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GGGF] 깁슨 비들 "고객 집착이 오늘날 넷플릭스 만들어... 590억 손해도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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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일용 기자
입력 2020-09-1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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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깁슨 비들 넷플릭스 전 제품 관리 부사장, 2020 GGGF에서 넷플릭스 고객 집착과 데이터 경영 강조

고객에 대한 집착이 오늘날 세계 최고의 OTT(온라인 비디오 스트리밍) 넷플릭스를 만들었다. 고객을 이해하고 더 나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지금도 넷플릭스는 사내에서 300~400건의 A·B 테스트를 하고 있다. 전 세계 2억여명의 고객에게서 수집한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의사결정을 하는 데이터 기반 경영의 일환이다.

10일 깁슨 비들(Gibson Biddle) 넷플릭스 전 제품관리 부사장은 '2020 GGGF' 강연에서 “넷플릭스의 성공 비결은 ‘고객에 대한 집착’에 있다. 집착이란 실험을 통해 소비·이용자 행태를 분석하고 고객에 감동을 주는 일”이라고 말했다.
 

깁슨 비들 넷플릭스 전 제품관리 부사장. [사진=깁슨 비들 제공]

고객을 이해하기 위해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는 집요할 정도로 A·B 테스트에 집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A·B 테스트란 두 개의 실험 대조군을 만들어 전자에는 기존 서비스를, 후자에는 신규 서비스를 제공한 후 둘 중 어디가 더 높은 성과를 내는지 측정하는 마케팅 기법이다.

처음엔 넷플릭스는 보유한 모든 콘텐츠를 홈페이지에 표시하려 했다. 때문에 사용자 환경이 대단히 조잡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비판을 수용하고 사용자 환경을 개인 맞춤형으로 바꿨다.

개인 맞춤형 사용자 환경을 도입하려면 이용자가 어떤 콘텐츠를 선호하는지 알아야 한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이용자가 특정 콘텐츠를 끝까지 시청하는지 분석했고, 콘텐츠 시청 후 이용자에게 평점을 매기게 했다.

전자는 파악하기 쉽지만, 후자는 신뢰할 만큼 표본을 얻는 게 어렵다. 평점을 매기는 고객의 비율은 처음에는 4% 수준에 불과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30%까지 올리는 데 성공했다. 평점을 매기면 이용자가 좋아하는 영화를 더 정확하게 찾아주는 평점 마법사 시스템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비들은 고객을 이해하려면 사람의 편견을 배제하고 데이터를 신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편견의 대표적인 사례로, 개인의 나이·성별·국적과 개인의 콘텐츠 취향은 무관하다는 점을 꼽았다.

데이터를 분석해 고객을 이해하려면 더 많고 정교한 알고리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넷플릭스는 100만 달러(약 11억8000만원)의 상금을 걸고 콘텐츠 매칭 알고리즘 대회를 열었다. 1등이 상금을 독식하는 대회라 참가자 간 합종연횡이 진행되었고, 가장 정교하게 합종연횡을 진행한 팀이 100만 달러의 주인이 됐다.

넷플릭스는 이러한 알고리즘으로 평점이 우수한 콘텐츠가 많다고 해서 고객 유지율이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고객에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인지 물어보면 평점 5점의 고상한 영화라고 답하지만, 데이터는 고객이 실제로 좋아하는 영화로 평점 3점짜리 슬랩스틱 코미디를 가리키고 있었다. 평점과 영화의 즐거움이 별개란 사실을 알게 된 후 넷플릭스는 평점 시스템을 폐지했다.

하지만 데이터를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넷플릭스는 데이터를 토대로 오리지널 콘텐츠의 시청자를 예측한 후 관련 투자 비용을 책정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1억명이 볼 것으로 예상하는 ‘기묘한 이야기’에는 5억 달러(약 5930억원), 2000만명이 볼 것으로 예상하는 ‘보잭 홀스맨’에는 1억 달러(약 1185억원)를 투자하는 식이다.

대부분 데이터를 기반으로 예상한 만큼의 시청률이 나왔다. 하지만 유독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는 데이터가 예상한 것보다 수백배 높은 효율의 시청률이 나왔다.

데이터가 알려주지 않는 비밀을 A·B 테스트가 찾아냈다. 답은 표지에 두른 금색 띠였다. 내셔널 지오그래픽 특유의 표지가 고객의 클릭을 유도한 것이다. 이후 넷플릭스는 고객의 관심을 끌기 위해 독자적인 콘텐츠 표지 제작에도 나섰다.

마지막으로 비들은 "넷플릭스는 고객 감동을 위해 손해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정책도 서슴없이 취한다"고 설명했다. 1개월 무료 감상 기간이 끝나고 1~2일이 지난 후 고객이 자동결제된 금액을 취소하기 위해 전화를 하는 사례가 급증하자, 넷플릭스는 무료 감상이 끝나기 1~2일 전에 고객에게 통지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데이터는 이를 통해 5000만 달러(약 593억원)의 손해가 발생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넷플릭스는 해당 시스템을 즉시 도입하기로 했다.
 

깁슨 비들 넷플릭스 전 제품관리 부사장이 2020 GGGF에서 넷플릭스의 고객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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