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스북이 가상현실(VR)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2를 국내에 선보였다. 출시 3일 만에 1만대가 팔릴 만큼 인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VR의 신세계가 열렸다"며 호평이 쏟아진다. 그간 열리지 않았던 국내 VR시장이 오큘러스 퀘스트2 출시를 계기로 활짝 열릴 것이란 전망도 업계에서 나온다. 기존 VR기기보다 얼마나 좋길래 이런 반응이 나오는 걸까. 지난 설 연휴를 활용해 틈틈이 퀘스트2를 이용해봤다.
박스를 개봉한 뒤 퀘스트2를 들어봤다. 생각보다 가벼웠다. 실제 무게는 503g으로, 앞서 출시된 마이크로소프트(MS)의 홀로렌즈2보다 약 60g 가볍다. 퀘스트2는 전작보다도 10g 더 가벼워졌다.
전원 버튼을 켜고 페이스북 아이디와 연동시키는 초기 설정을 마치니 눈앞에 거실 공간이 펼쳐졌다. 거실 창 너머로 노을이 폭포수가 쏟아지는 절벽을 따스하게 비추고 있었다. 서울 한복판에 있던 내가, 갑자기 중동의 이름 모를 도시에서 나른한 오후를 즐기고 있는 느낌이 들 정도로 영상도 생생했다. 최대 90Hz를 지원하는 주사율 덕분에 전후좌우 움직임도 자연스러웠다.
전원을 켠 뒤 시작 전 원하는 활동 반경을 직접 설정하는 기능도 있다. 퀘스트2를 낀 상태로 팔이나 몸을 휘두르다 주변 사물에 부딪히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설정해놓은 활동반경을 몸이나 팔이 넘어가면 격자무늬가 그려진 투명한 벽이 뜨면서 경고를 보낸다. 덕분에 온몸을 움직여도 주변과 부딪힐 우려는 없었다.
퀘스트2와 컨트롤러 모두 무선이라 움직임에 불편함이 없었다. 컨트롤러에는 반응형 햅틱 피드백이 적용돼 버튼을 누르거나 게임을 즐길 때 '지잉' 하고 울려 손맛을 전달한다. 컨트롤러 대신 손으로 작동하는 것도 가능하다. VR 세계 안에서 마치 아이언맨이 된 것마냥, 특정 사물을 손으로 집어 올리거나 스크롤하는 동작을 해볼 수 있다.
거실에 뜬 대형 TV 화면에는 여러 VR 앱을 선택하고 구매할 수 있는 메뉴창이 보였다. 지원되는 앱 중에는 넷플릭스와 유튜브도 있다. 눈앞에 바로 대형 빔프로젝터가 놓인 것처럼 큰 스크린과 서라운드 사운드로 편안하게 누워서도 영상을 즐길 수 있었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VR 리듬게임인 비트세이버, 파퓰레이션 원, Fit xr, 복싱, 탁구 게임 등도 눈에 띄었다. 향후 SK텔레콤이 투자 제작한 크레이지월드 VR, 프렌즈VR월드 등도 발매될 예정이다. 다만 전체 200여종의 게임 중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것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본 "제대로 퀘스트2를 즐기려면 약 10만원 어치 유료 결제는 감수해야 한다"는 후기가 떠올랐다.
무료 앱으로도 퀘스트2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에픽 롤러코스터라는 게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에픽 롤러코스터는 일반 탑승모드, 레이싱, 슈팅모드 등 세 가지를 제공한다. 레이싱은 카트를 컨트롤하거나 최대한 빨리 질주해 높은 점수를 따는 게임이며, 슈터 모드는 롤러코스터를 타고 달리면서 주변의 과녁판을 맞추는 게임이다. 실감나는 사운드와 고화질 영상 덕분에 빠르게 레일을 타고 내려가는 내리막길에 접어들자 몸이 절로 숙여졌다.
또 다른 무료 앱인 '미션 : ISS'을 실행해봤다. 미션 : ISS는 우주인이 되어 무중력 상태의 국제 우주정거장 내부를 돌아다니는 교육용 게임이다. 우주정거장 내부에서 물건을 이동하거나 특정 장소로 이동하는 등의 간단한 미션들이지만 그 과정에서 세밀하게 구현된 우주선을 살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조금 아쉬운 점도 있다. 안경을 끼고 그 위에 퀘스트2를 끼려니 초점이 맞지 않았다. 안경 위치를 고정하고 초점을 맞추려 해도 움직이다보면 어느새 또 초점이 흐려져있다. 안경 착용자를 위해 제공되는 안경스페이서와 안경을 끼우는 방법도 있지만 그만큼 시야각이 줄어든다는 단점이 있다. VR을 제대로 즐기려면 퀘스트2 전용 안경 렌즈를 별도로 구매해 끼우는 것을 추천한다.
또한 기기 이용 초반에는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어, 공간의 상하좌우가 뒤집히는 콘텐츠는 충분히 적응한 뒤에 즐기는 것이 좋다. 퀘스트2는 영상 화질이 높다보니 타 기기에 비해 어지럼증은 덜한 편이지만 사람에 따라 두통이나 어지럼증을 느낄 수 있다. 이외에 완충 후 이용가능한 시간이 2시간에 불과하다는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많이 가벼워졌다곤 하지만 2시간 동안 끼고 움직이기에는 기기는 여전히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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