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컴퓨터공학자 리오르 조레프 전 마이크로소프트(MS) 부사장은 10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2회 GGGF'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조레프 전 부사장은 "사람들은 함께일 때 종종 초(超)지능을 발현한다"며 "우리는 빅데이터를 이해하고 더 나은 결정을 내리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집단지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인간은 평균적으로 하루 3만5000번의 크고 작은 결정을 내린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편견을 갖고 이성적으로 사고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조레프 전 부사장은 "MS의 창립자인 빌 게이츠 같은 천재조차 수년간 많은 실수를 했다"며 "스마트폰 혁명의 기회를 내줬고, 검색 엔진 혁명의 기회는 구글에 내줬다"고 말했다.
이날 그는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다양한 사례들을 소개했다. 미국 뉴욕에 사는 데보라라는 이름의 한 여성은 4살 아들이 열과 발진 증상을 겪는 것을 보고 병원에 데려갔다. 아들을 진찰한 의사는 "아마도 바이러스 때문일 것"이라고 답한다. 좋지 않은 예감이 든 데보라는 아들의 사진을 올리고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SNS) 친구들의 의견을 구했다. 1시간 만에 3명이 '가와사키병'이라는 치명적인 질환일 수 있다고 조언했고, 데보라는 아들을 다시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게 할 수 있었다.
그는 '약한 유대관계'의 힘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조레프 전 부사장은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경험'이나 '동기 부여'라고 대답하지만, 실제로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인맥'"이라고 지적했다. "새로운 취업 기회에 대해 듣게 되는 대부분의 경우는 바로 누군가가 '이것 한 번 확인해봐'라고 말할 때"라는 것이다.
실제로 보스턴 지역에서 취업한 8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80% 이상의 사람들이 가족이나 친구 등 '강한 유대관계'가 아닌 친구의 친구 등 약한 유대관계에 있는 이들을 통해 일자리에 대한 정보를 들은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과 유대관계가 강한 사람이 아는 정보는 이미 알 수 있지만, 유대관계가 약한 사람으로부터는 새로운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오늘날 각국 정부는 물론 전문가 집단들 또한 집단지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기밀 정보를 활용해 그에 기반한 예측을 의사결정자에게 제공한다. CIA는 4년 동안 일반인들에게 똑같은 질문들을 던지고, 내부 전문가들과 일반인들의 예측을 비교한 적이 있다.
그 결과 일반인 그룹에서 아주 정확하게 예측하는 5%를 발견했고 이 그룹을 '슈퍼 포캐스터(Super Forecater)'라고 부르고 있다. 슈퍼 포캐스터의 예측값에 가중치를 적용한 결과, 일반인으로부터 얻은 정보가 4년 내내 CIA의 자체적인 예측보다 정확도가 30% 정도 높았다는 게 조레프 전 부사장의 설명이다.
끝으로 조레프 전 부사장은 "지능(IQ)과 감성지능(EQ)도 중요하지만 성공을 위해선 네트워크지능(NQ)이라는 세번째 지능이 필요하다"며 "4차 산업혁명은 모두 지능에 관한 분야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NQ를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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