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장 선거는 백년대계의 시작…적임자 없다면 직접 나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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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입력 2020-11-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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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말하지 말아야 할 때 말하는 것은 그 죄가 작지만, 말해야 할 때 말하지 않는 것은 그 죄가 크다." 유준상 대한요트협회 회장(78)의 저서 <내 인생의 마라톤은 끝나지 않았다>의 첫 장에는 이러한 글귀가 적혀있다. 조선 제22대 왕 정조가 「홍재전서」를 통해 한 말이다.

지난 4일 늦은 밤, 서울 영등포구 모처에서 유준상 회장과 만났다. 그는 책의 글귀처럼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의 판세를 보니 참으로 개탄스럽다. 고(故) 최숙현 선수의 한(恨)을 풀고, 재발 방지에 힘쓰는 것보다는 표심을 얻으려고 아등바등하고 있다"며 "이기흥 현(現) 대한체육회 회장을 비롯해 출마를 선언한 사람이나, 출마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대한체육회는 문제가 많다. 정치적인 입김도 심하다. 정부가 대한체육회를 좌지우지하면 안 된다. 사람이 바뀌어야 앞으로의 100년을 기약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가 정치판처럼 돌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회장은 능력이 있어야 한다. 스포츠 발전을 위해서 공헌한 기업의 총수나, 지도력을 갖춘 스포츠인이 출마하면 발 벗고 나서서 도울 생각이다. 만약, 적임자가 없다면 직접 나서서 단 한 표를 얻더라도 완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준상 회장은 전남 보성군에서 태어났다. 스포츠는 그의 가슴 한쪽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다. 본인(유도 5단)을 포함해 가족 중에 운동선수(유도·배구·하키·농구·축구·권투·바둑·볼링 등)가 많은 덕이다.

광주고등학교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해외(중국·일본·미국)에서 배움을 이어갔다. 배움의 길은 끝이 없다. 현재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중문어학과 2학년에 재학 중인 그는 학교 운영위원장에 위촉돼 활발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4선(11·12·13·14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한참 천장을 바라보던 그는 어렵사리 "정치는 마약과도 같았다"고 표현했다. 정치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라톤을 시작했다. 전국 8도에서 42.195㎞를 뛰며 묵은 때를 벗겼다. 매번 다른 풍경을 보며, 다른 사람들과 함께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한 마음의 싹을 틔웠다.

유준상 회장은 "2007년 마라톤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300m도 못 뛰었다. 7개월 만에 42.195㎞를 완주했다. 국회의원 4선에 성공했을 때보다 행복했다. 이제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2009년 제주 울트라 마라톤에서는 100㎞를 뛰었다. 독도 수호 마라톤 대회와 국제 마라톤 대회 등을 신설했다. 국가를 생각하는 애국심과 우리나라 스포츠 발전을 위한 길을 모색하면서다. 스포츠에 대한 사랑도 마라톤처럼 쉼 없었다. 영원한 스포츠인으로 남고 싶다"고 설명했다.
 

사람들과 함께 달리는 유준상 회장[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그런 그가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1974년이다. 대한레슬링협회 이사이자, 선수훈련단장으로서 선수들을 이끌고 전지훈련에 동참했다. 인연은 계속됐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는 국회 지원 특별 위원을 비롯해 2009년부터 8년간 대한롤러스포츠연맹 회장, 월드스케이팅 CIC 멤버, 국민생활체육회 고문 등을 역임했다. 현재는 대한요트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특이한 케이스다. 정치인의 때를 벗고, 스포츠 행정가로 완벽하게 탈바꿈한 셈.

그에게 올해로 100주년을 맞이한 대한체육회의 현주소를 묻자, 주저하지 않고 '인성 교육'을 강조했다.

그는 "고 최숙현 선수의 사건과 같은 일들이 아직도 자행되고 있다. 매번 수면 위로 떠오르지만, 금세 가라앉는다. 이번도 마찬가지다. 급격하게 조용해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더욱 '인성 교육'이 중요하다. 진천 선수촌에서는 선수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태릉 선수촌에서는 선수들의 인성 교육을 하는 것이 바르다고 본다. 이는 지도자, 선수, 동호인, 체육회 관계자 등이 들어야 하는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어서 대한체육회의 재정적 자립에 관해 설명했다. 그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대한체육회가 정치에 휘둘리기 시작했다. 독립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정부에서 예산(매년 4000억원)을 받는 것을 중지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독립 단체로 '우뚝' 서야 한다. 스포츠토토와 스포츠 마케팅 등도 대한체육회에서 다루어야 한다. 그래야 자생력이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고 했다.

내년 1월로 예정된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에 관해서도 질문했다. 그는 "대한체육회 회장에게는 4가지 덕목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는 'AMPC'라고 부르고 있다. 'APMC'는 능력(ability), 도덕성(morality), 애국심(patriotism), 소통(communication)"이라고 말했다.

그가 말한 첫째는 능력이다. 해외에 나가서도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외국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통역을 데리고 다니는 것으로는 네트워크를 다질 수 없다. 둘째는 도덕성이다. 국가를 대표하는 체육회의 수장이면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 셋째 애국심이다. 한국 스포츠 발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넷째는 소통이다. 지금과 같은 상황이 아닌 더욱 소통하고 의견을 나누는 체육회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그는 "현재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 중에서는 이러한 바탕을 깔고 있는 사람이 없다. 적합하지 않다. 앞으로의 100년을 바라보려면 신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먹을 불끈 쥔 유준상 회장[사진=대한요트협회 제공]

유준상 회장의 호는 당산나무(마을을 지키는 나무)를 뜻하는 '당수(堂樹)'다. 한 지인이 사람을 가슴으로 품는 그의 행실을 보고 붙여줬다. 어떠한 이는 그런 그에게 '체육계에서 당수와 같은 존재가 되어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라고 물었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지난날의 질문을 되새겼다. 그리고 그는 "체육계의 '당수'가 될 준비를 마쳤다. 17개 시·도를 돌고 오겠다. 당장 내일 출발할 계획이다. 이번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는 백년대계(百年大計)의 시작이다. 대한체육회 회장은 중요한 자리다. 과감한 개혁이 따라야 한다. 이론과 실천은 판이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과거 체육회 주요 요직에 있던 사람들이 외쳐본들 누가 기대하겠냐"며 "회장에 걸맞은 사람이 당선돼야 한다고 본다. 밀어줄 사람이 있다면 확실하게 밀어주고, 없다면 직접 나서겠다. 100년의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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