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한국언론학회와 한국미디어정책학회는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통합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미디어 정책 재설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범수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유료방송 플랫폼 시장 구조 변화와 콘텐츠·채널 대가 산정 방향' 발제를 통해 유료방송의 저가 요금 체계를 문제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 교수는 "모든 갈등의 핵심 구조는 저가 요금이다. 저가 요금 구조에서 탈피해야 한다"며 "낮은 프로그램 이용료는 콘텐츠 투자를 위축하고, 품질과 다양성을 하락하게 한다. 이는 이용자 만족도가 떨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시장이 위축하며, 해외 콘텐츠 유통 약화가 일어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콘텐츠 시장을 활성화하고, 제로섬 게임에서 탈피하기 위해 가입자당평균매출(ARPU)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그는 "한국 콘텐츠 산업의 중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선계약 후공급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면서 "다만 일정 비율 내에서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게 선공급 후계약이라는 예외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디즈니 등 글로벌 사업자와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공급 계약은 대개 선계약 후공급 형태를 취하나, 국내 PP와 플랫폼 사업자와의 계약은 선공급 후계약 형태다. 콘텐츠를 먼저 공급하니 계약 진행이 지지부진하고, PP는 적절한 대가를 받기 어려워 매년 분쟁이 반복된다.
지난 6월 12일에는 인터넷TV(IPTV) 사업자 LG유플러스와 PP인 CJ ENM 간 프로그램 사용료 협상이 난항을 빚으며 LG유플러스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U+모바일tv'에서 CJ ENM의 10개 채널 실시간 방송이 중단되기까지 했다.
전 교수는 "광고 시장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의 콘텐츠 매출 대비 이용료 배분 기준을 영화 시장을 참고해 50~55% 정도로 제안했다.
미국에서는 플랫폼과 PP 간 분쟁이 심화하며 채널 공급 중단(블랙아웃) 사태도 잦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서비스 가입자도 줄어드는 추세다.
전 교수는 "양질의 콘텐츠와 채널을 서로 제공하는 데 있어 합리적 대가를 지불할 때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황성연 닐슨미디어 부장은 '데이터 기반 미디어 정책을 위한 현실과 전망'을 주제로 발제했다. 황 부장은 가구 시청률의 하락이 방송의 영향력 감소로 직결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황 부장은 "방송시장의 변화에 대한 관심보다 채널 순위에만 관심이 높아 시청률 조사의 의미가 변질했다"며 OTT를 포함한 플랫폼별 방송 시청시간의 변화를 분기마다 조사하는 미국의 사례를 제시했다. 또한 기존 시청지표와 다른 성격의 주문형비디오(VOD) 시청 지표화 기준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주제 발표 후 라운드테이블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한진만 강원대 명예교수의 사회로 김용희 오픈루트 전문위원, 변상규 호서대 교수, 심영섭 경희사이버대 겸임교수, 이성민 방송통신대 교수, 채정화 서강대 ICT법경제연구소 박사가 토론에 참여했다.
김 전문위원은 "콘텐츠의 대가를 인정해주지 않으면 요즘 같은 시대에는 콘텐츠 사업자가 실시간 채널에는 열등재, OTT에는 우등재를 공급할 가능성도 생긴다. IPTV가 열등 플랫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있어서 콘텐츠 사용 대가를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며 "ARPU를 높이는 게 최우선이지만, 이렇게 안 되면 매출액에 연동한 총배분규모를 산정해야 한다. 정부가 기준을 제시해주고, 이를 초과하면 충분히 투자한 것으로 인정해주는 방법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변 교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기업 간 사적 거래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 없다고 말하나, 기업 간 사적거래를 확장하면 시장이다. 시장 개입이 필요 없다는 것은 공정거래위원회 같은 조직도 필요없다는 말이고, 그렇게 되면 자본주의에 기반한 시장은 정글이 된다"며 "주무부처에서는 협상력, 독점력에 따른 불합리함을 개선하기 위해 시장에 개입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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