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코로나 이후 지속가능 사회를 위한 녹색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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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태 기자
입력 2020-10-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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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용목 국립생태원 원장

코로나19 팬데믹이 사상 유례없이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경제·사회적 대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언제 끝날지,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불안 속에서 사람들은 이제야 비로소 산업혁명 이후 인류가 지구상에 만든 변화를 성찰하기 시작했다.

진즉에 기후변화의 위험경고로 이러한 성찰은 시작되었으나 실제 사회시스템과 행동의 변화를 크게 이끌지 못한 채 벼랑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어쩔 수 없이 전 세계가 멈춰서기 전까지는.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중요하게 인식할 점은 인간의 탐욕적 자연파괴가 생태계의 면역력이라 할 수 있는 생태계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무너뜨리고 결국 우리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우리는 인류의 생존과 복지가 자연생태계 건강성에 기반하고 있음을 더 늦기 전에 인지하고, 그간의 잘못된 자연착취와 이용방식을 고쳐나가야 할 시기를 맞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정부가 닻을 올린 그린뉴딜 녹색전환의 의미와 방향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최근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 등 인간을 위협하는 감염병뿐 아니라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가축 전염병도 더 자주, 더 큰 규모로 발생하고 있다. 야생동물 질병이 사람이나 가축으로 전파되는 문제는 인간이 자연과 상호작용하거나 자연을 이용하는 방식의 문제에서 비롯된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많은 전문가들은 자연파괴로 인한 생태계 회복탄력성의 저하와 무분별한 야생동물 섭식‧이동 등이 질병의 발생과 전파를 키우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게다가 기후변화가 생태계를 직접적으로 교란하고 야생동물의 분포를 변화시켜 감염병의 발생과 확산을 더 증가시킬 것이라는 우려마저 있다.

이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나오더라도 사회는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돌아가서도 안 된다고들 한다. 또 다른 바이러스가 급습하거나 기후변화가 초래할 수 있는 다양한 위기들이 더 심각하게 다가올 수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최근 세계적 학술지인 사이언스지에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플라스틱 폐기물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또 다른 질병이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논문이 실렸다. 이는 우리의 생활방식을 바꾸지 않고 기존의 방식으로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려 하면 또 다른 더 큰 위기가 생길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이러한 위기의 근본 원인을 더 깊이 성찰하고, 자연착취와 자원고갈을 지속하는 현재의 생활방식을 전면적으로 바꿀 때이다. 그렇다고 자연을 인간사회로부터 분리해 가두고 보호하는 대상으로만 바라볼 일도 아니다. 자연보전과 경제성장의 문제를 이분법적이고 상충적인 문제로 접근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장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침체와 생태관광 감소로 저개발국가에서는 자연보전 재원이 감소하고 관련 종사자들의 실직, 지역경제 침체, 밀렵의 증가 등으로 이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자연의 건강성과 생태계가 주는 혜택을 유지‧관리하기 위한 경제모델과 사회경제 시스템을 더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발전시켜야 한다. 그리고, 지속가능한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추구하는 녹색전환은 도시훼손지 복원 사업, 생물 다양성 증진을 위한 멸종위기종 복원 및 야생동물 질병관리 사업 등 그린뉴딜 사업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기반전략이 돼야 한다. 

자연서식지와 우리 주변 생물들을 보호하고, 자연생태계가 기후변화나 질병 등 교란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것은 인류생존과 우리의 복지를 위해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 내에 더 많은 생태공간을 만들어 기후변화의 영향을 저감시키고 자연과의 공존 방법을 배워나가야 한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생태계 서비스와 회복탄력성을 피부로 느끼고 배우면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이고, 어떻게 생활방식을 바꿀지 쉽게 이해하고 행동하게 될 것이다.
 

박용목 국립 생태원장. [사진=환경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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