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나 싫어하는 정치가 이름을? 태풍 이름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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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연 기자
입력 2020-08-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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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태풍의 이름은 어떻게 지어졌을까. 

태풍은 동시에 같은 지역에 하나 이상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예보 발표 시 혼동을 막기 위해 이름이 붙여지기 시작했다. 

처음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 호주 예보관들은 자신이 싫어하는 정치가의 이름으로 지었다. 제2차 세계대전 후에는 미 공·해군에서 공식적으로 태풍에 이름을 붙이기 시작했는데 자신의 아내와 애인 이름을 붙여 사용했다. 1999년 세계기상기구(WMO) 규정에 따라 일본 도쿄에 있는 '지역특별기상센터'에서는 숫자로만 태풍 이름을 지어 공식 부여했고, 괌에 있는 '미국 태풍합동경보센터(JTWC)'는 영문 알파벳 순서대로 작성된 태풍 이름표를 따라 여자 이름만 사용했다. 하지만 성차별이라는 여성운동가의 주장에 1978년 이후부터 남녀 이름을 골고루 부여했다. 

1997년 제30차 아시아태풍위원회에서 2000년부터 모든 태풍에 각 회원국의 고유 언어로 만든 이름을 10개씩 번갈아 쓰기로 결정했고, 14개국(북한, 미국, 중국, 일본, 캄보디아, 홍콩, 필리핀, 태국, 말레이시아, 베트남, 라오스, 마카오, 미크로네시아 등)이 태풍 이름을 10개씩 제출해 WMO에서 태풍 명칭으로 공식 부여하고 있다. 태풍이 보통 연간 30개씩 발생하기 때문에 140개 태풍 이름을 쓰려면 4~5년이 걸린다. 

특히 태풍으로 인해 큰 피해가 생겼다면 '앞으로 유사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는 의미를 담아 태풍 이름을 폐기하고 다른 이름으로 변경하게 된다. 예로 2005년 일본에 20여 명의 사망자를 낸 태풍 '나비'는 2007년부터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하고, 2006년 '독수리'로 변경됐다. 한국에서 제출한 초기 태풍 이름은 개미, 나리, 장미, 미리내, 노루, 제비, 너구리, 고니, 메기, 독수리였다. 

열대 저기압 중 중심 부근 최대 풍속이 17m/s 이상으로 강한 폭풍우를 동반하는 태풍은 발생 해역에 따라 북서태평양 '태풍', 북중미 '허리케인', 인도양 '사이클론', 남태평양 '윌리윌리'라고 불린다. 태풍은 해수면 온도가 27도 이상인 열대 해역에서 일반적으로 발생하며, 소멸까지 대략 1주일에서 10일 정도가 걸린다. 

한편, 타이완 타이베이 남동쪽 약 460㎞ 부근 해상에서 생겨난 제4호 태풍인 '하구핏'은 필리핀에서 제출한 이름으로 '채찍질'이라는 의미를 가졌다. 이 태풍은 오는 4일 중국 상하이까지 북상했다가 6일 북한 함흥 부근 육상을 지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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