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종 칼럼] BTS와 삼포세대, 밖에서 보는 한국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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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입력 2021-06-03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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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종 숙명여대 국제관계대학원 교수 ]



필자가 학교에서 많은 외국 학생들에게 한국에 대해 강의하면서 신기하게 느끼는 점이 있다. 그들이 바라본 한국의 모습이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주로 개발도상국에서 온 학생들은 한국을 경제·정치적으로 발전되고 역동적인 문화를 가진 매력적인 국가로서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에서 온 학생들은 한국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즉, 계층·지역·세대 간 갈등의 골이 깊고 학교 폭력, 여성 차별, 높은 자살률, 낮은 출생률 등 사회문제가 심각하며 외부인에 대해 배타적인 한국의 모습에 더 주목하고 있다. 같은 한국을 보는 그들의 시각이 때로는 너무 달라서 과연 한국의 진정한 모습이 무엇인가 반문하게 된다.

진정한 한국의 실체는 아마 이 두 가지 상반된 모습의 중간 어디에 위치해 있을 것이다. 발전과 진보만 거듭하는 이상적인 사회도 아니고 갈등과 절망만이 가득한 어두운 세계도 아닐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르게 투영되는 한국의 모습이 해외에서 고착되어 고정관념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한국의 어두운 면을 주로 주시하는 서구 출신 학생들은 심한 경우 한국의 장래에 대해 매우 암울하고 비관적인 진단을 한 채로 고국에 돌아가게 된다. 밝고 긍정적인 한국의 모습을 세계에 보이기 위해 국가 홍보 및 공공 외교에 역점을 쏟고 있는 정부의 입장에서는 난감한 실정이다.

그들이 주목하는 한국 사회의 어두운 면은 특히 한국의 젊은 세대에 집중되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만나서 교류한 한국의 학생들 중 많은 수가 학업과 취업에 대한 부담과 걱정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겪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한다. 같은 젊은 세대로서 자신들도 이러한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의 경우 이에 대한 도가 지나쳐 거의 사회 병리 현상이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이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소위 ‘삼포 세대’에 대해 이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흔히들 지금의 젊은 세대, 특히 밀레니엄 세대와 그 후 Z세대를 일컫는 MZ 세대의 경우 자신들 부모보다 못살게 되는, 역사 이래 최초의 세대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현상은 한국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의 경우 2차대전 이후 태어난 베이비부머들이 누려온 경제적인 풍족함은 지금의 젊은 세대들이 보기에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꿈과 같은 신화이다. 특히 밀레니엄 세대들은 학업 후 사회에 진출하려던 시기에 뉴욕 월가에서 시작되어 전 세계로 퍼진 금융위기 때문에 취업 등에 있어 많은 좌절을 겪었다. 이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만하니 이제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더 큰 절망을 겪고 있다. 사회·경제적으로 가장 활동적이어야 할 시기에 닥친 팬데믹으로 인해 가계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위축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기에다 1990년대 말 외환위기까지 있었기 때문에 이들의 상실감은 더욱 크다. 이들이 학업에 한창 열중할 시기에 자신들의 부모는 사업의 도산이나 실직으로 인해 큰 아픔을 겪었고, 이는 성장 과정에서 큰 트라우마로 남은 경우를 주위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이들의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하늘 높이 치솟는 집값, 그리고 교육비 등 감당하기 어려운 경제적 부담이 현재 이들을 짓누르지만 더 걱정되는 것은 비전 없는 미래다. 빠른 고령화로 인해 이들이 미래에 짊어지게 될 부담은 무한히 증가하고 있다. 거기다가 현재의 팬데믹으로 인해 정부 돈으로 지출되는 각종 지원금은 미래에 고스란히 이들의 어깨에 지워지는 짐이 될 것이다.

이러한 암울한 한국 젊은 세대의 모습은 K-팝이나 K-드라마 등 한류에서 나타나는 밝고 역동적이며 패기 넘치는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 BTS는 희망, 자존감, 자신감 등 긍정적인 메시지를 담은 노래들로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고 있다. 다른 K-팝 그룹들도 감미로운 사랑과 풋풋한 젊음을 전하며 전 세계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다. 드라마에서도 풍요롭고 세련된 현대 생활을 만끽하는, 아름답고 잘생긴 한국 젊은이들의 모습이 해외 시청자들을 매료시킨다.

이러한 모습은 많은 경우 허구에 가깝지만 문제는 이 역시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고정관념으로 자리 잡게 된다는 점이다. 사실 한국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아시아 출신 외국 학생들에게 물어보면 대개 한류를 통해 한국에 대해 밝은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 같은 고정관념은 긍정적이기는 하지만 문제는 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높아지게 된다는 점이다. 실제 평균적인 한국인이 드라마나 K-팝에서 보는 만큼 외모가 수려하고 친절하며 세련되지 않다는 것을 이들이 알게 될 때 이는 실망으로 남게 된다.

아시아 학생들이 그리고 있는 지나치게 미화된 한국의 모습이 실상이 아니듯이, 서구 학생들이 갖고 있는 절망적인 한국의 모습 역시 실상과는 거리가 있다. 앞서 언급한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젊은이에게서 희망을 엿볼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이는 아마 좌절을 딛고 끊임없이 일어서는 한국인의 기질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중요한 것은 너무 미화되거나 폄하되지 않는, 올바른 한국과 한국인의 모습을 세계에 알리는 것이다. 그래야만 외국인이 한국에 대해 너무 큰 기대도 비관도 하지 않게 될 것이다.


이병종 필자 주요 이력
▷연세대 언론정보학 박사 ▷AP통신 특파원 ▷뉴스위크 한국 지국장 ▷서울외신기자클럽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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