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특례시, 원앙·참매 등 희귀동식물의 보고...환경수도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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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강대웅·송인호 기자
입력 2022-06-22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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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교산, 칠보산, 여기산은 수원의 '허파'...청량한 공기 공급

  • 시, 칠보치마 복원 · 꼬리명주나비 보호하는 생태정원 조성

수원시 칠보산에 복원된 칠보치마가 꽃을 피운 모습 [사진=수원시]    

경기 수원특례시가 환경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자연환경이 잘 보존돼 있어 ‘환경수도’라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니다. 수원지역의 허파인 광교산을 비롯해 칠보산, 여기산 등이 숲이 우거진채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으며 여기서 청량한 공기를 내뿜고 있다. 또 희귀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어 시민들의 사랑마저 듬뿍 받고 있다.
 
특히 수원시 권선구 금곡동과 호매실동, 당수동 일대를 감싸 안고 있는 듯한 칠보산은 평평한 능선과 숲이 우거져 시민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원래 지명은 ‘팔보산(八寶山)’으로 산삼, 맷돌, 잣나무, 황금 수탉, 호랑이, 절, 장사, 금 등 귀중한 보물이 8개나 있었지만 언제부턴가 황금 수탉이 없어져 칠보산으로 불리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이런 칠보산에 최근 또 다른 보물이 보금자리를 마련해 뿌리를 내렸다. 칠보산에서 발견된 깃대종 '칠보치마'가 복원돼 서식하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는 지금 자연생태보존과 함께 생물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과 동시에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보호종 등 생물자원을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방법으로 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나서는 등 환경수도로 거듭나고 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깃대종 ‘칠보치마’

해오라비난초 모습 [사진=수원시]

칠보치마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식물이다. 백합과 여러해살이풀로 10여개의 잎이 사방으로 퍼진 치마 모양이며 6~7월에 노란색 또는 백색 꽃을 피운다.
 
환경부가 지정한 멸종위기 야생생물 Ⅱ급으로, 생육 특성과 조건이 매우 까다롭다. 습기가 많은 곳의 바위나 계곡 근처에서도 햇빛이 잘 드는 곳에서만 잘 자란다.
 
1968년 칠보산에서 처음 발견돼 ‘칠보치마’라는 이름이 붙은 수원시 8대 깃대종 중 하나이나 도시개발로 습지가 훼손되면서 어느샌가 칠보치마는 칠보산에서 자취를 감췄다.
 
하지만 칠보치마가 칠보산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상촌중학교 뒤편 산책로를 따라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는 무학사 입구를 지나 경사로를 오르다 보면 오른쪽으로 칠보치마를 만날 수 있다. 생태학교에 참가한 어린이들이 칠보산에 대한 애정을 담은 손글씨가 담긴 현수막 뒤로 치마를 펼치고 곱게 앉아 있는 칠보치마 300여본이 모습을 드러낸다. 이식된 칠보치마 주변으로 손가락 한마디 크기의 칠보치마들이 흩어져 있어 수원시는 칠보치마가 자생하는 단계까지 성공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처럼 칠보치마가 다시 고향 칠보산에 모습을 드러내고 잘 자라기 시작한 것은 생물 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 수원시가 끈질긴 복원 노력을 기울인 덕분이다. 칠보치마 복원사업은 6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시는 2016년부터 국립생물자원관과 칠보치마 복원을 위한 협력 사업을 시작했다. 남해 자생지에서 씨를 받아 증식한 칠보치마 1000본을 2017년 5월 당수동 산 63번지 습지에 이식했다. 햇빛이 잘 드는 습지라는 어려운 생육 조건이 맞는 곳에 심었지만 겨우 22본만 꽃을 피웠다. 수원시와 국립생물자원관은 이듬해 칠보치마 500본을 추가로 심어 2019년에는 200본이 개화하는 결실을 맺으며 안정적인 정착기를 일궈냈다.
 
수원시는 칠보치마가 서식지 일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자 다양한 방법을 동원한다. 햇빛양을 확보하고 숲 틈을 조성하려 솎아베기와 덩굴 제거 작업을 했고, 경계 울타리와 안내판 및 CCTV를 설치해 인위적인 훼손을 방지했다. 최근에는 탐방객들이 칠보치마에 가까이 다가갈 수는 없지만 눈으로 관찰할 수 있도록 울타리 일부를 투명한 유리로 교체하기도 했다.
 
특히 이 일대(3200㎡)를 ‘야생생물 보호구역’으로 지정해 다양한 보호종 생물들이 서식하는 공간으로 관리 중이다. 칠보치마 복원을 위한 습지 관리 덕분에 해오라기난초·도깨비사초 등 습지성 초본류가 자리를 잡았고, 두꺼비·맹꽁이·누룩뱀 등 양서류와 파충류도 함께 살게 됐다. 곤줄박이와 소쩍새, 황조롱이 등 조류도 둥지를 틀었다. 야생생물 보호구역은 출입이 제한되고 야생생물 서식지 훼손·생물 채취 등이 금지된다.
 
꼬리명주나비, 시민의 일상으로 날아들다
 

꼬리명주나비가 서식지인 수원천 쥐방울덩굴 식재 구간에서 날고 있다. [사진=수원시]

생물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원시의 노력은 곳곳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칠보치마 외에 꼬리명주나비를 보호하는 생태정원을 만든 것이 대표적이다. 시민들이 자주 접하는 공원과 산책로에 꼬리명주나비가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시민들의 산책길을 나비가 수놓는 아름다운 풍광을 도심에서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나비목 호랑나빗과에 속한 꼬리명주나비는 환경부가 지정한 국가적색목록에 포함된 생물이다. 즉, 멸종 위험이 높다는 의미다. 원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종이었지만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 꼬리명주나비 애벌레는 쥐방울덩굴만 먹는데, 하천 정비 등이 진행되면서 먹이식물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쥐방울덩굴은 흔히 보는 덩굴처럼 보이지만 산림청이 선정한 희귀식물로 보호가 필요하다.
 
꼬리명주나비 서식지 조성에는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이 큰 동력이 됐다. 수원의제21추진협의회의 지원으로 2009년부터 인근 고교의 교사와 학생들이 참여한 자발적인 서식지 보호 활동이 시작됐으며 이후 축만제(서호) 제방 주변에 쥐방울덩굴을 심고 가꾸며 애벌레의 발달을 지켜보는 것도 ‘서호를 사랑하는 시민 모임’ 등 시민단체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수원시는 꼬리명주나비 애벌레의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 이식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18년 국립생물자원관과 협력해 남수문~지동교 구간 수원천변에 쥐방울덩굴 500여본을 심고 관리했으며 이듬해에는 반대편 지동교~영동교 구간에 200본을 추가로 심었다.
 
또 성충의 먹이인 털부처꽃과 꿀풀 등도 함께 식재했다. 먹이식물인 쥐방울덩굴이 안정적으로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2020년 7월에는 꼬리명주나비 애벌레 40마리를 서호공원 일대에서 채집해 이식하고 천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망도 설치했다. 체계적인 관리 덕분에 지난해 수원천변을 산책하는 시민들은 화려한 무늬의 꼬리명주나비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꼬리명주나비 보호가 시작된 서호 일대에서도 관리가 체계화됐다. 제방과 공원에 나뉘어 있던 서식지를 통합 관리하면서 애벌레와 나비를 보호하는 구조물을 설치했다. 구조물 내부에는 꿀풀 등을 심어 시민들이 자연스럽게 통과하면서 꼬리명주나비를 관찰할 기회도 제공했다.
 
생물 다양성 확보를 위한 움직임은 동 단위로도 퍼졌다. 올해 율천동 주민들은 마을만들기 사업의 일환으로 마을의 깃대종으로 꼬리명주나비를 지정하고, 밤밭청개구리공원 내에 생태정원을 조성, 꼬리명주나비의 화려한 날갯짓을 기다리고 있다.
 
수원수목원 일원, 천연기념물 원앙‧참매 등 조류 32종 관찰
 

큰오색딱따구리 모습  [사진=수원시]

수원시 일원동 일원에 조성 중인 수원수목원에도 법종보호종인 원앙‧참매 등 11목 19과 32종의 조류가 관찰되고 있다.
 
수원시 공원녹지사업소 수목원팀 공직자 등을 포함 생태 전문가들이 수원수목원 조성 현장을 포함 일월공원 전역을 조사한 결과 이런 조사 내용을 밝혀냈다.
 
이들은 법적보호종인 원앙(천연기념물 327호)‧참매(천연기념물 323-1, 멸종위기종 2급)‧흰뺨검둥오리‧꿩‧해오라기‧멧비둘기‧청딱따구리‧직박구리 등 9목 14과 22종의 조류를 관찰했으며 이어 중백로‧물총새‧파랑새‧깝짝도요‧꾀꼬리, 큰오색딱따구리‧삑삑도요‧덤불해오리기 등을 발견했다.
 
수원시는 현재 이들 희귀 조류를 보존하려는 방안 마련에 착수한 상태이며 또 수목원 내에 습지생태관찰원을 조성해 조류를 비롯한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교육에 활용할 방침이다.
 
광교산, 희귀동식물의 보고...국제적보호종인 수원땅거미 등도 서식

광교산에 서식하는 희귀 동식물들인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한국산개구리, 키큰산국, 수원땅거미, 얼룩동사리, 금마타리, 두눈강도래  모습 [사진=수원시]

광교산도 희귀동식물의 보고이다. 광교산에서 373과 1306종의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멸종위기종 8종, 천연기념물 2종, 한반도고유종 9종, 희귀식물 12종, 국제적 보호종인 수원땅거미 등이 서식하고 있다.
 
멸종위기종으로는 삵, 수달, 희목물떼새, 노랑부리저어새, 새매, 말똥가리, 맹꽁이, 왕은점표범나비 등이고 한반도고유종은 가는장구채, 분취, 매화말발도리, 조팝나무, 제비꽃, 구절초, 멧토끼, 한국산개구리, 얼룩동사리 등도 서식하고 있다.
 
또 국제적보호종인 수원땅거미와 가는무늬하루살이, 총채민강도래, 한국민강도래, 두눈강도래, 가재 등 5종의 국외반출승인대상종도 발견됐다.
 
이와 함께 광교산에서는 태백제비꽃, 토현삼, 금마타리, 말나리 등 희귀식물과 너구리, 족제비 등 포유류, 멸종위기종인 왕은점표범나비의 서식이 확인됐고 역시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의 서식 흔적도 목격됐다.
 
정성빈 시 환경정책과 환경정책팀장은 “환경을 보호하고 자연을 보전하기 위해 생물다양성 증진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였다"며 “수원특례시 역시 대한민국 환경수도라는 위상을 견고하게 지키면서 시민들에게 생태 서비스 등 다양한 편익이 제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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