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저기, 高금리와 强달러가 섬뜩하게 윙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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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숙명여대 명예교수
입력 2021-03-14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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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세돈 교수 제공]

코로나 사태와 함께 전 세계 금융시장을 긴장하게 하는 또 다른 사태가 미국 발 금리상승 현상이다. 최근 미국 장기 국채수익률은 무섭게 올라가고 있다. 만기 10년 이상 장기물의 수익률은 1.50%를 넘어 1.60%를 넘보고 있고, 30년 만기물은 2.30%를 훌쩍 넘겨 2.50%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10년 만기물의 경우 지난해 7월에 0.60%에서 5개월 만에 네 배로 뛰었고, 30년 만기물도 지난해 8월 1.20%에서 2.40%로 두 배로 올랐다.

2018년 가을 이후 계속해서 2년 가까이 내리던 금리들이 2020년 7, 8월을 전후해 갑자기 오름세로 반전한 까닭은 무엇인가? 가장 직접적으로는 지난해 8월을 전후해 연방준비제도(Fed)가 수익률 곡선 관리정책, 즉 장기금리를 지속적으로 낮게 유지하는 정책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의문이 제기된 것이 큰 영향을 주었다. 많은 연준 내외 경제학자들은 2018년 하반기 이후 극도로 낮은 장기금리가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크게 높이는 것에 대해 여러 번 경고성 논문을 발표했다. 이런 연구 논문은 정부가 발행한 장기채를 대규모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하던 관행을 축소해야 함을 주장한 것이다. 이런 연준 내부의 연구물들이 8월을 전후해 공공연히 발표되면서 시장의 국채수익률도 덩달아 지난해 10월 말까지 가파르게 올랐던 것이다.

장기국채 수익률이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다시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난 것은 2021년 1월이다. 이것은 두 가지 측면에서 바이든의 대통령 당선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하나는 바이든 대통령 당선으로 연준의 철학과 인적 구성이 공화당 중심에서 민주당 성향이 강한 쪽으로 바뀔 것이라는 점이다. 금융시장만을 배불리는 무지막지한 양적완화에서 고용과 산업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선택적·핀셋적 양적완화로 연준의 정책방향이 바뀔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런 정책 전환을 위해 향후 연준의장과 인적 구성도 바뀔 것이라는 기대도 숨어 있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엄청난 규모의 재정지출 부담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1조9000억 달러 규모 미국재정지원법(ARP) 이전에 이미 지난해 코로나 대응을 위한 2조2000억 달러 규모의 CARES법과 2조3000억 달러 규모의 총합재정조달법이 통과된 상태였다. 따라서 미국 정부는 총 6조4000억 달러에 달하는 재정지출 부담을 안게 되면서 천문학 적인 국채를 발행해야 할 상황에 처한 것이다. 2020년 12월 말 현재 미국의 국채 잔액이 21조 달러인 것에 비추어 볼 때 코로나 사태 수습을 위한 추가지출 부담 6조4000억 달러가 얼마나 큰 것인지 알 수 있다.

문제는 연준의 소화능력이다. 뉴욕 연방은행의 월간 국채 매입한도는 800억 달러, 연간으로 1조 달러에 못 미친다. 연준의 국채 보유잔액도 1조3000억 달러에 불과하다. 그것에 비추어 볼 때 3월과 4월에 걸쳐 쏟아져 나올 월 4000억 달러 이상의 국채물량은 연준 월 매입한도 800억 달러의 네 배가 넘는 규모이다.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국채매입량을 늘리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시장은 늘어난 국채 공급을 소화하기에 역부족일 것이라는 판단이 지배적이다.

금리 상승을 부추기는 또 다른 복병은 인플레 우려다. 물론 옐런 재무부장관이나 파월 연준 의장 모두 인플레 우려를 부정하면서 아무런 행동을 취하고 있지 않지만, 그렇다고 2021년 내내 그럴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경제가 바닥을 벗어나면서 인플레 징후가 뚜렷해질 것이고 따라서 연준도 단호한 기준금리 인상의 카드를 조만간 꺼내야 할 때가 올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많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2022년에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려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2021년 성장률이 7% 가까이로 상승하면 2022년의 인플레는 불가피하고 따라서 연준의 행동도 따라올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인플레 가능성에 대해 매우 비관적인 분석가들도 없지 않다. 그들은 두 가지 구조적인 이유를 들고 있다. 기술의 발달로 가격이 매우 안정적이고, 양극화와 인구구조의 고령화로 저소득계층과 고령층의 소비가 극도로 둔화된 것도 인플레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6조 달러가 넘는 경기부양 재정정책이 물가상승 압력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다만 물가상승이 연준의 금리 인상을 부추길 정도로 심각하게 클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미국 국채시장이 유례없는 저금리의 루비콘 강을 건넌 것은 확실해 보인다. 이제 앞으로 몇 년간은 지난 몇 년과 같은 저금리 시대를 다시는 겪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 왜냐하면 첫째로, 미국 정부의 국채발행량이 너무 과도하다. 4조5000억 달러에 달하는 2020년의 CARES법과 총합재정조달법 위에 또다시 1조9000억 달러의 재정지출 정책을 펼치는 것은 아무리 낙관적으로 본다 하더라도 과도한 국채 공급이 아닐 수 없다. 둘째로, 막대한 양의 국채 소화를 상당부분 연준이 흡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통화량의 급격한 증가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2008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펼친 양적완화에 비하면 현재의 국채 인수 규모는 그때의 다섯 배에 달할 정도로 본원통화 발행 속도가 가파르다. 이것이 달러의 과잉공급과 달러가치의 하락과 맞물릴 경우 걷잡을 수 없는 금융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달러에 대한 수요 감축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금리인상은 불가피하다. 셋째로, 조만간 인플레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점이다. 1970년대와 같은 초인플레가 닥치지는 않겠지만 2%를 넘는 3% 혹은 4% 인플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 국채 금리가 오르면 우리나라에 두 가지 경로로 큰 영향을 미친다. 하나는 전반적인 달러강세다. 달러가 강세가 되면 원화는 약세가 되기 때문에 국내로 들어와 있던 외국계 주식 혹은 채권투자 자금의 유출이 빠르게 일어난다. 우리나라 증시가 크게 출렁일 수밖에 없다. 다른 하나는 미국 국채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면서 외국계 자금은 물론 국내자금의 해외 유출을 촉진시키게 된다. 이 둘 다 국내자금의 해외 유출과 달러 강세를 유발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외자 유출과 원화환율을 동시에 안정시키기 위해서 통화당국은 보유 외환을 적극적으로 풀어야만 하는데, 외환보유액이 한정된 상황에서 외환의 고갈을 막기 위해서 한국은행도 조만간 국내금리를 올리지 않을 수 없게 된다. 결국, 국내금리 상승, 원화 약세 및 국내증시의 불안은 불가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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