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유통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대기업과 소상공인이 공생, 공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전 한국유통학회 회장)는 29일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제13회 소비자정책포럼’에서 '유통산업의 활성화와 규제 혁신 및 공생방안'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 유통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이 도리어 성장을 저하시키는 주범이라고 꼬집었다.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마련된 규제들이 기업들의 경쟁력뿐 아니라 소비자 편의성도 저하시켰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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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유통규제가 당초 취지대로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발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고도 지적했다.
실제 유통산업발전법이 전통 상권 활성화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조사 결과는 그간 꾸준히 나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설문에 따르면 ‘영업규제가 전통시장, 골목상권 활성화에 효과가 있었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8.5%가 ‘효과가 없었다’고 답했다. 이 조사에서 소비자 67.8%는 대형마트 영업규제에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지난해 실시한 ‘유통 규제 관련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도 ‘의무 휴업제로 대형마트에 못 갈 경우 전통시장을 방문한다’는 소비자는 전체 응답자의 8.3%에 그쳤다. 즉, 대형마트가 쉰다고 소비자들이 근처 전통시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몰을 이용하는 상황이다.
이에 김 교수는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규제가 본격화 된 이후 온라인 판매가 급증하는 시장·판매생태계 변화를 초래했다"며 "총 소비에서 온라인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50%에 달할 정도인데, 이는 사실상 오프라인이 어렵게 됐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규제가 지속될 경우 지역 일자리 감소와 지역상권 성장률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내다봤다. 김 교수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의 추락은 직간접적인 고용뿐만 아니라 주변 상권 고용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규제 정책 개선을 위해서는 정책 인프라를 지원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동시에 소상공인과의 공생은 물론 구조적 변화 모색이 필수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전통시장으로 오게 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하는데 현재 유통 규제는 기업과 소상공인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며 "기업과 소상공인은 경쟁이 아닌 공생의 관계"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소상공인 개인의 지원이 중요한 게 아니고 소상공인과 기업 간의 공동 협력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정치 논리를 배제한 정책이 나오지 않으면 자칫 유통산업이 공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유통은 제조업의 마지막 관문으로 혁신을 창출하는 관문이자 실핏줄 역할을 해야 하며, 소비자 편의성이 우선”이라며 “한쪽을 막을 게 아니라 지역특화 비즈니스라든가 소상공인에게도 4차산업 혁명에 걸맞은 컨설팅을 해주고, 인프라와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식으로 나가야 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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