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ve Men Around a Table,유화, 175x210cm, 2011 |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완전한 행복은 백치에게만 주어진 특권이라고 했던가.
서울 소격동 학고재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독일작가 팀 아이텔(41)의 작품은 현대인의 우울함과 공허함이 가득하다.
현대사회에서 외면받는 존재들을 작품속에 담은 작가는 검은 배경속에 정지된 화면을 보여준다.
망연자실해 있는 청년, 다소 지쳐있거나 낙담한 노동자, 심지어 주인떠난 침대위 이불마저 한숨을 토해내는 순간을 포착한 듯하다. 마치 생각을 말하지 않기 위해 참는 것과 같은 모습이다.
Untitled (Cot), 유화, 22.9x22.9cm, 2009 |
완전히 불완전함을 온전히 담아낸 검은배경의 위력은 삶의 아픔과 쓸쓸함을 섬세하게 찾아내고 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팀 아이텔의 이번 전시는 그의 초기부터 현재까지의 작품 경향을 전반적으로 살펴볼수 있는 자리다.
독일작가 팀 아이텔 |
1970년대 이후에 태어나 작가들이 중심이 되는 뉴-라이프치히파는 유행과 상관없이 구성적인 엄격함과 장인적 완벽함을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커리큘럼을 바탕으로 하는 구상회화를 선보인다.
93~94년 슈투트가르트 대학교에서 문학과 철학 공부를 했다. 이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깊이 성찰할 수 있었고 철학공부는 작품주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번 전시 제목 '더 플레이스홀더스'는 하나의 장소, 상황속 주인공들과 그들이 남긴 흔적을 뜻한다. 작품은 모호한 배경을 사용하고 모든 등장인물의 움직임과 변화를 제거하여 표현한다. 세밀하게 묘사한 장면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의도적인 생략을 통해 장면의 분위기와 감정을 전달한다.
쓸쓸함보다 더 큰 힘이 어디 있으랴.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흔적만으로도 그 존재에 대해서 표현할 수 있는가?' 에 대한 답을 보여준다. 전시는 10월 23일까지.(02)720-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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