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7·10 대책 이후 서울 전역으로 전세대란이 가속화하고 있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임대차 3법'(전월세 신고제·계약갱신청구권제·전월세 상한제)이 예고되면서 신축 구축을 가리지 않고 전세난은 더욱 심화되는 상황이다. 이에 이른바 '묻지마 계약'까지 속출하는 등 부동산 풍속도까지 변하고 있다.
마포구 용강동의 B공인 대표는 "대책 이전인 2개월 전만 해도 전세물건이 꽤 있었는데 다 소진되고 나니 7·10 대책이 나오면서 매물이 씨가 말랐다"며 "7월 전까지는 문의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최근 전세 문의가 2배 이상은 늘어났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마포 신축 아파트 30평대가 8억원대에서 10억원대로 오르면서 구축도 따라 올라갔다. 같은 평형 구축이 5억원대에서 7억원 직전까지 올랐는데, 구축도 역시 전세 매물이 없다고 한다"면서 "신축 전세 가격이 3년 전 매매가격을 추월했다"고 덧붙였다.
1999년에 지어진 구축 아파트 단지 대흥동 '마포태영'의 전용 85㎡형은 지난 16일 보증금 6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이뤄졌다. 올해 초까지도 5억원 후반대였지만, 현재 호가는 최고 6억8000원까지 올랐다.
공덕동의 S공인 대표는 "주변 전세 시세가 조금씩 다 올라갔다. 애초에 전세 물건도 없던 상황인데 시세가 반영돼서 많이 올랐다. 공덕역 앞 단지들은 몇 개월 전에 비해 6000만원가량이 올랐고, 2년 전보다는 1억원이 뛰었다"고 말했다.
공덕역 '공덕삼성래미안3차'의 전용 85㎡은 지난달 26일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됐다. 6월 초인 직전 거래가가 6억6000만원이었던 데에 비해 9000만원가량이 오른 금액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개포우성1차' 전용 85㎡는 지난 18일 보증금 9억5000만원에 전세 거래가 맺어졌다. 현재 해당 평수의 호가는 11억5000만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4월 8억원에 거래가 이뤄진 데에 비해 3개월 만에 3억5000만원이 뛴 셈이다.
서초구 반포동 ‘아크로리버파크’의 전용85㎡의 전셋값의 호가는 16억5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2018년3월 최고가인 16억600만원을 훌쩍 뛰어넘은 금액이다. 최근 실거래 기준으로 1개월 평균치가 15억원이지만, 최근 1개월 매물 평균은 17억9000만원에 달했다.
대치동 쌍용아파트 단지 내 상가의 B공인 대표는 "전세 찾는 문의전화 많지만 매물이 없어 못 보여주고 있다"면서 "강남지역 전셋값은 2~3억원까지 오른 상황"이라고 전했다.
특히 중개업자들은 하나같이 전세대란이 부동산 풍경을 바꿔놨다고 지적했다. 전세 매물 품귀 현상으로 인해 집을 보지도 않고 바로 계약해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또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갈등도 빈번해지고, 전세를 반전세로 바꾸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이들은 설명했다.
서울의 전세대란은 통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7월 셋째 주(20일 기준) 통계에 따르면 서울의 아파트 전셋값은 0.12% 상승했다. '강남 3구'를 중심으로 전셋값이 계속 오르며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56주 연속 상승을 기록했다.
강동구(0.28%)를 비롯해 송파구(0.23%), 강남구(0.20%), 서초구(0.18%) 등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이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으로 크게 뛰었다. 마포구(0.20%), 성동구(0.16%), 용산구(0.14%), 성북구(0.12%) 등도 상승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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