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산업, 금융 부문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가 되는 것은 이 같은 사회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더불어 환경 리스크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증명되고 있기 때문이다. WWF의 ‘지구의 미래(Global Future)’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 생태계 변화로 인해 세계 총생산이 매년 최소 4790억 달러(약 569조), 2050년까지 약 9조 8600억 달러(약1경1708조7500억원)의 손실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그 외에도 많은 기관의 연구에서도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대가가 상당하며 탄소중립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보다 얻게 될 편익이 더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기업의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경영 도입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필수적인 ‘생존’의 길이 될 것을 의미한다. ESG 경영이란 기업의 경영, 생산, 소비 등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방식을 내재화하는 것이다. ESG는 갑자기 생겨난 개념이 아니다. 이미 20여 년 전인 2000년, UN 차원에서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등 10가지 원칙이 만들어졌고, 2004년에는 금융기관, 기업, 정부의 역할을 규정하는 ESG 기본 틀이 마련됐다. 결정적으로 2006년 UNPRI(책임투자원칙)에서 6대 투자 원칙을 결정하며 기업 경영에 비재무적인 요소들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환경 요소는 그동안 기업 내부 공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에 대한 책임으로 국한해 다루어졌다. 그러나 점차 원료 채취에서부터 생산, 유통, 사용 및 소비 후 처리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환경발자국에 대한 고려로 확장되고 있다. 신기후체제의 본격적인 시작과 함께 현재는 기후변화 대응이 기업의 ESG 경영에 핵심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인류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후뿐 아니라 자연보전 전반을 아우르는 폭넓은 관점의 접근이 필요하다. 1.5도 목표로 안정된 기후를 마련하기 위해서도 안정된 생태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제 막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가 첫걸음을 뗀 상황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기후를 넘어 자연을 고려한 비즈니스 전환, 더 넓게는 경제 체제의 전환이 논의되고 있다. 자연을 위한 비즈니스(Business for Nature) 이니셔티브가 대표적인 예로 자연 파괴를 막기 위한 정책과 절차를 경영 전략에 반영하도록 요구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현재 약 530여 개 기업이 전략 수립을 약속했고, 약 1200여 개 기업도 뜻에 동참했다.
금융기관도 자연 관련 리스크를 심각한 문제로 다루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한 TCFD에 이어 자연을 경영 과정에 통합하는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시 태스크포스(TNFD, Task 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에 관한 논의가 이미 시작됐다. TNFD는 지난 2019년 다보스포럼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AXA, BNB 파리바은행 등 글로벌 금융기관을 포함한 73개 회원 기관이 비공식적인 워킹그룹에 참여하는 등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흔히들 ‘하나뿐인 지구’라고 한다. 지구는 경제를 위한 지구, 사회를 위한 지구, 생태계를 위한 지구로 나뉘어 있지 않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가뭄과 홍수가 반복되고, 산림 파괴가 생물다양성을 훼손시키고, 이로 인해 인류의 건강과 식량 위기가 벌어진다. 기후위기와 자연위기에는 경계가 없다. 모두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기업의 비즈니스 전 과정에서 기후를 넘어 자연보전 전반으로 관점을 확대해야 한다.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으며 자연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수립해야 할 때다.
※ 칼럼 제공 : 오픈루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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