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쓰레기를 몰래 버리고 가는 얌체 여행객들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속내가 부글부글 끓고 있다. 또 이러한 양심 없는 여행객들 때문에 화천지역의 명산과 계곡들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일부 얌체 차박이나 비박 등의 여행객은 편법으로 화천지역 명소를 점거하고 야영 후 쓰레기만 남기고 사라진다. 이렇게 야영지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얌체 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지역 주민들의 불편 호소가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화천군은 이들을 막을 법적 근거가 부족해 여행객과 주민의 갈등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화악산 인근 마을에 김모씨는 “마을 관리인이 계곡에서 취사하거나 화악터널 주변에서 야영하면 안 된다고 여행객에게 말하면 잠시 쉬어 가는 것이라고 말해 놓고 취사나 야영을 한다”며 “마을 관리인은 단속 권한 없이 계도만 할 수 있어서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요즘 같은 날씨에 야외 이동 화장실은 뜨거워서 들어가지도 못하는데 용변은 어디서 해결하겠나”라며 계곡오염을 우려했다.
광덕산은 산세가 웅장하고 덕기가 있어 광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정상은 광장처럼 넓고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좋아 여행객이 많이 찾지만, 이곳도 쓰레기로 덮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주민들의 불만 썩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광덕산 인근에 사는 김모씨는 그나마 눈에 잘 보이는 도로에 쓰레기를 버리고 가면 다행이라고 했다. “여행객들이 쓰레기를 눈에 띄지 않는 곳에 몰래 버리고 간다”며 “(보이지 않는 쓰레기를) 누가 치우나 그냥 쌓여있다. 보이지 않으니 주민들이 해결하지 못해 비가 오면 자연적으로 물에 떠내려가거나 바람에 날아간다”고 전했다.
두류산 인근에 강모씨는 “여행객들이 쓰레기를 많이 버리고 가기도 하지만 농산물에 손을 대서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강씨는 “더덕, 고추 이런 것을 캐거나 따가는 일이 자주 있다”며 “여행객들이 마을에 와서 이득을 주는 게 하나도 없고, 와봐야 귀찮은 일만 생긴다”고 원망했다.
병풍산은 파로호와 어울려 뛰어난 절경을 이룬다. 또 나뭇가지 사이로 언뜻언뜻 보이는 호수의 아름다움과 북한강 협곡을 막아 축조한 인공호수로 여행객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렇지만 여행객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병풍산 인근의 김모씨는 여행객들에 대해 “여행객들이 (화천) 여기서 사지 않고 다 사가지고 들어와서 쓰레기만 잔뜩 버리고 간다”며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기차와 배를 타고 가는 철도산행지, 산과 호수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호반산행지로 알려진 오봉산은 소양강댐 건너 청평사 뒤에 솟은 비로봉, 보현봉, 문수봉, 관음봉, 나한봉의 다섯 봉우리로 등산객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특히 천년이 넘은 고찰 청평사와 구송폭포 등 볼거리가 많지만 여기도 여행객에게 하소연하기는 마찬가지다.
오봉산 인근의 이모씨는 아예 수거하기 쉬운 곳에 쓰레기를 버려달라고 했다. 이씨는 “오봉산과 용화산이 만나는 46번 국도 아래에 냉장고와 가구 등 쓰레기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가드레일 밑이기 때문에 눈에 잘 띄지 않아 그냥 계속 방치되고 있다”며 “여기 주민들은 물건 하나를 버리더라도 면사무소에서 딱지를 사서 처분하는데 그 사람들은 돈이 없어서 시골에 버리고 가는 건지 도저히 이해를 못 하겠다”고 꼬집었다.
화천지역의 명산과 계곡들은 생태적 자연을 간직한 자연경관이 아름답기로 소문난 지역이다. 이 때문에 코로나19 이후 천혜의 자연을 즐기려는 차박이나 비박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일부 비양심적인 여행객들 때문에 화천의 보약 같은 숲과 계곡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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