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10명 중 4명가량이 중증장애인인 회사가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설립한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 ‘나눔누리’가 바로 그곳이다.
나눔누리는 2012년 설립된 LG그룹 최초의 자회사형 장애인 표준사업장이다. 경기 파주와 경북 구미 공장에서 스팀 세차, 카페, 헬스케어 마사지, 자판기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2019년 들어서는 김밥천국, 맘스터치 등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사업과 편의점 사업도 영위하고 있다.
그동안 근로자 수는 계속 증가해 현재 상시 근로자가 563명에 달한다.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있는 장애인 직원은 286명이다. 장애인 근로자 중 경증 장애인은 64명이며, 나머지 222명이 중증장애인이다. 나눔누리 전 직원의 39% 이상이 중증장애인인 셈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무리 없이 각자 맡은 바 소임을 다하며 경제활동을 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채용부터 직무 적응까지 꼼꼼한 케어
나눔누리는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설립 취지에 따라 지체·지적·시각·청각 등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 직원 고용을 확대해왔다. 특히 장애인 중에서도 훨씬 더 취업하기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채용을 늘리기 위해 중증장애인 적합 직무 개발 등을 해왔다.
특히 나눔누리는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신규사업 발굴과 업종 다변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2011년 한국장애인고용공단과 자회사형 표준사업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후 공단과 연계해 장애인 고용 직무를 개발해왔다. 이를 통해 장애인 구분 모집과 직무별 맞춤 훈련 등 취업 지원 프로그램 등을 마련, 지속적으로 장애인 채용을 이어오고 있다.
장애인 직원이 입사한 후에도 꼼꼼한 관리를 통해 빠른 적응을 돕고 있다. 사내 멘토링 프로그램과 직무 훈련 등을 통한 실무 적응 기간을 병행하고 있다. 조기 이탈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으로 직장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고용공단은 나눔누리의 이 같은 장애 유형별 맞춤 교육과 중증장애인 집중 채용 시스템을 통해 장애인의 자립 기회가 훨씬 다양해졌다고 평가한다.
또한 나눔누리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한팀이 돼 재능·장기를 선보이는 한마음 체육대회, 다양한 문화체험 활동을 진행하는 등 직원들 사이의 소통과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 나눔누리는 이처럼 꾸준하고 다양한 장애인 고용 노력을 인정받아 △2014년 장애인고용촉진대회 국무총리상 수상 △2017년 장애인고용 우수사업주 선정 △2018년 장애인고용촉진대회 석탑산업훈장 수상 등의 공적을 기록했다.
◆지역 장애인들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기업으로 인기
‘나눔과 어울림’이라는 비전을 공유하는 나눔누리는 지역 장애인들이 입사하고 싶은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특히 장애인 직원을 위한 세심한 복지로 인해 그 인기가 매년 높아지고 있다.
나눔누리는 장애인 근로자 전용 휴게실·탈의실·샤워실과 함께 점자 보도블록, 점자 유도 난간 등을 사업장 곳곳에 설치한 데 이어 등산화, 방한 조끼, 혈압계 등 다양한 물품도 직원들을 위해 지원하고 있다. 또 1년에 2회, 생활이 어려운 장애인 직원을 대상으로 여름철엔 에어컨을, 겨울철엔 보일러 설치를 지원하는 등 직원의 주거환경 개선에도 힘쓰고 있다.
나눔누리는 구미교육청과 MOU(꿈 JOB GO)를 맺고 특수학교 취업반 장애학생의 견학과 현장체험 교육장을 제공하는 등 장애학생의 진로도 지원한다.
나눔누리의 지원에 힘입어 새로운 꿈을 품게 된 이가 있다. 나눔누리 운영 카페에서 바리스타로 근무 중인 노지희씨(22·여·지적장애)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는 언뜻 봐서는 중증 지적장애인임을 전혀 알아채지 못할 만큼 밝고 야무진 성격의 소유자다. 장애에 좌절하거나 분노하기보다는 꿈을 향해 날아오르려는 전형적인 MZ(밀레니얼) 세대인 그녀는 바리스타 자격증을 보유하고 나눔누리에 입사한 이후 자신이 ‘해피 바이러스’ 같은 존재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나눔누리는 나와 같은 환경에서 바리스타를 꿈꾸는 친구들에게 매우 좋은 직장이죠. 동료 중에 장애인이 많은 것도 일에 적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돼요”라며 밝게 웃어보였다. 노씨는 이어 “카페라떼 만드는 게 제일 자신 있어요. 거품기로 정성스럽게 멋을 낸 아트를 보고 고객들이 고마워할 때 가장 행복하죠”라며 “언젠가 세계 여행을 하며 외국 장애인에게 바리스타의 길을 안내해 주는 것이 일차적인 꿈이고, 다음에는 내 카페를 차려 장애인들이 부담 없이 체험·소통하는 공간을 만들고 싶어요”라며 작은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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