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에서부터 배터리와 반도체 등 국내 핵심 수출품 생산에 쓰여온 원자재의 중국 수입 비중이 상당하다는 점 역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로 인해 산업계 일각에서는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을 뛰어넘는 수준의 강력한 ‘제2의 공급망 대란’까지 언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물량을 확보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자성이 나온다. 물론 이 과정에서 정부가 외교적 채널을 통한 전략적 접근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2차전지(전기차 배터리)와 자동차, 반도체 등에 사용되는 망간, 수산화리튬, 마그네슘, 산화텅스텐 등 주요 원자재의 대중국 수입 의존도는 무려 80%(한국무역협회 분석 기준)가 넘는다.
‘미래 먹거리’로 통하는 2차전지 소재인 양극재에 사용되는 망간의 중국 의존도는 99%에 이른다. 망간은 남아프리카공화국·브라질·호주 등에서도 생산하고 있지만 생산량의 절대량은 중국이 차지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중국의 지난해 망간 생산량은 약 3167만t에 이르는데 이는 2위 남아공(1602만t)의 2배다. 수산화리튬·수산화코발트·황산코발트 등 다른 2차전지 원자재의 중국 의존도가 80%대에 이르러, 포스코 등 국내 기업들은 호주 등 다른 나라에서 원자재를 확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자동차 엔진과 변속기, 램프 등 부품 제작에 필요한 마그네슘의 경우, 중국산 의존도가 거의 100%에 육박한다. 중국산 마그네슘 수입이 중단된다면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생산 자체가 올스톱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일각에서는 중국산 마그네슘 수입이 불안해지면,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늘어난 신차 인도 기한이 한층 더 늘어나, 1년 이상 차량 출고를 기다리는 상황이 비일비재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중국은 지난 9월 발생한 전력난을 이유로 제련소 가동률을 50% 낮춰, 글로벌 마그네슘의 생산량을 줄이고 있어 자동차 업계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원자재 산화텅스텐 ‘대체 불가’···중국 눈치 보기 심화
전 세계 메모리반도체 점유율 1~2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반도체 공정을 위한 가스를 만드는 데 핵심 원자재인 산화텅스텐의 중국산 의존도는 94%를 넘는다. 이를 대체할 다른 원자재를 찾기도 쉽지 않아, 혹여 중국이 수출제한 ‘몽니’를 부린다면 국내 반도체 기업의 초격차 경쟁력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미국이 반도체 등 글로벌 공급망 주도권을 잡으려는 터라, 우리 기업의 중국 눈치 보기는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지난 8일(미국 현지 시간) 미국 정부에 반도체 관련 정보 제공을 완료한 직후, 중국의 날선 반응이 나오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지난 9일 “미국이 세계 반도체 위기를 명분으로 반도체 관련 기업들로부터 기밀 데이터를 뺏었다”며 “이는 명백한 약탈”이라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우리나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은 ‘고객 정보 등 민감한 내용은 뺐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중국은 이번에 협조한 우리 기업과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수단이 원자재 수출 중단이란 초강수가 될 경우, 국내 산업계의 도미노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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