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GGGF] 마르얀 반 아우벨 태양광 디자이너 “아름다움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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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은 기자
입력 2021-09-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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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얀 반 아우벨이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1 GGGF)’에서 ‘태양광 디자인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GGGF]


“아름다움에는 힘이 있습니다.”

네덜란드 출신 태양광 디자이너인 마르얀 반 아우벨은 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13회 착한 성장, 좋은 일자리 글로벌포럼(2021 GGGF)’에서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태양광을 누릴 수 있도록 아름답고 완벽한 디자인을 선사하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아우벨은 태양 에너지를 변환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기술인 태양광을 디자인에 도입한 디자이너다. 그는 “태양광 디자인 분야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태양광이란 발전 기술을 의미하지만, 기술적인 측면에서 나아가 감성적인 가치를 더하고 우리 삶에 멋지게 적용하는 방법을 고안한다”고 소개했다. 

아우벨은 태양 에너지의 무한함에 주목했다. 그는 “태양에서 1시간 동안 전달하는 에너지는 전 인류가 1년 동안 쓰기에 충분한 양”이라며 “태양에는 무한한 잠재력이 있다. 우리가 땅을 파서 화석 연료를 채취하는 대신 하늘에 떠 있는 태양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태양광은 상용화되지 않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아우벨은 “태양 전지는 1883년에 발명됐고 태양광 패널은 1950년대에 제작됐다. 이후 전 세계 과학자들이 연구에 매진하고 중국에서 대규모 태양광 발전에 착수하면서 태양광을 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며 “태양광 패널의 역사가 시작된 지 60여년이 지났지만 태양광에 대한 관점은 거의 그대로다. 여전히 발전 없는 기술로 치부되며 이 기술이 주변 환경과 전혀 조화를 이루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우벨은 태양광 발전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고비용 △화석연료 의존도 △불안정성 △미관상 문제 등을 들었다. 그는 “태양광은 가장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현재로선 에너지 저장에 많은 비용이 든다. 이 같은 경제적 논리로 인해 여전히 석탄과 석유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다”며 “날이 늘 밝지만은 않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때로 날이 흐리거나 비가 오기 때문에 태양광은 안정적이지 않다. 태양광과 함께 보조로 활용할 다른 재생 에너지를 마련해 안정성을 높여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태양광이 주변 환경에 도입되는 과정을 보면 미관상 아름답지 않다”며 “사람들이 자택에 태양광을 도입하지 않는 이유는 태양광 패널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아우벨은 이 문제에서 본인의 역할을 찾았다. 태양광 발전 기술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것이다.

그는 “태양광 발전 기술을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디자인하는 게 미관상 문제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며 “디자이너로서 디자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려 한다”고 강조했다. 아우벨은 주변 사물에 태양광 발전 기술을 도입하기 위해 사물의 표면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실제 아우벨이 디자인한 작품들은 그 자체로 태양 에너지를 받아 전기를 생산한다. 예컨대 ‘전류 테이블’이란 이름의 탁자는 상단이 태양 전지판으로 돼 있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고 전기를 만든다. 탁자 다리 부분에 USB를 꽂으면 자체 생산한 전기로 휴대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같은 원리로 그가 디자인한 스테인드글라스 창문에서도 휴대폰 충전이 가능하다. 아우벨은 “영국 런던에 위치한 갤러리 창문을 태양 전지를 적용한 스테인드 글라스 창문으로 교체했다. 갤러리 밖 행인들은 창문 틀에서 휴대폰을 충전한다”며 “창문이 창문의 역할을 넘어 작은 발전소 기능을 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아우벨은 이미 디자인을 통해 태양광 패널의 미관상 문제를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제가 들은 최고의 찬사는 ‘그런데 태양광 패널은 어디 있나요?’였다. 바로 이게 제대로 된 디자인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완벽해서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우벨의 디자인은 업계뿐 아니라 기업과 기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네덜란드 정부는 2040년까지 순환 경제(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친환경 경제) 모델을 만든다는 목표로 아우벨에 재무부 건물 디자인을 요청했다. 아우벨은 건물 전체가 태양광 발전으로만 가동될 수 있도록 유리 소재의 건물 외관을 디자인했다.

그는 “건물 외관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가도록 설계했다”며 “해바라기가 태양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원리를 태양광 패널에 적용해 효율성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태양광 패널 위에 반투명 세라믹을 더해 무늬도 만들었다. 흡사 대리석과 유사한 디자인이지만 태양 에너지를 수확하고 있는 셈”이라고 부연했다.

아우벨은 태양광을 통해 식물을 재배하기도 한다. 그가 디자인한 ‘식물발전소’에서는 태양광 발전 유리를 통해 태양 에너지를 받아 실내 온도 조절용 전원을 공급한다. 아우벨은 “태양 전지판은 여러 층으로 쌓을 수 있기 때문에 단위 면적당 수확량이 높다”며 “모든 집 옥상에 이 발전소를 설치한다면 식물도 기를 수 있고 전기도 사용할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아우벨은 이처럼 모든 사람이 태양광 발전에 쉽게 접근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미 상용화된 작품도 있다. 자체 전력 태양광 조명인 ‘서너’다. 서너는 낮 동안 태양 빛 에너지를 저장하고 밤에 빛을 발산하는 자체 전력 태양광 조명이다. 플러그나 외부 전기 장치가 없어도 창문에 걸어두기만 하면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포착해 저장한다. 밤에는 일출, 한낮, 일몰 등 세 가지 모드로 조명을 이용할 수 있다.

아우벨은 “자체 개발한 앱을 통해 서너에 빛이 유입되는 정도와 배터리 충전도를 확인할 수 있다. 사용자 스스로 빛의 양을 파악하고 창문을 얼마나 열어 태양 에너지를 받아야 할지를 판단하면 된다”며 “단순히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아서 사용하던 에너지가 이제는 직접 경험하는 요소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태양 에너지는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며 “태양광을 일상에 도입하면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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