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5일 배우자인 이일병 연세대 명예교수의 미국 여행과 관련한 논란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데 대해 사죄의 뜻을 거듭 밝혔다.
강 장관은 이날 오후 주한 쿠웨이트대사관 조문을 마친 뒤 외교부 청사로 복귀하는 길에서 만난 취재진에게 "계속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거듭 드린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이 교수도 굉장히 당황하고 있다"며 "계속 연락은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 장관은 전날 언론에 '송구스럽다'는 입장을 밝힌 후에도 논란이 거듭해 확산되자 이날 외부 노출을 최소화했다. 강 장관은 이날 오전 8시경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며 평소 이용하던 2층 로비가 아닌 지하 주차장을 통해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어 오후 2시경 최근 서거한 셰이크 사바 알아흐마드 알사바 쿠웨이트 국왕에 대한 조의를 표하고자 용산구 주한 쿠웨이트대사관을 방문했다.
이 과정에서 대사관은 당초 강 장관을 포함한 외부 인사의 조문 일정을 언론에 공개한다고 전한 입장과 달리 이날 오전 갑자기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인한 조문객 안전'을 이유로 비공개로 변경했다. 강 장관 배우자 논란이 식지 않자 대사관 측이 외교부와의 조율을 거쳐 공개 여부에 대한 입장을 변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강 장관은 대사관 앞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에게 "조문하러 왔으니 지금은 조용히 해주시기 바란다"며 "제가 기회가 있으면 (입장을) 또 말씀드리겠다"고 요청했다.
앞서 강 장관은 전날 배우자의 요트 쇼핑을 위한 미국 여행에 대해 "송구스럽다"면서도 "귀국을 요청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남편에게 귀국을 요청할 계획이냐'는 취재진의 질의에 "(남편이) 워낙 오래 계획하고 미루고 미루다가 간 것이라서 귀국하라고 얘기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런 상황에 대해서는 본인도 잘 알고 있고 저도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결국 본인도 결정해서 떠난 것"이라며 "어쨌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전했다.
◆"국민 눈높이 안 맞아"...여권서도 질타 이어져
강 장관 남편의 요트 구매를 위한 미국행에 정치권에서도 질타가 이어지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조국 장관 때는 '조로남불', 추미애 장관 때는 '추로남불', 이러다가 '강로남불'까지 생길 판"이라고 힘줘 말했다.
김 의원은 "긴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트를 사기 위해, 호화 여행을 하기 위해 외국에 간다. 그것도 주무 외교부 장관의 부군되는 분인데 그냥 개인의 문제라고 해서 넘어가면 이중잣대"라면서 "특권과 반칙의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 역시 이날 서면으로 대체한 상무위원회 모두발언에서 "연휴 중에 드러난 강 장관 남편의 요트 여행 출국은 들끓는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고 개탄했다.
심 대표는 "강 장관 남편은 '내 삶을 사는 건데 다른 사람 때문에 양보해야 하냐'라고 말하고 떠났다. 이는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정부 방침에 따라 극도의 절제와 인내로 코로나19를 견뎌오신 국민들을 모욕한 것"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여권에서도 이 교수에 대한 비판이 뒤따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3월부터 정부의 해외여행에 대한 여러 지침들이 있고 많은 국민들이 지키고 있다"며 "이번 추석연휴 중에도 이동하는 분이 많았지만 예전에 비해서 KTX 표가 바로 직전에도 구입이 가능할 정도로 국민 다수가 (이동 자제 권고를) 따르고 있다. 이 교수가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면서 정부의 권유를 지키지 않는 부분은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도 BBS 라디오 '박경수의 아침저널'에 출연, "방역에 자유로운 국민은 있을 수가 없다. 상당한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관의 배우자이면서 대학 명예교수로 계시니까 공인이라고 볼 수 있다. 공인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본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공직자나 공인들의 부적절한 처신들은 다시는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전날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태년 원내대표 역시 각각 "국민의 눈으로 볼 때 부적절하다", "여행 자제를 권고를 내린 외교부 장관의 가족이 한 행위이기 때문에 부적절한 행위를 한 것이라 보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일각에서는 배우자의 사생활을 두고 강 장관을 비난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서일병(추 장관 아들) 후임은 이일병. 단 하루도 잠잠한 날이 없네"라면서도 "근데 이건 개인의 사생활인데 굳이 이런 것까지 따져야 하나?"라고 적었다.
박범계 의원도 "강 장관께서 송구하다는 말씀을 국민들께 했다. 그 정도면 됐다고 본다"면서 "(이 교수에게) 돌아오라고 권유할 입장은 못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했는데 결국 강 장관께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지 않겠느냐"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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