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라운지] ‘혁신가’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PLCC·디지털’로 존재감 재증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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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훈 기자
입력 2021-08-1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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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금융업계의 대표적인 ‘혁신가’로 꼽힌다. 경쟁사들과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통해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유의미한 결과물을 창출해냈기 때문이다. ‘VVIP(초우량 고객) 카드’와 ‘단순화 전략’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그가 정조준하고 있는 분야는 ‘PLCC(상업자 표시 신용카드)'와 ’디지털‘이다. 이미 남들보다 한 발짝 앞선 행보를 펼치며 독보적인 경쟁력을 다져나가고 있다.

◆’PLCC‘로 차별화 전략 주도

“혁신을 꿈꾼다면 중요한 힌트 하나. 어느 상품이든 사업이든 기존 전문가의 반만 지식을 쌓으라. 삼분의 일도 좋다. 너무 다 알아버리면 오히려 불리하다. 나머지 여백을 당신만의 생각으로 채우라.”

이는 과거 정 부회장이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긴 글이다. 위의 발췌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정 부회장의 경영전략은 남들과 다른 ‘차별성’을 기반으로 한다. 이 같은 경영이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이 현대카드의 ‘PLCC’다.

PLCC는 제휴하는 기업이 주도해 직접 상품을 설계하고, 기업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워 출시하는 카드다. 해당 회사에 최적화된 혜택을 제공할 수 있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미래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데도 용이하다.

현대카드는 그간 PLCC 시장을 주도적으로 개척해왔다. 지난 2015년 이마트와 손잡고 ‘이마트 e카드’로 국내 시장에서 처음으로 PLCC를 선보였다. 이후 2017년에는 3종의 카드를, 2018년 6종, 2019년 7종, 지난해에는 14종을 선보이는 등 매년 새로운 PLCC 발급을 늘려가고 있다. PLCC를 발급한 회사로는 이마트, 이베이코리아, 코스트코, 현대기아자동차, 대한항공, GS칼텍스, 쏘카, 스타벅스, 우아한형제들 등이 있다.

이 중 ‘배민현대카드’의 경우, 출시 8개월 만에 총발급량 10만매를 넘어서기도 했다. 해당 시장에서는 이례적인 흥행력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PLCC 상품을 선보일 때 선별된 영역에서 특화된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기존 카드와의 차별점을 만들어내고 있다”며 “이 카드(배민현대카드) 역시 배민페이로 결제 시 3%란 높은 포인트를 제공함으로써 차별점을 만들어냈다”고 설명했다.

PLCC를 국내에 처음 도입할 당시에도 근원은 정 부회장의 추진력이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기존 제휴카드와 다른 혜택을 주면, 실질적인 고객 만족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을 거란 게 출발점이었다. 고객 입장에서는 평소 사용이 잦은 분야에 혜택을 몰아서 받는 ‘선택과 집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이제는 국내 대다수 카드사들이 앞다퉈 PLCC를 출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에 대한 불편한 기색도 드러냈다. 시장이 포화 상태에 접어들면서, 도입 취지 자체가 변질됐다는 것이다. 일반 제휴카드와 특별한 차이점을 찾기 힘든 PLCC가 넘쳐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정 부회장은 “(PLCC는) 기본 혜택을 더 넣고 말고가 아니라 데이터 분석에 의해 선별적 혜택 수준을 끌어올리는 게 핵심”이라며 “이를 위해 데이터 큐레이션과 데이터를 구동하는 알고리즘의 영역은 현대카드가 독보적”이라고 말했다.

◆데이터 기업, 체질 개선 ‘속도’

정 부회장의 ‘PLCC 전략’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를 활용한 데이터 플랫폼 구축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PLCC로 기업 및 고객 데이터를 확보하면 IT(정보기술) 기업 못지않은 데이터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이 가능할 거란 판단에서다.

실제로 현재 협업하고 있는 14개 업체는 무신사, 쏘카, 배달의 민족, 스타벅스 등 범위가 다양하다. 하반기 중에는 네이버와의 협업도 예고되고 있다. 데이터 교류의 폭이 제한적이지 않고, 상당히 넓은 셈이다.

이 과정에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마케팅 데이터 플랫폼인 '트루 노스'를 활용 중이다. 이는 마케팅 효과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고객을 선별해 쿠폰 등 프로모션을 발송하는 시스템이다. 이 프로그램의 제휴사용 버전인 '파트너 노스'를 각 기업에 제공해 사업에 응용하는 식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이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정보 교환 없이, 현대카드 고객뿐 아니라 제휴사들끼리 서로의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위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정 부회장표 혁신의 또 다른 승부처는 ‘디지털’이다. 이를 위해 금융과 디지털을 융합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을 회사 중점 과제로 추진 중이다. 그 핵심은 역시 ‘데이터의 구조화’다.

‘현대카드 앱’에도 이러한 정체성이 고스란히 녹아 있다.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고객별로 금융‧생활‧문화 콘텐츠를 최적화된 형태로 제공한다. 아울러 데이터 바탕으로 고객의 소비 패턴을 분석해 리포트 형태로 전달한다. 자체 개발한 ‘3층 시스템’을 도입해 고객에게 맞춤형 혜택도 추천한다.

지난해 4월에는 업계 최초로 ‘인공지능-자동 응답 시스템(AI-ARS)’도 도입했다. AI-ARS 대상 고객이 고객센터로 전화하면 전화번호를 인식해 AI 상담원을 바로 연결한다. 이 과정은 로봇 자동화(RPA) 기술을 적용해 전 과정을 자동화했다.

◆국내 카드 시장, VVIP 열풍 일으킨 주인공

업계에서 통용되는 정 부회장의 상징성은 ‘디자인마케팅’과 ‘VVIP 카드’다. 지난 2003년 취임 당시 ‘현대카드M’ 디자인 개발에 1억원을 쏟아부었던 사례는 유명하다. 당시 카드디자인 개발비용이 업계 평균 20만원 선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대성공. 현대카드M은 독특한 광고와 투명한 디자인으로 고객의 관심을 이끌어냈고, 출시 1년 만에 가입회원 100만명을 돌파했다.

VVIP 카드도 마찬가지다. 그 유행의 시초가 정 부회장이었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중에서도 '더 블랙'이 가장 유명하다. 대중들에겐 상위 0.05%를 위한 국내 최초 VVIP카드로 알려져 있다. 유명 가수인 GD나 방탄소년단(BTS)의 진이 사용하는 카드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이 카드의 연회비는 2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정 부회장의 다양한 혁신은 실적으로 이어졌다. 현대카드의 점유율은 지난 2001년 당시 1.8%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17.6%까지 수직 상승했다. 단순 실적 외에 기업 정체성 역시 한층 견고해졌단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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