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유지 지원금과 관광융자 등 정부 지원을 통해 겨우 버텨왔지만, 사태 장기화는 업계 붕괴를 부추겼다. 최근 몇 년 새 디지털 보편화에 따른 글로벌 OTA와의 경쟁에서도 밀리고 있던 업계는 점점 버틸 힘을 잃어갔다. 업계는 "자가격리 일수 완화, 트래블버블 추진 등 업계 회복을 위해선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업계 회복을 위해선 정부 지원과 규제 완화가 무엇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본지는 고사 직전에 처한 업계의 현 상황을 진단하고, 향후 여행업계 회복을 위한 과제와 업계 전문가 제언 등을 3회에 걸쳐 싣기로 한다. <편집자 주>
"14일 자가격리 단계적 완화와 트래블 버블 합의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주십시오. 이것이 바로 개점 휴업 상태의 여행사를 살리는 길입니다."
코로나19 장기화에 줄도산 위기에 처한 여행업계가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용유지 지원금과 관광융자 외에 업계가 회복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 달라는 것이다. 정부도 업계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향후 여행업 회복에 걸림돌이 됐던 각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도종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과 한국여행업협회가 주최한 '여행업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서다.
◆자가격리·트래블 버블 단계적 완화 논의 '절실'
김진국 하나투어 대표이사는 이날 토론에서 "여행업과 항공산업을 살리기 위해선 국제관광 활성화가 필수적"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한국여행업협회(KATA)에서 실시한 여행사 실태 조사 결과, 대부분 여행사가 개점 휴업 상태고, 여행사 대표는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등 생각보다 여행업 운영 상황이 심각하다고 토로했다.
김진국 대표는 "코로나19 여파에 정부가 질병 관리에 치중하고 있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그 안에서도 어떻게 여행업을 살려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면서 "정부 지원과 국내관광 대책만으로 업계가 회복할 수는 없다"고 꼬집었다.
김 대표는 자가격리와 트래블 버블의 단계적 완화를 요청했다. 올해 말이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으로 보였던 코로나 팬데믹 리스크가 내년까지 지속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포스트 코로나'가 아닌 '위드 코로나' 인식으로 여행·항공업 생존 활로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출장객 등 특정 수요에만 자가격리 면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대부분 입국객은 14일간 자가격리가 필수다. 방역 우수 지역 간 안전막을 형성해 두 국가 이상이 제약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이 체결되면 일반인도 해외여행 시 14일 자가격리에서 해방될 수 있다.
최근 홍콩과 싱가포르 두 국가는 7개월 만에 '트래블 버블'을 만드는 데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김 대표는 "코로나19 시기에 개별여행을 떠나는 수요는 제한된다. 동선 관리가 쉽지 않기 때문에 여행사를 통해 많이 떠나려고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의 경우 항공과 숙박, 카페, 레스토랑 등의 방면에서 인증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여행 시 이런 시스템을 활용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허용해준다면 단계적으로 해외 입출국 수요는 분명 증가할 것"이라고 전했다.
하나투어는 최근 출발 전 자가진단 △안전여행 기본 체크 등 총 32개 항목으로 구성된 안심여행 체크리스트(SAFETY&JOY)를 선보였다.
이어 "상호주의에 입각한 트래블버블 합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방역 우수국가를 넘어 방역 우수지역을 제한해 트래블버블을 합의한다면 단계적으로 여행산업 활성화를 위한 기초가 된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다.
김 대표는 "베트남의 경우 '다낭', 라오스는 '방비엥' 등 방역이 우수한 지역에 한해 트래블 버블을 개시하면 여행사도 이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정부에서 방역 관리가 우수한 호텔, 교통수단, 관광지 등을 인증하는 '방역 표준화'를 만들어 주어 기본적인 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내국인 수요만으로 여행업 유지 힘들다
김영문 한국호텔업협회 부회장은 "힘든 업계를 특별재난업종으로 선정하고, 조건 없이 과감한 지원을 해달라"고 요구했다.
김영문 부회장은 "내년 상반기에도 호텔업뿐 아니라 관광업 전체가 힘들 것"이라며 "내년 3월부터는 관광진흥기금 융자도 끝나는 등 상황이 더 악화할 것이다.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 부회장은 "업계가 자체적으로 살 궁리도 해야 한다. 국내외 호텔과 리조트는 안전한 곳이 꽤 많다. 어떤 방식으로든 비행기를 띄워야 한다"면서 "우리나라는 외국인만 수용 가능한 호텔을, 해외는 한국인만 받는 호텔을 각각 지정해 운영하는 것도 업계를 살릴 작은 대책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는 "외국인이 입국해 채워주지 않으면 내국인 수요만으로는 유지가 힘들다"며 "안 된다고 생각하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행 세금공제·디지털 전환 대비 등 필요
여행 세금공제와 디지털 전환 대비 등에 대한 제언도 쏟아졌다.
이우석 먹고놀랩 대표는 "코로나19 시대에 여행 자체를 치기 어린 것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고 운을 뗐다. 각종 기사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 달리는 댓글에서도 "여행을 가라고 부추기냐, 이 시국에 무슨 여행이냐"고 꼬집는 이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우석 대표는 "여행 자체를 죄악시하는 국민의 인식이 개선되지 않으면, 코로나19 종식 이후에도 여행업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국가 정책상 감염 예방이 가장 중요한 목표지만, 이분법적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며 "정부에서 '여행'이란 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캠페인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국내관광 활성화를 위해선 관광·레저 비용에 대해 소득 공제를 하면 국민의 소비 진작효과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야놀자 신상철 실장은 "여행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단언하면서도 "밀레니얼 세대 중심으로 바뀌는 여행 판도 속에서 이들이 다시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신상철 실장은 "여행도 비대면화 시대"라며 변화하는 흐름에 발맞춘 시스템은 필수적이라고 전했다.
그 방안으로 △키오스크 등 변화하는 여행패턴에 적응할 인프라 구축 △모바일로 예약하고 모바일을 보며 찾아가고, 모바일에 저장하는 등 '친 모바일화'에 적응 △숙박·레저·교통서비스 상호 소통 등을 들었다.
임수열 프렌트립 대표이사는 "디지털 시대에 여행업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도 "그 부분을 관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수열 대표는 "스타트업의 경우 인력관리가 안된다.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오창희 한국여행업협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업계의 현 상황을 다시 한번 전했다.
오창희 회장은 "현재 여행업계 상황을 보면 고용노동지원금 정도의 정부 보조로는 내년까지 유지할 수 없다"면서 "현실적으로 관광업계의 걸림돌이 되는 14일 자가 격리 문제에 대해 정확한 데이터를 갖고 질병관리청 및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이에 대해 단계적으로 완화할 수 있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정부 "규제 완화 등 업계 회복 위해 더 힘 쏟겠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들을 토대로 정부는 현재 업계의 발목을 잡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는 등 코로나19에 위기를 겪는 여행업계가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윤희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은 "자가 격리에 대해 방역 당국과 논의하겠다"고 답했다. 최윤희 차관은 "정부에서 관광융자 등을 지원했지만, 더 해드리지 못해 송구하다"면서 "까다로운 융자신청 등의 문제도 실질적으로 업계에 도움이 될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약속했다.
최 차관은 "4대보험 지원과 소득공제에 대한 부분도 재정 당국과 논의를 하겠다"면서 "문체부도 여행업계에 무엇을 도와드릴 수 있을까 항시 고민하고 또 해결책을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상용 한국관광공사 관광산업본부장은 "인식 변화를 위해서 공사는 안전여행 문화를 확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더불어 우수한 관광 상품을 발굴하기 위해 지자체에 트렌드 가이드를 제시하고, 토종 여행사와 관광벤처 간 협업 추진을 위해 노력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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