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물류, 원자재 업계 등이 비상에 걸렸다. 해운 물류의 대동맥이자 세계의 무역로인 수에즈 운하(Suez Canal)가 지난 23일부터 대형 컨테이너 선박에 가로막혀 마비됐기 때문이다.
25일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길이 400m, 너비 59m 규모로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보다 높고 긴 2만2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초대형 메가 컨테이너 화물선박 ‘에버기븐(EverGiven)호’가 수로를 가로지른 상태에서 좌초돼 수에르 운하의 항로가 막혔다.
AP통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이미 충격을 받았던 글로벌 해운 물류시스템이 초대형 컨테이너 선박의 수에즈 운하 좌초로 다시 한번 위기에 처했다고 보도했다.
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에버기븐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오전 7시경 홍해를 지나 북쪽으로 수에즈 운하를 지나나 통제력을 잃고 좌초됐다. 외신에서 공개한 에버기븐호 좌초 사진 및 영상에 따르면 길이 400m에 달하는 선박이 폭 280m인 수에르 운하를 비스듬히 가로질러 막고 있다. 심지어 에버기븐호의 선수는 한쪽 제방에 닿은 모습도 담겼다.
AP통신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에버기븐호의 좌초를 “수에즈 운하의 150년 역사에서 본적 없는 특별한 사건”이라고 표현했다.
수에즈 운하는 아시아와 아프리카 두 대륙의 경계인 이집트의 시나니반도 서쪽에 건설된 세계 최대의 운하로, 지중해의 포스사이드(Port Said) 항구와 홍해의 수에즈 항구를 연결하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지 않고 곧바로 아시아와 유럽이 연결되는 통로로, 세계 물류산업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운하의 총 길이 195km, 수심 20m로 70만 톤(t) 유조선의 통행도 가능하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에즈 운하를 통과한 선박은 1만9000대에 달했고, 하루 50척 이상의 선박이 통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예인 작업 난항···통행 재개 수주 걸릴 듯
이집트 수에즈 운하 관리청(SCA)은 좌초 사고 발생 후 에버기븐호 선체를 수로 방향으로 바로 세워 다른 선박이 수에즈 운하를 지날 수 있도록 하기위해 예인선을 보냈다. 하지만 에버기븐호의 규모가 워낙 크고 선박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하 닛케이)은 “24일에도 예인선 8척이 좌초 선박을 이동시키는 작업이 이어졌지만 선박 이동에 실패했고, SCA 측은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25일 오전(이집트 기준, 한국 기준 25일 오후) 작업을 재개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주요 외신들은 오는 28~29일경이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고 봤다. 조수 수위가 약 46cm까지 높아질 거란 전망에서다. 조수 수위가 높아지면 배가 모래제방에서 빠져나올 가능성이 커 선박 예인 작업이 성공할 것으로 본 셈이다.
다만 이 기간을 놓치면 조수 수위가 다시 높아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우려도 있다.
로이터통신은 “(28~29일) 이 기간을 높이면 최소 12~14일을 기다려야 수위가 다시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선박 예인작업에 진척이 없으면, 에버기븐호에 실린 컨테이너를 하역해 선박의 중량을 줄여야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컨테이너 하역 작업에는 크레인이 필요하고, 해당 작업이 이뤄질 경우에는 앞으로 수주 간 수에즈 운하 통행이 중단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닛케이는 “선박 운항 추적 사이트에 따르면 수에즈 운하의 양쪽 끝에서 많은 선박이 운하 통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며 “만일 이번 수에즈 운하 복구 작업이 늦어진다면, 대기 선박들은 운하 통행 재개를 기다리거나, 아프리카 대륙을 우회하는 경로를 사용할지는 결정해야 한다. 아프리카 대륙 우회 경로를 선택할 경우 이들의 항해 기간은 1주일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전날 기준 수에즈 운하에 정체된 선박의 수가 185척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원자재 공급 우려 긴장↑···유가, 5%대 급등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 소식에 국제유가가 크게 반응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일 대비 5.9%(3.42달러) 급등한 배럴당 61.1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도 5%대 급등세를 보이며 64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세계 원유·천연가스의 전략적 수송로인 수에즈 운하 통행 중단으로 원유의 공급에 차질이 생길 거란 전망이 원유 가격을 끌어올렸다.
닛케이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산유국에서 유럽의 소비국까지 가는 유조선뿐만 아니라 러시아산 에너지 자원을 아시아로 수송하는 선박도 수에즈 운하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수에즈 운하와 이어진 수메드 파이프라인이 세계 석유의 9%, 액화천연가스(LNG)의 8% 수송을 담당한다고 분석했다.
WSJ은 “수에즈 운하 사고는 이미 긴장 사태인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하는 가장 최근의 요인”이라면서 “이는 원자재 등 공급 부족을 악화 시켜 (상품)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선주·보험사 모두 日 기업···“배상금 최소 수백만 달러”
이번 사태는 에버기븐호 소유주는 물론 선박이 가입한 보험사에도 악재 될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에버기븐호 소유주와 선박이 가입한 보험사가 최소 수백만 달러의 배상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에 따르면 에버기븐호의 소유주는 일본회사인 쇼에이 기센(Shoei Kisen)으로, 선박 보험은 일본 보험사에 가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SCA와 항행이 중단돼 물류 일정에 차질이 생긴 다른 선박들이 선박 소유주와 보험사에 막대한 배상금을 청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SCA 측이 에버기븐호 인양 작업 비용도 청구하리라 전망했다. 이 소식통은 에버기븐호가 1억~1억4000만 달러(약 1586억3400만원)의 선체 및 기계 손상에 대한 보험에 가입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해운 변호사는 이번 사태에 대해 “배가 폭발하지 않은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 참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통신에 전했다.
한편 물류저널 로이드의 한 관계자는 “수에즈 운하에서 항행이 지연되면 선주는 하루에 약 6만 달러의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통행이 재개돼도 이미 지연된 일정을 맞추려는 선박들의 경쟁으로 도착 창구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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