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에서 시작한 연구…결과 보고 세계가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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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철 기자
입력 2020-11-17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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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제공]


치매가 발생하는 명확한 원인을 밝혀낸 연구 성과는 당초 별세포가 뇌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관찰하는 데서 시작됐다. 별세포는 뇌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별 모양의 비신경세포다.

16일 기초과학연구원(IBS)은 연구진 인터뷰에서 “이번 연구는 별세포를 제거한다면 뇌 기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고 싶은 단순한 호기심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연구진이 처음에 계획했던 별세포 제거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

예상과 다른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추가 연구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별세포가 독소를 분해하는 능력 및 회복력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별세포 제거 대신, 독소에 반응해 ‘반응성 별세포’가 유도되는 상황임을 알게 되면서 연구는 전환점을 맞게 됐다.

반응성 별세포를 선택적으로 유도할 수 있는 실험 모델을 만들기로 한 것이다.

별세포는 평소 뇌의 항상성을 유지하는 역할을 하지만, 치매를 포함한 뇌질환에서 별세포의 수와 크기가 증가하고 다양한 기능적 변화를 동반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렇게 변화된 별세포의 상태를 ‘반응성 별세포’라고 한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사용해 중증 반응성 별세포는 신경세포 사멸을 포함한 치매의 주요 병증을 보여주며 치매가 진행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예상과 다른 연구결과에 대한 역발상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회상했다.

지금까지 치매는 ‘아밀로이드베타’라는 물질이 원인이라는 가설만 존재해 왔다. 하지만, 해당 물질을 제거하는 치료제를 사용해도 치매가 지속되는 등 한계가 존재했다.

연구진의 가장 큰 성과는 치매가 발생하는 데 아밀로이드베타뿐 아니라 더 중요한 다른 요인이 존재하는 것을 밝혀냈다는 점이다.

특히 연구진은 중증 반응성 별세포 및 치매 병증이 별세포의 과산화수소 생성을 통해 촉진된다는 기전을 밝힐 수 있었다.

이는 치매 발병의 세포학적 모델을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분자적인 기전도 규명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또한 반응성 별세포는 치매뿐만 아니라, 파킨슨 병, 뇌종양 등 다양한 뇌질환에서 나타나는 현상인 만큼 각 뇌질환에 관련된 반응성 별세포의 중증도에 따라 신경세포 사멸이 촉진되는 기작 연구로 확장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연구 결과로 치매 치료뿐 아니라 치료제 개발에 새로운 길이 열릴 것으로 기대된다.

치매의 진단은 치매가 어느 정도 진행이 된 후에 이루어진다. 초기에 나타나는 반응성 별세포를 타깃으로 하는 치매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세우는 것은 치매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중요 단계다.

연구진은 반응성 별세포를 초기에 진단하기 위한 방법 개발과, 반응성 별세포를 되돌릴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뇌과학연구소 류훈 단장은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뇌에서는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해 이 반응성 별세포의 비정상적 활성을 제어하는 연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은 “지금까지 알츠하이머 치매의 부산물로만 여겼던 반응성 별세포가 신경세포사멸의 주원인임을 새롭게 밝혀서 기쁘다”며 “치매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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