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용산구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앞 용산 미군 장교숙소 5단지 부지 '팸투어'에서 만난 유홍준 용산공원조성추진위원회 민간공동위원장은 이같이 말했다.
향후 10년간 300만㎡ 규모 용산공원 순차 개방
이날 팸투어는 정부가 총 300만㎡(약 100만평) 규모의 용산공원을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조성하고, 먼저 장교숙소 5단지를 다음달 1일부터 개방키로 한 데 따라 마련됐다.
현재 면적은 지난 2018년 계획된 용산구 1~6가 동·서빙고 일대 242만6748㎡에서 경찰청 시설 예정부지와 전쟁기념관, 국립중앙박물관 등을 편입해 50만㎡가량 확장한 것이다.
리모델링된 곳은 역사자료실과 토론공간, 카페 등으로 꾸며져 있다. 앞으로 용산공원의 미래상을 제안할 수 있는 '국민참여존'과 각종 쉼터도 있다.
이곳은 마치 미국에 있는 한 단독주택 단지를 방문한 듯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겼다. 전용면적 150~190㎡(45~57평)로 구성된 붉은 벽돌의 2층 집과 이국적인 식생이 어우러져서다.
한쪽에는 부서진 장벽을 전시한 공간도 있다. 지난 100여년 우리 국민을 막아온 벽돌과 담장이 철거될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모습이다.
이날 기자들은 모두 별다른 절차 없이 방문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군 땅이었기 때문에 까다로운 신원조회를 거쳤어야 했다고 한다.
고통의 세월, 서울의 허파로 돌아오다
역사를 돌아보면 현재 예정된 용산공원 부지는 러일전쟁 중인 일본이 1904년 점거해 위수지역으로 선포하고 원주민을 내쫓아 군사기지화로 만든 후 지금까지 우리 국민에게 닫혀 있었다.
1945년에는 미군이 들어와 미군사령부로 쓰다가 1978년 한미연합사령부로 바뀌었다. 2003년에야 용산기지 이전 논의가 시작돼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됐고, 2016년부터 미군기지가 평택으로 옮겨가게 됐다.
이런 지난한 사연은 전시관 앞에 일제강점기 용산에 주둔한 일본군대 전경과 일본식으로 지은 용산역 모습, 미군기지 현황 사진 등으로 요약해서 볼 수 있다.
유홍준 위원장은 "그동안 우리나라가 참고 아파했던 시절이 서울의 허파로 돌아왔다"며 "주택개발에 관한 요구도 있었지만, 현행법상 실현 가능성이 없을뿐더러 옳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부지 내 1100개 건물 중 보존가치가 있는 건물을 제외한 1000개는 철거하고 전체면적 중 83%를 녹지로, 6.5%는 인공호수 등 물로 채운다. 지금은 20%의 건물과 33.5%의 포장, 46.5%의 녹지로 구성됐다.
용산공원 조성사업이 완료되면 남산과 이태원, 한남, 한강, 이촌, 용산 등 10곳의 대형 나들문이 생긴다. 해방촌과 녹사평, 숙명여대 등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작은 출입구도 30여개 둔다.
대중교통으로는 △지하철 1호선 남영역·용산역 △4호선 숙대입구역·삼각지역·이촌역 △경의중앙선 서빙고역 △6호선 이태원역과 맞닿아 있다.
유 위원장은 "단순히 크다, 넓다 이런 수준을 넘어 용산공원은 우리 삶과 역사, 터전을 뺏긴 사람들의 시련이 녹아 있는 곳"이라며 "담장을 모두 헐면 이제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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