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후티(Houthi)와 사우디아라비아 간 대립 구도가 심화하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원유시장으로 향했다. 반군 후티가 7일(현지시간) 사우디의 국영 석유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석유생산기업인 사우디 아람코(Aramco) 석유 시설을 공격해 원유 공급량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전망에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를 향한 드론과 탄도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사우디군 역시 즉각 보복 공습에 나섰다.
사우디 당국은 이날 오전 라스타누라의 유류 저장소에 바다로부터 날아온 드론 공격을 받았으나, 드론이 목표물에 도달하기 전에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어 탄도미사일 파편이 사우디 동부 도시 다란의 거주지에 떨어졌다면서도 재산 및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후티 반군의 공격에도 사우디 아람코의 석유시설 등 재산·인명 피해가 없었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안감을 잠재우려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유 시장은 사우디 당국의 발표에도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적했다.
사우디 에너지부는 “라스타누라의 석유저장탱크가 드론 공격을 받았지만, 사상자와 손실은 없다”고만 밝히며 구체적인 상황 설명은 하지 않았다.
라스타누라는 세계 최대 정유공장과 해양 석유적재시설이 밀집한 곳이다. 지난 2019년 후티 반군이 이곳과 동부 일대를 드론과 탄도미사일로 공격하자, 사우디는 일일 원유생산량을 일시적으로 절반 이하로 줄인 바 있다.
FT는 “세계 1위 석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에너지 시설이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일요일(7일) 국제유가는 14개월 만에 처음으로 배럴당 70달러를 넘어섰다”고 설명했다.
FT에 따르면 국제 원유시장 벤치마크인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배럴당 71.16달러로, 2%가 뛰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도 배럴당 67.86달러를 기록, 비슷한 수준의 상승률을 보였다.
암리타 센(Amrita Sen) 에너지애스펙츠(Energy Aspects) 원유 부문 선임애널리스트는 “(후티 반군의 공격이) 석유 공급에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시장 거래자들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유가 상승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유가는 사우디와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지난주 산유량 감산을 유지하기로 한 이후 이미 강한 상승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에너지 데이터 분석업체인 엔버루스(Enverus)의 빌 파렌 프라이스(Bill Farren-Price) 이사는 “(후티 반군의) 이런 공격의 횟수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우리는 (후티 반군이) 사우디 석유시설에 심각한 피해를 줄 능력이 있다는 걸 알고 있다. 이는 원유 ‘리스크 프리미엄(Risk Premium)’을 높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최근 예멘 북부의 정부군 거점인 북서부 마리브주 장악을 시도하는 동시에 사우디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 특히 지난달 미국이 후티 반군에 대한 테러 조직 지정을 철회한 이후 공격의 빈도가 늘어났다.
예멘 내전은 지난 2014년 말 후티 반군의 수도 사나 장악으로 시작됐다. 2015년 사우디와 미국이 예멘 내 이란의 영향력 확대를 막고자 개입하면서 분쟁은 본격화됐고, 6년째 이어지고 있다. 예멘 내전으로 현재까지 사망자는 13만명 이상에 달했고, 300만명이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한편 에너지 컨설팅기업 우드맥킨지의 앤루이 히틀 부사장은 “각국에서 연료 소비가 회복되는 와중에 감산이 연장됐다”며 “다음달 중엔 원유 가격이 배럴당 70~7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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