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죄는 은행들… 자영업자 '폐업 도미노'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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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대웅·장은영 기자
입력 2020-08-1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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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실 대비 2금융권도 대출 문턱 높여

  • 원리금 유예 '빚 위에 빚 쌓기' 악순환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장기화로 리스크 관리에 나선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꾸준한 자금조달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자영업자들의 '돈줄'이 마르고 있는 것이다. 그나마 대출이 용이했던 2금융권까지 보수적으로 나서면서, 자금 순환이 어려워진 자영업자들의 경영환경은 더욱 열악해지고 있다. 정부의 지원으로 당장은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경기불황이 장기화되면 사실상 자영업자들의 부실은 기정사실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특히 금융지원을 받아 연명하고 있는 한계차주들의 연쇄 부도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지원 부실 대비 대출 조이는 은행들

금융당국이 코로나19 피해를 본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이자와 원금 상환유예, 만기연장 및 신규대출 지원을 금융권에 독려한 것은 차주의 빚 부담을 덜어주자는 취지에서였다. 빚 갚기는커녕 사업장 운영조차 힘들어진 차주가 재기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금융지원이 '독'이 돼 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탓이다. 경기가 회복돼 이들 차주가 상환 능력을 갖게 되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경기 회복이 늦어져 경영난이 지속되면 부실 발생은 불가피하다. 국내 2분기 경제성장률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3.3%까지 내려앉았고, 연간 성장률이 -1% 달성도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에 비해 '펀더멘털'이 약한 자영업자들에게 이러한 전망은 치명적이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금융지원이 아닌 시중에 돈이 공급되는 것이다. 그러나 돈이 제대로 돌고 있지 않은 탓에 경영난에 허덕이고, 금융지원에 따른 빚 부담이 쌓이는 악순환만 반복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계차주를 중심으로 '도미노 부실'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자영업자 등에 지원하는 취지는 이해하나, '묻지마식 지원'은 자칫 더 큰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은행권에서는 한계차주가 향후에 빚 탕감을 받지 않겠냐는 관측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이들 차주의 부실에 대비해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국내은행 대출태도지수 전망치는 마이너스(-) 11로, 지난 1분기(11) 및 2분기(1)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자영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에 대한 대출태도는 올 1분기 23에서 3분기 -10으로 급감했다. 대출태도지수가 마이너스면 대출 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사가 그렇지 않은 곳보다 많다는 의미다.

◇2금융권도 '돈줄' 조인다...폐업 위기 몰린 자영업자

문제는 2금융권마저 대출을 조이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특히 수신 기능이 없는 여신전문금융사를 중심으로 대출을 강화하고 있다. 한 외국계 캐피털사는 코로나19 이후 개인사업자에 대한 신규 대출을 대폭 줄였다.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이던 지난 3~4월 증권사들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캐피털채를 투매한 영향이 컸다. 캐피털사들은 1년물 위주의 단기채를 민평금리보다 높게 발행해야 했다. 조달비용이 늘어나면 평소보다 높은 금리로 대출을 취급하거나, 조금이라도 신용등급이 높은 차주에게 돈을 빌려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주가연계증권(ELS) 발행액을 줄이도록 유도하는 규제안을 내놓으면서, 여전채 시장이 또다시 경색될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김민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ELS 발행이 줄어들면 여전채 수요도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카드업계에서도 높아진 리스크를 반영해 금리 인상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달 현금서비스 금리를 23.6%에서 23.9%로 0.3%포인트 올린 KB국민카드가 대표적이다. 카드사 관계자는 "가계대출 총량규제에 따라 카드론 등 대출을 늘리기 어렵다"며 "높아진 리스크 비용을 상쇄하기 위해선 금리를 올리거나 한도를 줄이는 식으로 영업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영자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경영난에 빠진 자영업자들은 폐업 수순을 밟을 수밖에 없다. 은행 대출 이용이 어려운 차주들이 2금융권 문을 두드리고, 기존 2금융권 이용자들이 대거 밀려나게 되면서다.

이미 지난 6월 자영업자(555만1000명)는 전년 동기보다 15만5000명 급감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입은 도소매업(4만8000명 감소)과 숙박·음식점업(3만4000명 감소)의 타격이 컸다. 전체 자영업자 감소폭은 3월에 7만명, 4월 7만2000명, 5월 8만2000명을 나타냈으나, 6월 들어 2배가량 확대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 카드사 할 것 없이 대부분 금융사들이 대손충당금을 대거 쌓는 등 부실에 대비하면서, 대출 심사도 강화하고 있다"며 "상환 능력은 있지만 필요 자금을 제때 공급받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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