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돈 미리 갚는데도 비용 부담이”…차주들, 중도상환수수료 부담에 '난감'
은행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코픽스 연동) 금리는 15일 기준 연 2.8~4.39% 수준이다. 3개월 전인 5월 말(2.36~3.88%)과 비교하면 상단과 하단이 각각 0.51%포인트, 0.44%포인트 올랐다. 5년 고정금리 후 변동금리를 택하는 혼합형 주담대의 경우 금리가 3.08~4.42%라는 점을 고려하면, 변동금리와 고정금리의 금리 차는 0.2% 포인트 안팎에 불과하다.
이처럼 금리 상승기 속 변동-고정금리 상품 간 격차가 더 좁아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저금리 대출로 갈아타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지만 은행권이 부과하는 ‘중도상환수수료’가 이용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도상환 수수료는 만기 전 대출금을 갚으려는 차주에게 부과하는 해약금으로, 대출 3년이 지나서야 사라진다. 가계대출의 경우 은행마다 0.6~0.8%를 부과하고 있으며 주담대 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는 1.2~1.4%다.
반면 인터넷은행의 경우 소비자 선택권 확대 차원에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등 시중은행과는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모든 대출상품에 중도상환수수료를 부과하지 않고 있고, 케이뱅크 역시 중·저신용자가 주로 이용하는 신용대출 플러스, 비상금 대출상품의 중도상환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이외에도 신용대출은 1년 후부터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며, 아파트담보대출은 매년 최초 대출금액의 10%까지는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된다.
◆은행권 난색 속 ‘대출 갈아타기’ 플랫폼 무산 수순…‘꺾기’ 관행도 여전
금융당국이 추진 중이던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 역시 은행권 손사래에 사실상 전면 백지화 수순을 밟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다음달 출범을 목표로 ‘대환대출 플랫폼’ 구축을 추진해 왔으나 은행권 반발 속에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금융소비자가 은행 영업점 방문 없이 모바일 앱 등을 통해 간편하게 대출상품을 비교하고 갈아탈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현재까지 대출 비교를 위해서는 이용자들이 일일이 서로 다른 은행 앱 등에 가입하거나 발품을 팔아 은행 지점을 직접 찾아다니며 상품과 금리를 조회해야 했으나 이 같은 번거로움을 없애겠다는 취지다.
해당 서비스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18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대출에 대한 지각변동과 금융사들의 혜택 중심 경쟁 구도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았으나 은행권이 플랫폼 참여에 난색을 표하고 나섰다. 은행권은 카카오와 네이버, 토스 등의 참여 속 금융이 빅테크에 종속될 수 있다는 점, 이용자들의 잦은 대출 갈아타기에 따른 수익성 악화 우려를 나타내며 중금리대출로의 서비스 한정 및 독자 플랫폼 구축 등 참여범위 축소를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금융당국은 이 같은 은행권 요구가 플랫폼 구축 취지 자체를 훼손시킬 수 있다며 부정적 시각을 견지했다. 그러나 은행권의 비협조에 플랫폼 구축 논의는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했고 당초 계획했던 10월 출범은 사실상 무산됐다. 최근 취임한 고승범 금융위원장도 대환대출 플랫폼과 관련해 “빅테크와 금융산업 간 상생을 깊이 고민하겠다”며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시중은행들의 ‘꺾기’(대출을 해주면서 예적금·보험·펀드 등 다른 금융상품을 끼워 파는 구속성 영업 행위) 의심 사례가 올 상반기에만 7만여 건에 달한다는 통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 자료를 발표한 국회 정무위 소속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행들이 코로나19 장기화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이들의 절박한 사정을 실적 쌓기에 악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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