대봉 탐방로의 하이라이트다. 한 단 한 단 내려서는 동안 지금까지 한두 송이씩 얼굴을 비추던 얼레지, 홀아비바람꽃, 갈퀴현호색 같은 들꽃이 옹기종기 무리 지어 탐방객을 맞는다. 초록 풀밭에 노랑, 파랑, 하양, 보라 등 각양각색으로 한껏 멋을 낸 들꽃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백악기에나 있었을 법한 거대 고사리마저 예뻐 보이는 건 자연이 빚어낸 조화의 힘이 아닐까 싶다.

피나물 군락은 나무 계단이 끝나고 평지 구간에서 만난다. 다채로운 들꽃이 연출한 화려한 색 잔치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마주한 피나물 군락이 탐방객을 다시 사로잡는다. 이곳을 지나 낮은 언덕을 넘으면 대덕산과 세심탐방지원센터로 길이 갈리는 분주령이다. 왼쪽 언덕은 대덕산, 오른쪽 내리막은 세심탐방지원센터를 지나 검룡소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분주령에서 검룡소주차장까지는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금대봉 탐방로는 편도 구간이라 자가운전자는 분주령에서 되짚어 내려가거나, 검룡소주차장에서 콜택시를 타고 두문동재탐방지원센터로 돌아가야 한다. 태백시는 택시 이용자의 편의를 위해 정선군을 경유하는 일부 구간 할증료 외에는 미터기 요금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콜택시 연락처를 확인하지 못했다면 두문동재나 세심탐방지원센터에 문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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