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유리한 고지에 서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가짜뉴스'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실 확인도 되지 않은 황당한 내용을 믿는 트럼프 지지자들은 더욱더 흥분하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5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애리조나 주민과 10명의 유권자가 마리코파 카운티 선거 당국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유는 황당하다. '샤피펜'이라는 브랜드의 유성 사인펜을 사용해 기표했는데, 잉크 번짐 현상으로 자신의 표가 무효 처리됐으니 재투표 기회를 달라는 것이다.
샤피펜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식 문서에 사인할 때 사용하는 펜이다. 미국 소셜미디어(SNS)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샤피펜을 자주 사용해 샤피펜으로 기표한 투표용지가 모두 무효 처리됐다는 루머가 돌기 시작했다. 특히 바이든 후보가 역전한 경합주인 애리조나주와 미시간주에서도 "샤피펜으로 기표하면 계수기가 인식을 못한다" 등 소문이 퍼졌다.
이에 애리조나주 선거관리 당국은 "샤피펜으로 기표해도 문제가 없다"며 잉크가 번진 투표용지도 계수기가 인식한다고도 설명했다. 미시간주도 샤피펜 사용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샤피펜에 관한 가짜 뉴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위스콘신주에서는 등록된 유권자 수보다 더 많은 인원이 투표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CNN 방송 등에 따르면 공화당 지지자 SNS 전문가 마이클 쿠드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위스콘신 등록 유권자는 312만 9000명인데, 표는 323만 9920장이 나왔다. 부정선거의 직접적인 증거"라고 주장하는 글을 올렸고, 이 글은 트럼프 지지자에게로 급속도로 퍼졌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위스콘신 선거관리위원회는 1일부로 유권자 368만 4726명이 등록됐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330만 표 이상이 개표됐으니 부정선거라는 증거가 없다"며 가짜뉴스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해당 영상은 바이든 후보가 한 팟캐스트 방송에서 부정선거 시도에 대항해 싸우는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목을 앞뒤 자르고 편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트위터 측은 해당 글에 경고문을 붙였고, 페이스북은 접근 자체를 막았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 역시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사실인 양 공개 발언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에서 "개표가 중대한 사기" "그들(민주당)도 법정으로 가자고 했다" 등 발언을 서슴없이 했고, 이를 그대로 믿은 지지자들은 거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바이든 캠프 측은 트럼프 캠프 측의 소송에 대해 대응하는 차원에서 법률팀을 꾸려놓겠다고 밝힌 바는 있지만, 개표와 관련해 법정으로 가자고 밝힌 적이 없다. 이에 BBC 방송은 "바이든은 선거운동 기간 대선 이후 법정 싸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며 가짜 정보라고 지적했다.
한편, 조 바이든 후보는 선거인단 264명을 확보하며 목표 인원수인 270명을 6명 남겨두며 승리를 코앞에 두고 있다.
하지만 선거인단이 214명에 불과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역전당한 경합주를 대상으로 개표 중단 및 재검토 소송을 걸며 불복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소송을 해도 결과가 뒤집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역전하려면 아직 개표가 끝나지 않은 경합주를 모두 이겨야 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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