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1년 3월 금융안정 상황’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명목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215.5%다. 전년 말(197.1%)보다 18.4% 포인트 상승했다. 1975년 통계편제 이후 역대 최대 수준이다. 명목GDP 성장률이 둔화된 가운데, 가계와 기업부채를 합한 민간신용이 늘어나면서 수치를 끌어올렸다.
작년 가계빚과 기업부채를 합한 규모는 3879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3555조7000억원) 대비 323조9000억원(9.1%) 급증했다. 가계빚(1726조1000억원)은 7.9%, 기업부채(2153조5000억원)는 10.1% 각각 늘었다. 가계보다 기업의 대출 증가세가 더욱 빨랐다. 코로나19 관련 자금 수요와 정부·금융기관의 금융 지원이 이어진 영향이다. 실제로 기업이 은행 등에서 빌린 금융회사 대출은 1359조4000억원으로 15.3%나 급증했다.
한은은 향후 취약 가구 및 실적 악화 기업의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정부 지원조치 등이 종료되는 시점에, 이들의 신용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같은 기간 자영업 고위험가구도 10만9000가구에서 19만2000가구로 늘었다. 여기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상, 자산평가액 대비 총부채(DTA) 100% 이상인 가구가 포함된다.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 매각을 통한 부채 상환도 어렵다는 뜻이다. 이들이 갖고 있는 부채 규모도 76조6000억원까지 불었다.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못했다. 이자보상배율과 차입금상환배율, 부채비율 기준치를 모두 충족하지 못해 부도 위험이 큰 ‘상환위험기업(위험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6.9%를 차지했다. 위험기업이 보유한 금융여신 비중은 전체 대상기업 여신(403조8000억원)의 10.4% 수준인 42조원 규모다. 한은은 코로나가 장기화하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경우 위험 기업은 8.1%, 위험 여신 비중은 16.6%까지 불어날 것으로 봤다.
가계대출의 경우, 비은행권 대출 규모가 급팽창했다. 작년 말 비은행 가계대출은 502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9%나 늘었다. 1금융권에서 고강도 규제가 이뤄지면서 비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몰린 풍선 효과다.
전체 대출 증가액(23조7000억원) 중 신용융자(10조원) 및 신용대출(9조5000억원) 비중은 82.7%를 차지했다. 신용융자는 주식시장이 호조를 보이면서 투자하려는 사람이 몰리며 지난해 108.7% 급증했다.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하기 위해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에서 대출을 받은 경우도 많았다. 지난해 비은행·비주택담보대출은 1조1000억원 늘며 0.4% 증가 전환했다.
부동산금융에 몰린 자금도 1년 사이에 212조원(10.3%)이 불어 2279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예년 증가율(7%대)에 비해 크게 늘었다. 증가분 중 가계여신은 89조2000억원 규모다. 부동산담보대출이 15조9000억원, 정책 모기지론이 21조1000억원, 전세 관련 보증이 35조400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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