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거래제도 개정···유럽행 물류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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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현 기자
입력 2023-04-2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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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운·항공 배출량 감축 업종에 포함

  • 무상할당 2026년까지 단계적 폐지

  • 배출권 가격 급등 전망에 발등의 불

유럽연합(EU) 의회가 해운업과 항공 운송업을 탄소배출량 감축 업종에 포함하는 탄소배출거래제도(EU ETS)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유럽향 운송비가 급등하는 등 운송대란이 전망된다.

특히 해운업계는 당장 내년부터 EU 역내에서 배출하는 탄소배출량의 40%에 대해 배출권을 구매해야하는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관측된다. 항공 운송업은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뒀지만 선박과 달리 탄소배출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대체 연료가 없는 상황이라, 기업들이 추후 대책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20일 EU의회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해운업과 항공운송을 탄소배출량 감축 업종에 포함하는 EU ETS 제도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 제도는 EU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시행되는데, 의회와 이사회가 이미 지난해 말 제도 통과에 합의한 만큼 시행은 시간문제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수정된 EU ETS의 핵심 내용은 내년부터 탄소배출량 감축 업종으로 지정된 기업의 연간 탄소배출량 40%에 대해 ETS를 적용한다는 것이다. 연간 배출량의 60%에 대해서만 탄소배출권을 무상할당하고 나머지 40%는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는 의미다. 무상할당 비율은 2025년에는 30%, 2026년부터는 0%로 변경된다.

지난해 논의된 ETS에서 세부안에는 해운업과 항공운송은 제외됐지만 이번에 통과된 개정안에는 두 업종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선사들은 역내 운항 중 발생하는 탄소배출량은 물론 항구 정박 시 발생하는 탄소배출량까지 측정해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2027년부터는 역외에서 EU로 들어오는 동안 배출한 탄소에 대해서도 ETS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항공운송에 대해서는 2027년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무상할당량을 감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강도 높은 ETS에 해운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현재 EU 역내에서 거래되는 배출권 가격은 t(톤)당 100유로(약 14만5000원) 수준이다. 배출권이 본격적으로 거래되는 내년부터는 배출권 가격이 급등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유럽에는 배출권 거래 시장에 다양한 금융 파생상품이 존재해 배출권 가격 상승 압력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는 HMM이 유럽향 컨테이너 선박을 운영하는데, 물동량은 연간 78만7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분량)에 달한다. 유럽 전체 컨테이너 물동량의 6.8% 수준이다. HMM이 포함된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차원으로 보면 유럽 컨테이너 물동량의 27%를 차지한다.

단순히 계산하면 EU 역내에서 거래되는 해운업 탄소배출권의 6.8%를 HMM이 부담해야 한다. HMM을 비롯한 해운업계는 배출권 거래가 활발해지는 내년 배출권 가격을 가늠할 수 없어 ETS에 따른 부담금을 계산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매년 최소 수천억 단위의 추가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는 유럽향 운임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수출기업 전반에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국내 항공사는 당장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예정된 ETS 적용에 대안이 없는 상황이다. 바이오 항공유 등을 통해 탄소배출을 절감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나 생산량이 적고, 비용이 많이 들어 당장은 대안이 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조성대 한국무역협회 실장은 “제도 변경과 강화된 EU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로 인해 배출권 가격이 올라갈 수 있는 여지가 더 커졌다”며 “단계적으로 무상할당량을 줄이는 만큼 운송업종은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운항 중인 HMM의 컨테이너선 [사진=H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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