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철의 100투더퓨처] 당신의 삶은 '안녕'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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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철 전남대학교 연구석좌교수
입력 2022-04-07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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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이오토피아의 꿈

[박상철 교수]


국내외가 뒤숭숭한 상황에서 삶의 맛과 멋을 누리면서 사람답게 오래 살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 되새겨보게 한다. 백세인 연구의 핵심 주제는 건강과 행복이다. 양적으로 오래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행복이 절대적인 조건이기 때문이다. 백세인의 인생 노정에서 보여주는 삶의 맛과 멋을 살피면서 건강과 행복에 대한 지혜를 얻는다. 맛은 보다 구체적이고 형태적인 데 반하여 멋은 보다 추상적이고 비현실적이며, 맛은 보다 육체적이고 스스로를 위함인 데 비하여 멋은 보다 정신적이고 남을 의식함에 차이가 있음은 두말할 것도 없다.
 
삶은 맛이 있어야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에서 삶의 맛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오래 살면 살수록 더 맛이 있어야 하지 않는가? 먹고 마시는 행위에도 단순히 굶주림을 해결하겠다는 소극적 태도가 아니라 즐기겠다는 보다 적극적 의욕이 깃들어 있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에도 눈, 코, 귀, 혀, 치아를 만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건강하지 못하면 입맛이 사라지고, 음식 냄새도 지긋지긋해져 간다. 마음에 병이 들어도 마찬가지다. 쓰고 달고 시고 짜다는 구별도 되지 않고 음식이 싫어진다. 움직이는 행위도 마찬가지다. 신체의 움직임은 단순하게 먹고살기 위한 활동뿐 아니라 삶을 즐기는 온갖 움직임을 포함하고 있다. 건강이 따르지 못하였을 때는 움직임 하나하나가 고통이다. 생각하는 일도 마찬가지다.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마음(mens sana in copore sano)’이라는 옛말대로 건강한 신체를 유지하여야만 건강한 마음이 들 수 있다. 건강을 통하여 정신적 안정도 찾을 수 있으며, 일의 성취도 가능해져 그로 인해 삶의 맛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백세인의 장수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건강을 지켜왔기 때문에 생명의 맛을 만끽하고 살아왔음을 입증하고 있다. 삶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부지런하고 부지런하고 부지런하라’는 다산의 가르침, 삼근계(三勤戒)가 비법이다. 삶의 맛을 충족하기 위한 건강의 전제조건은 근면성이다. 백세인의 부지런함은 거의 예외가 없다.
 
삶은 멋이 있어야 한다. 멋을 통하여 사람은 행복을 얻는다. ‘허름한 도시락에 한 쪽박 물을 마시고 팔 베고 누워 자더라도(一簞食 一剽飮 曲肱以枕之) 부러울 것이 없다’고 안자(晏子)가 말하였다. 남을 의식하거나 부러워할 필요가 없고 적절한 선에서 자기 만족하는 상태다. ‘멋있는 사람은 가난하여도 궁상맞지 않고 인색하지 않다. 멋은 허심하고 관대하며, 여백의 미가 있다. 받는 것이 멋이 아니라 선뜻 내어 주는 것이 멋이다.’ 금아(琴兒) 선생이 쓴 ‘멋’이라는 글의 한 구절이다. 멋의 본 뜻이 자기만족이며 더불어 사는 공생(共生)의 여유임을 정의하고 있다.
 
병에 물이 가득 든 병은 위험하나 조금 비워져 있는 병은 차라리 안정되어 있다. 달이 차면 기울고(月滿則虧) 하늘 끝에 올라가 버린 용은 후회(亢龍有悔)가 생긴다고 하였다. 꽉 차도록 채우는 욕심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지적해 왔다. 실제로 식이 제한이 수명을 연장한다는 흥미 있는 과학적 사실이 있다. 마음대로 먹는 쥐보다 3할 정도 적게 먹인 쥐의 수명이 50% 이상 연장되었고 활동력도 높았다는 실험 결과다. 위를 가득 채우는 행위보다 어느 정도 비워두어야 건강에 좋다는 의미다. 건강을 위하는 운동 강도를 결정하는 데도 마찬가지 원리가 적용된다. 숨 막힐 정도의 강렬한 운동이 건강에 좋은 것은 아니다. 심하면 오히려 많은 부작용을 일으키기 때문에 운동 강도도 70~80% 정도가 적절하다. 건강을 유지함에 있어서도 여유의 멋이 중요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여유가 있으면 안정이 된다. 백세인은 꽉 채우려는 욕심을 내지 않고 자기만족의 여유를 가지고 더불어 사는 중용의 삶을 보여주고 있다.
 
멋의 또 다른 측면은 파격이다. 하느님의 걸작품인 사람의 모양을 보자. 얼핏 보면 참 대칭 구조를 가진 듯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아니 보다 정확히는 사진을 찍어 정중앙으로 나누어 거울에 서로 비추어 보면 결코 좌우가 똑같지 않다. 사람뿐만이 아니다. 개미와 베짱이, 꽃과 나뭇잎 어느 것 하나 좌우가 똑 같은 법이 없다. 최고의 미녀라도 약간 비대칭이 있게 마련이다. 생명의 본질이 파격을 수용하고 있다. 사람의 형태뿐만이 아니라 삶도 마찬가지다. 매일매일 단조롭게 반복되는 일상은 우리를 갑갑하게 한다. 어느 정도의 파격에서 멋을 느끼고 행복을 누리게 된다. 일상의 대칭적·반복적·규칙적·기계적 삶은 멋이 아니다. 맹자(孟子)도 ‘조금 어긋난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不恥小節)’고 하였다. 조금 틀어진 것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다. 개인의 삶에서도 그렇고 인간의 사회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백세인은 세상의 변화라는 파격을 포용하는 여유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멋은 파격과 비대칭에 절제를 요구하고 있다. 무작정 파격은 멋이 아니라 파멸이다. 사람의 외양 한쪽이 다른 쪽과 전연 달라 도저히 대칭적 구조로 볼 수 없을 때 기형(畸形)이라고 표현한다. 심한 파격은 혐오감을 가져온다. 행위에서도 절제의 선을 벗어나면 탈선이 되고 범죄가 된다. 대칭 속의 절제된 비대칭이 삶의 본질이지, 전연 생소한 비대칭은 바라는 바가 아니다. 바로 절제의 미덕이다. 기본적으로 갖추어진 틀에서 살짝 꼬부라지는 파격의 여유가 바로 생명의 멋이다. 삶의 틀을 그대로 견지하면서도 오랜 세월의 변화를 수용해 온 백세인의 여유로운 삶의 자세에서 절제의 참 멋을 본다.
 
건강을 질병이나 상해가 없는 상태가 아니라 육체적·정신적·사회적 안녕을 갖춘 상태라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는 정의하였다. 안녕이란 꽉 찬 답답한 상태가 아니라 여유가 있는 상태이며, 혼자만이 아닌 더불어 사는 보람의 상태를 말한다. 건강과 안녕은 불가분의 관계다. 건강, 여유 그리고 절제된 파격이 빚은 행복이 생명문화의 핵심이다. 백세인은 근면, 자기만족, 포용, 절제로 표출되는 삶의 맛과 멋을 만끽하며 인생에 보람과 행복을 갖추었다. 세상도 마찬가지다. 보다 여유로운 멋을 향유하는 건강한 생명사회, 바이오토피아가 되었으면 한다.


박상철 필자 주요 이력

▷서울대 노화고령사회연구소장 ▷국제백신연구소한국후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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