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려대 경제학과
-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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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미국보다 낮은 잠재성장률…한국 경제 역동성 살려라
잠재성장률은 노동증가율 자본증가율 총요소생산성증가율의 합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우선 노동력에서 저출산과 고령화로 생산연령인구가 가파르게 감소하는 반면, 미국은 외국인 유입이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에서 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은 2022년 71.1%에서 2072년 45.8%로 급감할 전망이다. 반면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의 비율을 뜻하는 노년부양비는 올해 27.4명에서 2072년 104.2명으로 치솟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저성장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고령인구의 노동력 활용제고 등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릴 구조개혁이 절실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자본증가율 기여도도 하락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가 바람직한 수준만큼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의미다. 겹겹이 짓누르는 규제, 높은 세금, 강성노조, 높은 임금으로 한국 기업들의 해외탈출은 가속화되고 있다. 지난해 해외로 진출한 국내 기업이 2816곳에 달한 반면 해외에서 돌아온 국내 복귀(유턴) 기업은 22곳에 불과했다. 미국은 ‘리쇼어링’으로 불리는 기업 복귀 정책이 효과를 발휘해 매년 평균 300곳 이상의 자국 기업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의 유턴 기업도 연평균 600곳을 넘는다. 반면 한국은 지난 5년간 유턴 기업 수가 총 108곳에 그쳤다. 그중 대기업은 4곳에 불과하다. 자동차 산업만 봐도 일본 도요타·혼다·닛산 등은 미국과 멕시코 공장을 자국 내로 옮기거나 해외 생산 물량의 일정 비율을 국내 생산으로 돌리는 등 리쇼어링 성과가 뚜렷하다. 반면 현대차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 돌발 악재 탓에 러시아·중국 공장을 폐쇄하면서도 리쇼어링 대신 인도에 새 공장을 짓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 같은 차이는 한국과 경쟁국의 기업 투자 여건이 천양지차인 데서 비롯된다. 한번 고용하면 사실상 해고가 불가능한 낡은 노동법, 최저임금 과속 인상에 따른 과도한 인건비,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주 52시간제, 산업재해 사망 때 최고경영자가 감옥행을 감수해야 하는 중대재해처벌법, 수도권 공장 입지 규제 등 이중 삼중의 규제가 주는 공포가 기업들을 해외로 내몰고 있다. 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에 따르면, 해외 진출 기업의 95%는 “국내 유턴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직원 비중이 높은 제조기업일수록 한국을 떠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학술 논문도 나오고 있다. 노조 가입자 비중이 25~50%인 제조업체는 0~25%인 기업에 비해 해외 진출 가능성이 2.1배 높았다. 노조 권한이 강한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해외 이탈 가능성이 1.5배, 노사 관계가 대립적인 기업은 1.6배 높다는 진단이다. 강성 노조의 과도한 요구로 기업이 골머리를 앓고, 신규 공장을 노동 환경이 한국보다 훨씬 유연한 외국에 세운 사례는 숱하게 많다. 현대차는 1996년 충남 아산 공장 이후, 기아는 1997년 경기 화성 3공장 이후 새 공장을 전부 해외에 세웠다. 기업의 국내 투자를 위해선 정부가 노조의 불법 파업에 엄정 대처하는 한편 노동시장 유연성을 높이는 데도 앞장서야 한다. 제도적 측면에서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 적용으로 바꾸는 일이다. 반도체업계는 연구개발(R&D) 분야에도 주 52시간제가 일률 적용되다 보니, 연구원들이 새벽까지 일하는 엔비디아나 주 7일 근무도 마다하지 않는 TSMC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호소하고 있다. 여야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회가 올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반도체산업은 안보면에서도 중요한 전략산업이지만 각종 주민들의 민원, 전기 용수 문제도 발목을 잡고 있다. 480조원의 생산유발효과와 직간접 고용효과도 192만명으로 추정되는 용인 반도체 산단도 수년째 첫 삽도 못 뜨고 있고 전기 용수 문제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미국의 막대한 보조금 지급,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산단의 속전속결 건설과는 너무나 안이하고 차원이 다른 문제들이 한국 기업들을 해외로 내쫓고 있다. 노동생산성도 우선 우수인재가 양성되어야 하는데 40여 년째 이어지고 있는 평준화교육은 수학포기자를 양산하고 19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학반값등록금으로 전국 대학들은 인재양성은커녕 재정이 피폐해 존속 자체를 걱정하고 있는 지경이다. 노동 자본투자 저출산 문제가 해결되어야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난다. 지금 상태와 같은 미봉책으로는 한국 경제는 선진국 문턱에서 추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규제혁파 세제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을 강도높게 추진하라.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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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4대 개혁 재점검 필요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2022년 5월 10일 취임 후 16일 국회 첫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3대 개혁 과제를 언급하며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고 강조하며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게 돼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며 야당의 협력을 요청했다. 2023년초 윤석열 대통령은 ‘글로벌 중추국가’라는 새 외교 노선을 천명하고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대통령이 꺼내든 개혁의 화두는 “기득권 유지와 지대 추구에 매몰된 나라에는 미래가 없다”였다. 그리고 2023년 10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여당 참패 후 국정 쇄신안으로 처음 ‘의대 증원’ 계획을 공언했다. 이로써 연금·노동·교육·의료 4대 개혁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금년 8월에는 여기에 저출생위기 대응을 더해 4+1개혁이 주장되었다. 펜데믹 위기를 겪어면서 한국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뿐 아니라 미중쟁패 심화, 북중러결속 강화 등 지정학적·경제적 불안정성이 팽배해 복합위기의 파고가 넘실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도약하기 위해서는 개혁을 통한 돌파구가 절실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소야대 정쟁의 대치상황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어 개혁을 위한 법안 하나 제개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인가가 문제다. 정쟁만 키우고 개혁은 실종되는 최악을 피하려면 모두가 기득권을 조금씩 내려놓도록 설득하고 타협해야 하는데 국정은 협치는커녕 갈수록 대치만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사회 각종 기득권 세력들은 개혁보다는 기득권 지키기에 사생결단이 되고 있는 상황도 개혁 돌파구 찾기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13일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성과보고회 및 3기 출범식'에서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점들을 근본부터 해결하기 위해 반개혁 저항에도 물러서지 않고 연금·의료·교육·노동의 4대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을 반복했다. 윤정부가 출범해 3대개혁을 주장한지도 2년 반 가까이 다가오고 윤정부도 반환점을 얼마 남기지 않은 이 시점에 개혁의 추진상황을 점검해 보고 어떻게 하면 추진동력을 살려나갈 것인지 고민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먼저 연금개혁을 보면 연금개혁의 출발은 ‘공적연금 개혁위원회’의 출범이다. 공적연금 개혁은 윤석열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는 물론 당선 후에도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굳게 약속한 주요 국정과제다. 연금 개혁의 추진을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공적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해 개혁안을 마련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합의를 도출해 ‘상생의 연금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다. 현행 공적연금제도의 문제점은 우선 공무원연금과 군인연금은 이미 상당한 수준의 적자를 매년 국가재정으로 보전하고 있고, 사학연금도 조만간 이런 전철을 밟을 것이기에 이에 대한 근본적 해법이 제시돼야 한다는 점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군인연금은 1973년부터 적자를 기록했다. 2023년 적자는 1조9000억원에 달했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 처음 적자가 났고, 2002년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됐다. 그나마 2015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개혁했지만 2023년 적자만 6조1000억원에 달했다. 사학연금은 아직까지 최악의 상황은 아니다. 하지만 2028년에 적립금이 정점을 찍고 이듬해인 2029년부터 기금 수지가 적자 전환하는 데 이어 2043년엔 적립금이 모두 고갈될 전망이다. 현재 군인연금과 공무원연금 적자는 세금으로 메운다. 사학연금도 적자가 나면 정부 재정이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 개혁과 함께 군인·공무원·사학연금 개혁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3대 직역연금은 국민연금보다 보험료율이 높지만 그만큼 연금 지급액도 많은 구조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의 보험료율은 18%로 국민연금(9%)의 두 배다. 2022년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자의 월평균 급여액은 58만원인 데 비해 공무원연금 수급자는 이보다 4.6배 많은 268만원이었다. 군인연금은 289만원, 사학연금은 302만원이었다. 현행 제도대로 간다면 2050년에는 국가보전금이 23조9천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계되고 있다. 국가부채도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상황에서 지속이 어려운 과제다. 국민연금은 현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39년에는 재정수지가 적자로 전환되고 2057년이 되면 기금이 전액 소진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에 연금 재정의 지속가능성 문제가 심각하다. 중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을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국민연금은 1986년 설계 당시 일본의 후생연금을 참고했는데, 일본은 2015년 공무원연금과 후생연금을 통합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보험료율은 18%로, 소득대체율은 50%로 합의했다. 지금은 연금을 적게 받는 일반국민들의 세금으로 연금을 많이 받는 특수 직역연금을 보전하는 모순이 지속되고 있다. 이밖에 소득 하위 70% 노령층에 적용되는 기초연금제도와 기초생활보장제도를 통합·운영해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해 나가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다. 연금 개혁이 정치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나, 우리보다 연금 역사가 긴 일본과 독일도 오래 전 이를 성공적으로 매듭졌다. 한국도 2022년 7월에는 국회 연금특별위원회가 설치됐고 10월에 첫 회의가 열렸다. 하지만 연금특위 민간자문위원회 보고서가 2차례 연기된 끝에 제출됐고, 지난해 10월엔 알맹이 없는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안이 발표됐지만 보험료율 인상의 불가피함만 강조하고 구체적인 인상률을 담지 않은 채 국회로 넘어가면서 알맹이가 없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해 들어 국민연금특위는 시민대표단 500명이 참여하는 ‘연금개혁 공론화위원회‘까지 꾸렸다. 최근 정부는 보험료 차등 인상, 자동안정장치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개혁안을 발표했다. 보건복지부는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고, 2028년까지 40%로 낮아지게 설정된 소득대체율을 42%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연령 그룹별로 보험료율 인상 속도가 다른 ‘세대별 보험료율 차등 인상’, 연금액 삭감이 불가피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자동조정장치 도입’ 등과 같은 논쟁적 방안도 함께 던지면서 여러 이견이 노출되고 있다. 여당과 야당, 전문가들 사이에서 견해 차이가 드러나며 좀처럼 합의안을 도출하기 어려운 분위기 속에서 공은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그러나 이 마저도 국회통과가 불투명한 상태다. 국민의힘은 여·야·정이 모두 참여하는 국회 연금개혁특위를 만들어서 모수개혁 및 구조개혁을 통합 논의하자는 방침이지만, 민주당은 정부가 발의한 법안을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에서 다루면 된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특히 국민연금과 3대 특수 직역연금을 통합하는 방안은 언급도 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공감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노동개혁은 윤정부는 노사법치 확립의 일환으로 노조 회계 투명성 제고, 불법·부당한 관행 개선, 5대 불법·부조리 근절(포괄임금 오남용, 임금체불, 부당노동행위, 불공정 채용, 직장 내 괴롭힘) 등 노사 법치주의 확립과 노사 자율적 선택권 확대를 위한 근로시간 개편, 파견제도 선진화, 노사 대등성 확보를 위한 대체근로 개편 등 노동규범 현대화를 목표로 노동정책을 추진해 왔다. 그 결과 고용부에 따르면 2022년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근로손실일수는 58만4853일로 지난 정부 평균 156만7381일(동일 기간)의 37.3% 수준에 불과하고 2023년 노사분규 평균 지속 일수 건당 9.4일로 역대 최초 10일 이하 기록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유연성도 강조했다. 그는 " 자본시장은 글로벌 스탠다드 맞게 바뀌었는데 노동시장이 안바뀐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유연성"이라고 밝혔다. 이어 "사업자에게만 유연성을 중요시하는게 아니라 근로자들도 노동시간과 형태에 있어 선택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 산업과 근로자가 사업·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시간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내용인데, '주69시간 근무' 프레임이 갇혀 한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나 노동유연성 제고, 노동쟁의 3자 개입 금지, 노동쟁의 시 대체인력투입 허용, 최저임금 차등화 탄력화, 주휴수당 폐지, 과도한 중대채해처벌법 개정 등 노동 본연의 개혁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노동시장 유연화와 이중구조 개선을 위해 노사정이 양보와 타협을 통해 협력하고 이를 법제화하는 것이 시급히 필요한 노동개혁이다. 아울러 실업대책을 공고히 하고, 노동자들의 능력개발을 위해 정부와 기업이 나서서 직업교육과 훈련을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이다. 다시 노동개혁의 불씨를 지펴야 할 때이다. 정부는 노동개혁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과제를 제시하고, 국회는 입법화로 뒷받침해야 한다. 독일의 하르츠 개혁을 위시한 노동개혁 성공은 강한 지도력과 협치 그리고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뒷받침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현장을 두루 경험한 김문수 고용부 장관의 경륜과 추진력이 주목되고 있다. 백년지대계로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은 늘봄학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글로컬 대학 육성 등이 추진되고 있다. 그동안 30여년 가까운 교육평준화 정책으로 학생들의 기초햑력은 하락하고 20여년 가까운 대학 반값 등록금 정책으로 대학은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이라고 불리는 인공지능혁명 등에 필요한 우수인재를 키워내지 못하고 있다. 윤정부는 우수 인재 양성을 위한 글로컬대도입, 공립고교 육성, 교육자유특구 도입, 지역균형발전 연계 등 진일보한 교육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학교는 전교조가 장악하고 있고 좌편향 교육은 지속되고 있고 30년 가까운 평준화, 20년 가까운 대학 반값 등록금으로 학력저하 대학재정 빈곤화 등 황폐화한 공교육 정상화는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 그 결과 수만 명의 기러기 아빠 엄마들이 전세계 국제학교를 유랑하고 엄청난 사교육을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교육 정상화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할 교육개혁과제다. 의료개혁은 최대 난제로 등장하고 있다. 의대 증원은 제주 의대가 설립된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일이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전년도 3113명보다 1497명 늘었다. 의대 증원은 과거 어느 정부도 못했던 개혁이다. 한국의 의료는 개혁이 필요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모든 환자들이 부족한 의사로 인해 ‘3분 진료’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다. 선진국은 물론 중국에서도 모바일 플랫폼시대를 맞아 대대적으로 하고 있는 원격진료도 20년 넘게 시범사업만 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중의학으로 노벨의학상이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한의학에 대한 차별은 여전하다. 단순한 증원을 넘어 국민을 위한 진정한 의료개혁 추진이 가능할 것인지 주목된다. 성태윤 대통령 정책실장은 9월 11일 의료개혁에 대해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는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핵심적인 요건”이라고 했다. 그는 “의학교육 선진화, 전공의 수련체계 혁신 등을 통해 좋은 의사가 많이 배출되도록 하고 지역의료 인프라 강화와 상급종합병원 구조 전환 등 의료 이용체계를 정상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증, 응급을 비롯한 필수, 지역의료 수가를 개선해 공정한 보상 체계를 확립하고 의료인 배상 책임보험, 형사처벌 특례 등 의사와 환자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며 “이러한 의료개혁을 제대로 뒷받침하기 위해 그간 건강보험에 의존하던 재정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향후 5년간 10조 원의 국가재정을 투입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개혁은 전임 정부들에서도 풀지 못한 숙제다. 임기 반환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지금은 다시 한번 미비점과 보완점을 재점검해 보아야 할 때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정치적 유불리를 떠나 대한민국의 생존과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고 밝히며 “늘 그렇듯 개혁에는 많은 저항과 고통이 따른다”면서도 “한국경제가 지속적인 성장의 길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조적인 성장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제는 지금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해 2030년 대에는 성장률이 1%대 2040년 대에는 성장률이 0%대로 추락할 것이라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전망이다. 한마디로 2030년대 이후에는 일본형 장기불황에 접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반면 끊임없는 구조개혁으로 경제의 역동성 유연성을 제고해 오고 있는 미국은 1인당 소득이 7만 달러 고소득국임에도 잠재성장률이 올라가는 기염을 토하고 있다. 국민 모두 기득권을 조금씩만 양보하고 여야정치인들도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위해 맹목적인 정쟁을 접고 대승적 결단을 내려야 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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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부동산가격 때문에 금리 안내린다?
지난 8월 22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3.50%)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하였다. 물가상승률 둔화 추세가 이어지고 내수 회복세가 더디지만,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8월 8일 발표된 상황에서 수도권 주택가격 및 가계부채가 금융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좀 더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라고 한국은행은 설명하였다. 이에 대해 회복이 더딘 내수와 추락하는 민생을 고려해 대통령실은 아쉬움을 표명했다는 언론보도가 있었다. 대통령실은 한은 독립성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 이후 조심스럽게 의견을 표명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지금 한국 경제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자영업자 건설업자들의 상황은 빈사상태다.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자영업자 수는 572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6만2000명 줄어든 규모다. 특히 고용원 없는 영세 자영업자가 11만명 줄어들어 사실상 경영난과 고금리 영향으로 폐업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 결과 올 상반기 장사를 접은 후 실업자가 된 자영업자들은 1년 새 23%가 넘고 지난 7월 전국 법원에서 진행된 상가 경매 건수는 총 2294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1059건)과 비교하면 무려 116% 급증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종합건설업체 누적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전년 동기(218건) 대비 무려 35.3% 증가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고용사정은 악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1분기 임금근로 일자리 동향'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준 전체 임금근로 일자리는 2052만1000개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만4000개 증가했지만 고령층 재정일자리 '보건·사회복지' 분야의 일자리가 증가세를 주도하고 있고 건설업 일자리는 4만8000개 줄어들고 20·40대 일자리는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내수 부진과 빈사상태로 내몰리고 있는 민생을 고려한 대통령실의 아쉬움 표명에 대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반박이 나와 주목된다. 27일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한은 공동 심포지엄' 폐회사에서 "금리 동결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현 상황에서의 단기적 최적 결정'이 무엇인지에 치중했다는 점이 안타깝다"며 "왜 금리 인하를 망설여야 할 만큼 높은 가계부채와 수도권 부동산 가격과 같은 구조적 문제에 빠지게 됐는지에 대한 성찰은 부족해 보인다"고 직격했다는 보도다. 이 총재는 "구조적인 제약을 무시한 채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향으로 통화·재정정책을 수행한다면 부동산과 가계부채 문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해 논쟁이 잦아들기보다는 가열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측 논쟁이 모두 한편에서는 타당성을 가지고 있고 틀린 주장들이 아니기 때문에 논쟁의 타당성 여부를 논하기보다는 외국에서 통화이론으로 학위를 하고 한국은행에서 통화연구실장을 역임하고 관련 학회장을 맡아 오는 등 통화금융을 연구해온 필자로서 몇 가지 정리해 둘 점이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통화정책이란 무엇인가. 거시경제학에서 통화정책은 재정정책과 더불어 단기 안정화정책(stabilization policy)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경기는 변동하면서 움직이는데 수요변동을 통해 경기변동을 완화해 실물경제에 충격을 덜 주도록 하는 것이 단기 안정화정책이다. 그 때문에 통화정책은 대개 시계가 1년 내외로 짧다. 1년 내외의 미래를 내다보고 물가나 고용 사정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전망하고 미래지향적 정책을 수행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반면 구조개혁 교육 혁신 등은 성장정책이라고 해서 거시경제학의 후반부에서 가르치고 있는 장기정책분야다. 단기 통화정책은 장기적 경제여건을 주어진 것으로 간주하고 단기 안정화정책을 수행한다. 물론 단기 안정화 통화정책은 투자를 통해 장기 성장의 여건을 변화시킨다. 둘째, 한국은행의 목적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은은 물가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하는 ‘물가안정목표제’를 1997년 금융위기 이후 1998년부터 채택했다. 1차 2차 석유파동으로 인한 고인플레이션 시기를 겪으면서 당시 전 세계 중앙은행은 ‘물가안정목표제’ 채택 열풍이 불던 때였다. 즉 물가안정이 한은 통화정책의 목표다. 물가안정 목표는 처음에는 작황의 영향을 많이 받는 농산물가격과 글로벌 시장 영향이 절대적인 석유류가격을 제외한 물가상승률인 근원인플레이션율을 기준지표로 하였으나 지금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을 기준지표로 하고 목표는 2.5%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안정이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세계 각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과 예방대책을 연구한 끝에 거시건전성규제 등 사전적 금융안정대책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각국은 거시건전성 감독을 강화하게 되었고 한국도 금융감독원에 거시건전성감독국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거시건전성감독국은 폐지되고 없다. 그처럼 사전적으로 거시건전성 감독을 소홀히 한 결과가 최근 불거진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로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급락하자 2020년 3월부터 금리를 인하하기 시작해 기준금리는 0.5% 수준까지 하락했다. 그러자 집값이 급등하기 시작했다. 앞으로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 건설사 시행사들은 금융권에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빌려 부동산개발을 시작했다. 금융회사들은 1~2%대의 저금리로 자금을 조달해 8~9% 내외의 부동산 대출을 하니 이런 횡재가 어디 있느냐고 판촉에 열을 올렸다. 이로 인해 수십억원의 성과급을 받는 증권사 등 금융권 직원들이 나올 정도였다. 이런 현상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실러는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금융위기의 전조로 보았다. 금리 급락과 주택공급 부족 등 정책 실패까지 겹치면 집값이 급등하고 이를 기회로 PF대출이 급증하게 된다. 그 후 집값이 하락으로 돌아서면 PF부실이 급증하게 되는데 경착륙해 부실규모가 크지면 금융위기까지 확산되는 것이다. 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당시 집값 급등기에 대출할 만한 신용력이 없는 프라임 수준 이하 가구에도 무조건 대출한 사태) 이후 집값이 급락하면서 마침내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초래되어 전 세계 경제를 강타한 적이 있다. 이러한 현상을 일찍이 미국의 경제학자 어빙 피셔는 “부채디플레이션(debt deflation)”(가격하락에 따른 채무부담 증가가 다시 가격하락을 초래하는 악순환)이라고 명명하고 대공황과 일본 장기불황의 원인이 되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이런 ‘비이성적 과열’ 경우에는 사전에 거시건전성 규제로 무리한 금융공급을 규제하여 비이성적 집값 급등과 대출 급등 현상을 막아야 한다. 그것이 금융당국과 통화당국이 해야할 사전적 조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교훈 결과 2011년에는 한국은행법을 개정하여 한국은행의 목적에 물가안정 외에 금융안정을 추가했다. 한은의 목적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이라고 해서 고용안정을 외면하는 것은 아니다. 이미 물가안정목표 2.5% 수준은 완전고용수준에 달하는 고용안정을 달성하는 수준의 물가상승률 수준이다. 미국 연준은 고용안정을 명시적으로 목적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고용안정의 목적 도입 여부를 떠나 대체로 적정금리수준 도출은 전 세계적으로 성장률 갭(잠재성장률과 기대성장률 갭)과 인플레이션율 갭 (목표인플레이션율과 기대인플레이션율 갭)을 이용한 ‘테일러준칙’이 기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한국처럼 내외금리차가 환율변동을 초래하는 소규모 개방경제의 경우에는 환율변수를 추가한 ‘개방경제 테일러준칙’이 사용되기도 한다. 셋째, 통화정책에는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즉 기준금리를 변경하면 일정한 시차가 지난 후에 성장 고용과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의미다. 대체로 투자 즉 성장과 고용에 먼저 영향을 미치고 이는 수요변동을 통해 물가를 변동시키게 된다. 그동안 한은의 여러 연구결과를 보면 대체로 1년 내외 시차를 두고 물가를 변동시키게 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통화정책의 파급 시차보다 늦게 금리를 변동하면 실물경제 즉 성장 고용 물가의 변동성을 높여 경제의 안정성을 훼손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화정책은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반영한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권고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여러 국내외 실증분석에서도 선제적 또는 미래지향적 통화정책이 최적 통화정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 1월 전년동기비 2.8%로 하락했다. 농산물가격과 에너지가격의 일시적 상승으로 2월과 3월 3.1%로 소폭 높아졌다 4월에는 다시 2.9%로 진입한 후 5월 2.7% 6월 2.4% 5월 2.6%로 2%대에 안정적으로 안착하고 있는 모습이다. 한은도 지난 8월 발표한 금년도 경제전망에서 금년도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5% 내년도 물가상승률은 2.1%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금년 및 내년 모두 지난 5월 전망치와 같은 2.2% 및 2.0%로 예상된다. 성장률은 작년의 1.4%에서 금년에는 2.4%로 회복되고 내년에는 2.1%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다면 시차를 고려한 지금의 금리정책은 내년의 물가상승률과 성장률 전망을 내다보고 수행되어야 경제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내년의 물가상승률은 이미 한은이 2.1%로 전망해 물가안정목표 수준을 하회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그러면 한은은 보다 일찍 금리를 내리는 것이 최적 통화정책이란 차원에서 바람직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한은은 지난 8월 22일 금리를 동결하는 결정을 내리고 부동산가격 동향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만약 부동산가격이 안정이 안되면 고용악화와 성장둔화 그리고 미국의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계속 지금의 금리를 유지할 것인가. 많은 부동산전문가들은 지난 8·.8 부동산대책으로 수도권 부동산가격이 안정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이 경우 한은은 딜레마에 직면할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넷째, 한은이 금리동결 근거로 내세우고 있는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의 효과 문제다.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은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대책이다.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고 △서울에 인접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호 이상을 추가하고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 17.6만호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 미분양 주택을 LH가 매입하는 등 4.1만호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며 △빌라 등 비아파트를 11만호 이상 신축매입임대로 신속히 공급하는 것이 골자다. 공급대책과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는 등 시중 유동성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실패했던 문 정부와는 달리 공급확대정책과 가수요 통제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한편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와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상충된 목표라는 점이 문제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 집값 하향 안정화만 추구하면 건설사의 수지가 악화되어 오히려 공급이 안될 수도 있다는 점은 과거 노무현 정부 문재인 정부에서 보여주었던 문제인데도 반복 주장되고 있다. 설상가상 지난해부터 건설비용도 급등하고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PF 부실이 크게 악화되고 있다. 정부의 발표를 보면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230조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 중 얼마나 부실이 되고 있는지도 불확실한 가운데 대책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에는 한국은행의 또 하나의 목적인 금융안정이 크게 훼손될 우려마저 있다. 지금 금융시장에서는 이 부분을 오히려 더 크게 우려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은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로 나타나는 ‘금융불균형’을 거론하며 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것이다. 금리 하나로 물가안정과 금융불균형 등 금융안정을 모두 해결하기는 역부족이다. 두 가지 목표를 하나의 정책수단으로 해결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틴버건의 법칙’이다. 금리와 더불어 금융안정을 위해서는 거시건전성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선제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설상가상 장기목표를 위해 단기목표를 희생하게 되면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경제의 단기불안정성을 높이게 될 우려가 크다는 점도 한은이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미국은 7월 고용사정이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오면서 다음 달 금리인하는 기정사실이고 한번에 0.5% 포인트 인하하는 빅컷도 거론되고 있다. 한은은 부동산, 특히 수도권 부동산가격과 가계부채를 금리정책에 중요하게 고려하는 반면 연준은 고용동향을 크게 고려하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한 동향을 반영하여 벌써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원화가 강세로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수출경쟁력이 반도체를 중심으로 많이 높아졌지만 반도체 착시를 걷어내면 아직도 수출가격 경쟁력에 영향을 적지 않게 받고 있다. 내수가 부진한 가운데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수출경쟁력이 원화강세로 훼손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통화연구실장 ▷금융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국제금융학회장 역임 ▷고려대 경제학과 건국대 금융IT학과 교수 ▷자유시장연구원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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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주택정책 성공 여부가 정권을 좌우한다
주택정책은 정권을 좌우하는 중요 변수다. 지난 2022년 초 대선에서 국민의힘이 더불어민주당에 신승을 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크게 실패한 문 정부의 부동산정책 결과 집값 급등도 중요한 이유였다. 문 정부는 2017년 6·19 대책을 시작으로 총 29번의 부동산정책을 발표했다. 문 정부는 투기수요가 근절되어야 실수요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원칙 아래 종부세율과 양도세율 강화,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임대차3법 도입, 분양가상한제와 토지거래허가제 도입 등 각종 규제정책 위주의 정책을 추진한 반면 공급정책을 소홀히 한 결과 부동산 가격은 급등했다. 종부세율과 양도세율 강화, 대출 규제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등은 노무현 정부에서도 도입되어 실패했던 정책인데 재도입되어 화를 자초했다. 2018년부터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3기 신도시, 청년 신혼부부 임대주택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입주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정책이었다. 수요가 존재함에도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니 집값은 오르고, 과도한 대출규제로 중산층은 무너졌다. 문 대통령은 "부동산 부분만큼은 할 말이 없다"며 2021년 4월 재보선 패인으로 부동산 문제를 꼽으며 "죽비를 맞고 정신이 번쩍 들 만한 심판을 받았다“고까지 했다. 윤 정부도 이미 임기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 그런데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중요한 배경은 인허가와 착공 건수가 급감하면서 수년 후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부동산시장을 뒤덮으면서 가수요까지 가세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임대차3법 시행 4년이 되면서 4년 후의 전세까지 고려한 높은 전세가로 인해 이럴 바에야 차라리 집을 사는 것이 낫겠다는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금년 상반기 중 주택인허가 물량은 전국적으로 14만9860호로 전년동기비 26.1% 감소하고 있다. 특히 서울은 1만3174호로 전년동기비 25.5% 감소하고 있다. 근년에 인허가가 많았던 2022년 중에는 26만호였으므로 금년 중에는 아직까지 22년 대비 약 10만호가 적은 편이다. 상반기 중 주택착공물량은 전국적으로 12만7249호로 전년동기비 30.4%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보면 상반기 중 착공물량이 13만여 호로 전년동기비 2.4% 감소하고 있다. 착공은 가장 많았던 2021년에 26.9만호였으므로 금년 중 아직까지는 14만호 정도가 적은 편이다. 이렇게 되니 수년 후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영끌대출을 받는 가수요까지 가세하면서 최근 집값이 급등하고 있다. 이에 대책으로 나온 것이 ”8·8 주택공급 확대방안“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8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8차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여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내놓았다. 부동산시장 안정화의 핵심은 수요에 부응하는 충분한 주택공급과 적정 수준의 유동성 관리에 있으므로 주택공급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주택수요를 선제적으로 관리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통해 향후 6년간 서울과 수도권에 총 42만7000호 이상의 주택과 신규택지를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먼저, 서울·수도권 중심 선호도가 높은 입지에 21만호를 추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서울과 인근 지역 그린벨트를 해제하여 8만호 규모의 신규택지를 공급하되, 신규택지 발표 시까지 서울 그린벨트 전역 등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하여 투기수요를 철저히 관리할 계획이라고 했다. 서울에 인접한 3기 신도시 등 수도권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호 이상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한, 빌라 등 비아파트를 11만호 이상 신축매입임대로 신속히 공급하고 이에 더하여 서울의 경우 비아파트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신축매입임대를 무제한 공급하겠다고 강조했다.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는 종전 계획 12만호에서 최소 16만호 이상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건축·재개발 촉진특례법(가칭)을 제정해 재건축‧재개발 추진 기간을 3년가량 앞당겨 향후 6년간 서울 도심 등 17.6만호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고, 수도권 공공택지에서 ’25년까지 착공하는 경우 미분양 주택을 LH가 매입하는 등 4.1만호가 조기 공급되도록 유도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급대책과 동시에 수요 측면에서는 시중 유동성과 가계대출 관리를 강화해 투기수요를 차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9월 1일부터 스트레스 DSR 2단계를 시행하는 등 DSR 규제를 점진적으로 내실화·확대해 나가고, 가계대출 전반의 증가 속도와 리스크 요인에 대한 모니터링·분석을 강화하고, 이를 토대로 조만간 추가 거시건전성 규제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투기거래 근절과 시장교란행위 단속을 위해 관계부처 합동 현장 점검반도 가동키로 했다. 규제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해 실패했던 문 정부와는 달리 공급확대정책과 가수요 통제정책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대책이다. 그러나 부동산은 일반 재화와 달리 공급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필요하다고 해서 즉각적 공급이 이뤄질 수 없다. 특히 2년 반 정도 후인 2027년 초에 있을 대선을 고려하면 많이 늦은 감이 있다. 안타깝게도 윤 정부는 지난 2년을 허비한 셈이다. 대선 전까지 어떻게 급등하고 있는 집값을 안정시킬 것인가가 핵심과제가 되어야 할 것이다. 문 정부 때처럼 죽비를 맞아서는 안될 것이다. 지난해 '9·26 대책'에서 올해 '1·10 대책'에 이은 '8·8 대책'까지 1년 사이 세 차례 발표된 정부 주택 공급대책의 종착지는 서울 그린벨트 해제였다. 현재 서울 그린벨트는 외곽에 149㎢ 규모로 지정돼 있어 서울 전체 면적의 24.6%에 해당된다. 역대 정부는 주택 공급 등을 목적으로 서울 그린벨트를 지속적으로 해제해 왔다. 노무현 정부는 국민임대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3.47㎢를 해제했고 이명박 정부 때인 2009∼2012년에는 보금자리주택 조성을 목적으로 서울 5㎢, 경기 29㎢ 등 대규모 그린벨트 해제가 이뤄졌다. 이때 서울 그린벨트 해제로 공급된 주택은 4만1000가구였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에도 2530가구 규모 신혼희망타운 공급을 위해 수서역 인근 그린벨트를 일부 해제했고, 2021년에는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자체 사업인 신내4지구(790가구) 주택공급을 위한 해제가 있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정부의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 방안과 관련해 "그린벨트 중 이미 훼손된 곳, 녹색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이미 상실한 곳에 한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 시장은 9일 서울시청에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 관련 기자설명회를 열고 "미래세대를 위해 서울 근교에 녹지공간을 충분히 유지하는 것이 최우선 가치이지만, 저출생 문제, 주거문제가 자연환경 보존만큼이나 중요한 절체절명의 과제가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중요한 포인트는 과연 언제쯤 실제 주택공급이 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한 이후에는 공공주택지구 지정, 지구계획 수립, 토지 보상, 주택 착공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하기에 주택 입주까지 8∼10년가량이 소요된다. 정부는 이번 그린벨트 해제는 '확고한 주택공급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주택정책이 불행하게도 다음 대선에 효과가 있을 것인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전 정부에서 추진되었으나 아직 답보상태인 3기신도시 건설도 반복되고 있다. 공사비 상승으로 분양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한 달 뒤 집값은 지금보다 더 비싸질 것'이라는 공포로 매수에 나선 실수요자들이 그린벨트까지 풀어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의 신호를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변수다. 전문가들은 기존 정책들을 구체화한 다방면의 세부대책이 담긴 점에 대해서는 낙관하면서도 현재 부동산 가격의 구조 문제가 공사비 급등에서 비롯된 부분이 큰 만큼 공급 실현과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 집값 하향 안정화만 추구하면 건설사의 수지가 악화되어 오히려 공급이 안될 수도 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했던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의 주택공급은 위축시켜 가격 상승을 초래하고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비수도권 주택은 과잉 공급되어 비수도권 주택가격은 오히려 하락하는데도 미분양이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는데 지금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결과는 지금 문제가 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을 악화시킬 수 있다. 오세훈 시장은 "서울의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는 흔들림 없는 서울시의 목표"라며 "중앙정부와 협력해 충분하고 안정적인 주택공급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유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는 토지거래허가제를 강화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부동산 가격 하향 안정화와 안정적인 주택공급은 상충된 목표라는 점이 문제다. 결국 서울 핵심지역에 대한 분양가상한제와 토지거래허가제도 문제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위해 정비사업 기간을 단축할 수 있는 '재건축·재개발촉진법'(특례법)을 통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17.6만호 확대하는 등 정비사업 규제를 완화해 37만 가구 공급을 가속화하겠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 중 하나다. 우선 기본계획과 정비계획의 동시처리를 허용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 요건도 완화했다. 그러나 '재건축·재개발촉진법'(특례법)이 여소야대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인지가 불확실하다. 조합설립 동의로 인정할 수 있는 범위를 확대함과 동시에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에서 공사비 분쟁 발생 시 전문가 파견을 의무화해 합의를 이끌어내도록 했다. 사업성 개선을 위해 초기 자금의 기금 융자를 지원하고 주택연금 개별 인출 목적에는 분담금 납부를 포함한다. 이 정책을 통해 도심 내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특별법도 가장 핫한 지역인 강남3구 용산구는 제외한다는 발표다. 가장 핫한 지역을 제외하고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미지수다. 직주근접이라는 핵심적인 주택정책과도 배치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도 그대로다. 심지어 서울시에서 과도하게 요구해 재건축 추진을 저해하고 있는 기부채납 문제도 그대로다. 일부 재건축단지에서는 말뿐인 서울시의 신통기획을 반대한다는 플래카드까지 나붙고 있는 실정이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가격 폭등 문제는 수년째 지속된 공사비 상승에 따른 정비사업 침체와 분양가 인상이 원인인데 민간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를 감수하고 공급대책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인이 적다는 것이다. 전세사기 여파로 침체된 비아파트 거래를 정상화하는 방안도 나왔다. 수요가 많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공공 신축매입 11만 가구 이상을 2025년까지 공급할 계획이다. 소규모 건설사업자의 취득세 중과를 완화하고 등록 주택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일몰 기한을 연장해 대상과 범위를 확대한다. 이외에 임대 수요 정상화를 위한 방안도 담겼다. 신축 소형주택을 구입하는 경우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 수를 제외하는 기간을 늘린다. 기축 소형주택을 구입해 임대주택으로 등록(매입임대)하는 경우 세제 산정 시 제외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요가 급감한 비아파트 공급 촉진이 집값 안정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수도권 과밀화만 심화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2023년 말 154조5000억원(부채비율 220%)에 달하는 LH 부채가 매입임대에 발목을 잡을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022년 LH를 ‘재무위험기관’으로 지정하고 해마다 5개년 재무관리계획을 수립해 부채비율을 낮추도록 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린벨트 해제 구역에 8만 가구 신규 택지를 공급하고 수도권 3기 신도시 공공택지의 경우 토지 이용 효율화를 통해 2만 가구 이상을 추가 공급하기로 하는 등 신축과 구축을 포함한 비아파트 공공매입임대는 종전 계획 12만 가구에서 최소 16만 가구 이상으로 확대한다. 그러나 LH의 부채가 LH가 공공주택 공급에 적극 나서지 못하게 하는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가계 대출 관리와 집값 안정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해야 하는 딜레마도 있다. 이와 관련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상환능력 범위 내에서 빌리고 처음부터 나눠갚는’ 대출관행을 일관되게 확립해 나가겠다고 밝히며, 금리인하 및 부동산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가계부채가 과도하게 증가하지 않도록 안정적으로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종합하면 공급도 늘려 집값안정을 추구하면서 집값 상승은 막아야 하고 가계부채도 증가하지 않아야 하는 상충되기도 하는 여러 목적을 추구하다보니 여러 정책들이 혼재해서 효과가 불확실해 보이는 문제점이 있어 보인다. 공급을 늘려 집값안정을 추구하면서 가계부채도 증가하지 않아야 하는 정책은 미래의 주택가격과 가구의 소득을 내다보는 미래지향적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나 LTV(담보인정비율) 등 거시건전성지표를 밀착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상환능력이 있는 가구가 차입을 이용해 주택을 구입해야 금융부실이 증가하지 않는 것이다. 민간임대 활성화와 같은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상환능력이 어려운 가구에 대한 임대주택 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이번에는 LH의 매입임대만 강조되고 민간임대 활성화 대책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이런 범위 내에서 공사비 상승을 반영한 적정 수준의 집값 상승으로 공급 확대를 유도해야 공급도 늘어나고 건설사 부도도 방지된다. 공사비는 상승하는데도 무조건적인 집값 하향 안정화가 목적이라고 하는 주장은 주택공급 축소를 초래해 궁극적으로 집값 상승뿐만 아니라 PF부실 등 부동산금융의 부실을 초래한다. 분양가상한제 토지거래허가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임대차법 등 노무현 문재인 두 정부에서 도입해 실패했던 포퓰리즘 정책은 폐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유재산권 침해소지가 있을 정도의 과도한 기부채납도 개선되어야 한다. 이런 정책들을 그대로 두면서 공급확대를 통한 집값안정을 추구하는 것은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정책이다. 윤 정부의 확고한 부동산 정책철학과 전문성 강화가 필요해 보이고 무엇보다 다음 대선을 염두에 둔 시기를 놓치지 않는 정책 추진이 중요한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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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트럼프 2기' 다가올 변화 …한국의 대응전략은
다가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지난번 대선에서 트럼프의 공약을 토대로 트럼프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미국 경제정책의 변화와 한국의 대응전략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일단 트럼프는 전통적인 공화당의 정책대로 작은 정부와 감세정책으로 미국의 경기 회복을 도모하는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법인세 최고세율과 소득세 최고세율을 낮추고 연소득 10만 달러 미만 급여세를 면세하고 자본이득세를 감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막대한 재정부담이 되고 있는 오바마 케어를 폐지하는 대신 시장논리와 경쟁으로 약값 인하, 미국 국민의 기업을 통한 의료보험 가입 등으로 의료혜택 확대를 도모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은 100%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미국은 2011년에 도입된 예산통제법에 의해 국가부채비율이 100% 넘을 경우 상하양원이 동의해야 재정지출이 가능하다. 가끔 재정절벽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국채금리가 상승하는 배경이다. 따라서 추경을 통한 경기부양안은 1조 달러 내외의 작은 규모로만 추진될 전망이다. 반면 트럼프 1기 때와 마찬가지로 기업친화적 정책과 낮은 수준의 최저임금 수준 유지, 강력한 리쇼어링정책으로 ‘Keep America Great Again’정책을 강력히 추진할 전망이다. 트럼프 1기 2018~19년 중에는 연간 700~800여 개 기업이 리쇼어링해 미국의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린 바 있다. 그 결과 2009.9~2020.2월 128개월간 최장 호황을 기록하며 1인당 소득 6.5만 달러 고소득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잠재성장률이 상승하는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미국의 성장률이 높아지면 한국의 대미 수출도 회복될 것이다. 미국 성장률 1% 상승 시 한국성장률 0.4% 상승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대미 경상수지 흑자가 증가하면 미국의 환율절상 압력에 대비해야 한다. 2015년 미국 상하 양원 통과해 2016년부터 발효된 새 무역촉진법 (Trade Facilitation and Trade Enforcement Act of 2015)에 의해 미국 재무부는 연 2회 주요교역국들의 거시경제정책과 환율정책을 조사해 의회에 보고하고 환율 개입 의심 국가에 대해 통상 투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은 1989년 발효된 슈퍼 301조의 환율 관련 법안으로 불황형 흑자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복을 받고 원화가치를 크게 절상해 경상수지가 악화되고 마침내 동아시아금융위기 때 피해가지 못한 전력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일명 베닛 해치 카퍼(BHC) 법안이라고 불리는데 △대미 흑자 200억 달러 이상 △경상수지/GDP 비율 3% 이상 △12개월 동안 일방적인 순외환시장개입 규모/GDP 비율 2% 이상 기준을 가지고 2개 기준에 저촉하는 국가는 관찰/감시대상국(monitoring list), 3개 기준 저촉하는 국가는 제재대상국으로 분류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국의 무역구조가 대중국 무역흑자가 줄어들고 대신 대미국 흑자가 늘어나는 구조로 전환하고 있어 한국이 미리 대처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통상면에서도 미국우선주의, 다자간협상탈퇴, 쌍무협정 (무역확장법 동원) 공정무역 중심의 정책이 강화될 전망이다. 현재 미국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에는 트럼프 1기에 탈퇴한 후 가입하지 않고 있다. 원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으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관세 철폐와 경제통합을 목표로 추진된 협력체제로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다가 보호주의를 주창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탈퇴를 선언하면서 총 11개국이 명칭을 CPTPP로 변경한 후 일본 주도로 2018년 12월 30일 발효됐다. 2023년 7월 영국이 추가로 가입하면서 총 12개 회원국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은 현재 중국 중심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만 가입하고 있고 CPTPP에는 가입하고 있지 않은데 통상 다원화 차원에서 한국은 가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적극적 통상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IT 반도체 등 새 트럼프 행정부의 예상되는 강경한 대중국정책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도 중요하다. 이미 한국은 미국의 강경한 대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정책으로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는 피해를 입고 있다. 반면 미국의 바이든 행정부에서 발효된 인플레감축법(IRA)에 의해 미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반도체칩스법에 의한 미국 내 칩 기업의 R&D 및 공장 건설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 외 중국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규정에 의해 한국의 많은 반도체 배터리 공장들이 미국에서 착공 중이거나 이미 가동되고 있다. 새 트럼프 행정부는 더욱 강경한 조치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6일 트럼프는 “대만은 우리 반도체 사업의 거의 100%를 가져갔다”고 말했다. 대만에 대해 방어비 추가 분담을 요구하면서, TSMC와의 관계 재설정 가능성도 언급한 것이다. 이 발언의 여파로 TSMC에 AI 반도체를 위탁 생산하는 엔비디아까지 영향을 받았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TSMC는 17일과 18일 이틀간 2%가량 주가가 하락했다. AI 반도체와 미국의 대중 제재가 맞물리며 최근 3~4년간 급격하게 재편되어 오던 글로벌 반도체 산업이 트럼프의 말에 다시 요동치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업계는 바이든 행정부가 자국 반도체 제조 부흥을 위해 수십조원 보조금을 쏟아붓는 ‘칩스법’에 변화가 생길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바이든 정부가 약속했던 보조금 정책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으로서는 통상정보를 미리 입수해 다양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한편 바이든 행정부에서 중단되었던 셰일가스 개발을 다시 추진해 에너지 자립을 추구하고 이런 과정에서 원유가격 하락 가능성도 있을 전망이다. 미국이 2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에너지 자립이 달성될 경우 미국 중동 간의 관계가 재설정되고 중동원유의 주요 이동통로인 남중국해 정책에도 변화가 올 수 있다. 원유가격 하락은 원유의존도가 높은 러시아 재정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러한 구도의 변화는 중동정세는 물론 동아시아 안보와 한국의 안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경색된 러시아의 관계 변화도 주목된다. 트럼프1기에서는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통해 대중국을 포위하는 전략을 구상해 왔으나 바이든 행정부에서 러시아와의 관계가 오히려 경색되면서 러시아 중국이 밀착하고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면서 탄약을 공급하는 북한과 러시아가 밀착하는 결과를 초래한 바 있다. 환경정책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탄소중립정책은 주로 민주당 정부에서 추진해 온 반면 이미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시절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한 바 있다. 환경규제는 추가로 완화될 전망이다. 한국의 에너지 정책도 이미 탈원전 폐기로 원전을 수출하고 있지만 탈원전 폐기정책을 보다 전향적으로 추진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 한국으로서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다가올 다양한 변화를 예상하고 미리 미리 대응해야 한다. 미국의 정책변화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크기 때문에 대응전략 태스크포스를 가동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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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국운이 걸린 반도체 전쟁 …'K칩스법' 조속히 통과하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달 25일 22대 국회 1호 법안으로 '반도체 특별법'을 발의한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은 중도층 포용을 위한 정책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로 보이지만 대부분 반대기업 정서에 편승해 대기업 지원 정책에 인색해 왔던 민주당이 반도체 육성을 위한 상당히 획기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주목된다. 반도체 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던 정부·여당이 오히려 뒤통수 맞은 듯한 반응이 나올 정도다. 이에 질세라 지난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여당 간사인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스트롱 K칩스법’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법안은 국가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및 보호를 위한 특별법,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 3개 법안을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이는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된 K칩스법보다 세제 혜택을 강화한 법안이다. 박 의원은 법안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에 ‘국가 반도체 산업본부’를 설치해 경쟁력 강화와 기술 보호를 담당하게 하고 안보 및 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검토해 반도체 클러스터 및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직접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전력·용수 등 반도체 산업을 위한 핵심 인프라 조성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확대하고 주 52시간제 적용도 예외를 둘 수 있게 했다. 미국·중국·일본·대만은 물론 유럽 주요국까지 반도체 산업 패권을 잡기 위해 지원에 나서자 여당은 반도체 산업의 빠른 지원을 위해 야당과 ‘원샷 입법’을 협의하기로 했다. 모처럼 여·야·정이 모두 의기투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다행으로 생각된다. 반도체는 경제는 물론 안보에도 중요한 산업으로 전 세계가 육성을 위해 전력을 쏟아붓고 있는 산업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의 시가총액이 3조3350억 달러(약 4600조원)를 기록하며 MS와 애플을 제치고 1위로 부상하며 전 세계 투자자들을 놀라게 했다. 그 핵심에 생성형 인공지능이 있고 생성형 인공지능에는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처리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가 핵심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반도체를 두고 삼성과 SK하이닉스 간에 일전이 가열되고 있는 형국이다. 뿐만 아니라 마하 5 이상(초속 1.7㎞) 극초음속 미사일은 현재의 방어시스템으로는 방어가 불가능해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미사일인데 마하 5 이상으로, 그것도 복잡한 궤적으로 비행하면서 목표물을 정밀타격하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신속히 연산해 내는 슈퍼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슈퍼컴퓨터에는 당연히 고성능 반도체가 핵심이다. 그만큼 반도체는 이제 외교안보에도 중요하다. 한마디로 반도체는 경제안보의 핵심 전략산업이다. 이 때문에 미국은 반도체 설비투자액의 5~15%를 보조금으로 주고, 설비투자에 25% 세액공제를 적용 중이다. 주요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계획도 계속 발표하고 있다. 1980년대의 반도체 영광을 되찾으려는 일본도 반도체 투자액의 최대 50%를 보조금으로 지원하고 설비투자의 20%를 세액공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고 EU는 430억 유로 규모 반도체 보조금 지급 계획을 포함한 반도체법에 합의했다. 이처럼 전 세계 주요국이 경쟁적으로 반도체 기업을 위한 보조금과 세제 혜택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민주당 입장에서는 파격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반도체 지원 법안은 자칫 민주당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일본, EU가 적극적으로 지원에 나서는 상황에서 야당의 반대로 한국의 지원이 불충분하다면 국내 반도체 투자 부진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5일 제시한 ‘야당표 K칩스법’에는 글로벌 반도체 경쟁에서 한국이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지원을 대폭 늘리는 내용이 담겼다.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기존 15~25%에서 25~35%로 올리고, R&D 세액공제율은 30~50%에서 40~50%으로 상향 조정하는 조항이 대표적이다. 올해 일몰되는 세액공제 기간을 10년 연장하고,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넓힌다는 내용도 첨단산업 업계에서 환영할 만한 내용이다. 국가반도체위원회를 설립한다는 안도 포함돼 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비슷한 내용을 담은 반도체 지원안을 내놨다. 여당 안은 세액공제 연장 기간이 6년이라는 점, 세액공제율은 현행 제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이번 야당 안과 차이가 있다. 여당 안은 국가반도체위원회가 아닌 ‘대통령 직속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도 야당 안과 다르다. 정부도 최근 17조원 규모의 금융 지원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의 반도체 산업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분야를 중점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지금까지 여야와 정부가 내놓은 반도체 지원안에 보조금 지급 방안이 빠진 것은 한계로 지적된다. 업계와 학계에선 팹리스(반도체 설계)와 후공정, 소부장처럼 국내 기업 경쟁력이 비교적 약한 분야에 한해서라도 보조금을 줄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산업 경쟁력을 크게 키우기 위해서는 보다 공격적인 인센티브가 나올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야당표 K칩스법은 앞서 여당이 제시한 지원안, 정부 안과 함께 국회 논의 테이블에 오를 전망이다. 반도체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기조 자체에는 여야·정부가 공감대를 형성했지만 구체적인 세율이나 세액공제 기간을 비롯한 세부 사항에 있어서는 의견이 서로 다른 상황이다. 이견을 조율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만큼 향후 논의 과정에 수개월이 걸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조속한 처리가 중요하다. 지난달 25일 발의된 더불어민주당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계는 환영한다는 뜻을 밝히면서 허들 없이 빠른 속도로 집행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대규모 투자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지원책은 더욱 큰 보탬이 됨은 물론이다. 삼성전자는 용인에 360조원, SK하이닉스는 평택에 122조원을 투자한다. 여기에 더해 삼성전자는 고덕 반도체 캠퍼스 증설에 120조원을, 기흥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 단지 증설에 20조원을 추가로 투자한다. 현재 19개의 생산 팹(fab)과 2개의 연구 팹이 가동 중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에는 올해부터 2047년까지 622조원의 민간 투자가 이뤄져 연구팹 3개를 포함해 모두 16개의 팹이 새롭게 들어서게 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대만이 폭발적인 보조금 공세를 펼치고 있는 상황에서 하나의 무기가 생긴 셈"이라면서 "가장 큰 보조금은 '속도'라는 대통령의 말대로 신속한 처리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세제 혜택 이외에 전력 공급 등 인프라스트럭처에 대한 강력한 지원도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급 문제가 도마에 오르면서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고도 완공된 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공장이 필요로 하는 대규모 전력을 충당하려면 태안 등 지역에서 전기를 끌어와야 하는데 송배전망을 비롯한 전력 인프라가 턱없이 부족하다. 또 송전망에 대한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미국, 대만 등 경쟁국들은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전력 인프라 구축을 지원하고 해외 반도체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정부의 무리한 신재생에너지 정책으로 비싼 신재생에너지 구입비용 폭증으로 200조여 원의 부채를 안고 있는 한전은 기업들에 '수익자 부담 원칙'을 거론하며 되레 송배전망 구축 비용을 떠넘기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전력을 공급하는 고덕~서안성 송전선로는 주민 반대 등 갈등으로 2013년 건설 계획이 수립된 지 10년 만에, 당초 계획보다는 2년 ‘지각 준공’하기도 했다. 이 송전선로는 경기 안성시, 용인시, 평택시를 지나는 23.5㎞ 길이의 송전망이다. 3900억원의 공사비 전액을 삼성전자가 부담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에 대부분의 전력을 공급한다. 한편 민주당은 이번 특별법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설치 지원 의무를 포함시켰다. 부채를 200조여 원이나 안고 있는 한전의 입장을 감안하면 무리한 내용으로 보인다. 윤석열 정부의 탈원전 폐기 국정기조에도 반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생산 공장을 수급이 불안정한 신재생 에너지로 감당할 수 있을지 면밀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주민들과의 마찰도 넘어야 할 큰 문제다. 2019년부터 SK하이닉스가 총사업비 120조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민간 투자 프로젝트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추진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용인 처인구 원삼면 일대 448만㎡(135만평) 부지에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으나 주민들과의 마찰과 용수시설 구축과 관련해 여주시와의 인허가 협의가 해결되지 않아서 3년 이상 건설이 지체되기도 했다. 반도체 사업은 선발 주자가 시장을 선점하기 마련이어서 한시가 아쉬운 상황이다. 사업자에겐 글로벌 경쟁에서 사느냐 죽느냐를 가리는 운명의 시간이었던 만큼 참으로 경쟁력의 핵심인 귀중한 시간을 날려버린 것이다. 여야는 신속히 지원 법안을 통과시키고 정부와 지자체도 지역 갈등을 더 이상 기업과 주민들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할 수 있는 최대의 정책적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경제안보 전략산업 건설에 실기해서는 안 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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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한중 FTA 확대 …잊지말자 마늘파동
그간 상품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의 폐해를 고려해 볼 때 지금 한국의 입장에서 시급한 것은 불합리한 한·중 자유무역협정 부분을 개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상품 분야의 불합리한 부분을 그대로 둔 채 양국 간 시장 개방이 문화·관광 등 서비스 분야로 확대되면 서비스 시장에도 중국의 황사 바람이 거세게 몰아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협상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특히 과거 불합리하게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된 배경에는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서두르는 과정에서 많은 양보가 있었던 점을 교훈 삼아 이번 한·중 FTA 2단계 협상은 정말로 신중하고 치밀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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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성장률 늘었는데, 왜 더 힘든가했더니 .. '반도체 착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9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경제”라며 “민생 현장에서 느끼는 어려움, 불편함들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서 해결해 드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장 주도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우리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상당 부분을 경제 살리기에 집중했다.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높이는 한편 교육 기회의 확대로 계층 이동의 사다리를 재건하겠다"며 "대한민국을 성장의 길로 이끌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더욱 높이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도 더 적극적으로 펼쳐가겠다"고 밝혔다. 결국 시장 주도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의 역동성과 공정성을 제고하겠다는 의미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민생'을 14차례 언급했다. 특히 고용·복지정책과 산업·시장정책을 통한 중산층 강화를 위해 "복지정책과 시장정책을 따로 나누지 않고 하나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또 "세제 지원, 규제 혁신을 통해 기업이 성장하면 근로자들에게 좋은 일자리가 많이 생기고 그로 인해 임금 소득이 증가하면 기업과 근로자 모두 '윈윈'하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민생 중심 정책을 통해 "서민과 중산층 중심 시대를 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화제가 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관련해서도 "'소득세법' 개정은 많은 국민들께서 간절히 바라셨던 법안들"이라며 국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14일에는 서울 중구 서울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고맙습니다, 함께 보듬는 따뜻한 노동현장'을 주제로 열린 스물다섯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노동약자지원법 제정과 노동법원 설치 추진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존 노동관계법과 제도는 조직화되고 전형적인 근로자를 중심으로 보호하는 데 좀 더 무게가 실려 있는 만큼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약자를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난 새로운 법 제정이 시급하다"며 "법안에는 공제회 설치 지원, 권익 증진을 위한 재정 지원 사업의 법적 근거 등을 담을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노동법원 설치를 위한 협의도 즉시 착수하겠다고 했다. "대통령 지시로 출범 예정인 미조직근로자지원 담당부서를 통해 근로자이음센터를 운영하는 등 노동약자들이 참여·소통할 수 있는 제도적 통로를 구축하고, 영세 협력업체의 근로복지와 안전관리 역량 격차 축소 등 일하는 여건 개선에도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했다. 또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했다. 고용부 산하 기능대학인 폴리텍을 중심으로 투자를 확대해 청년·중장년·경력단절여성이 원하는 교육과 훈련을 받고 좋은 지역 기업에 취업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덧붙였다. 17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도 윤 대통령은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약자 복지 정책을 업그레이드해 더 촘촘하고 두텁게 만들어야 한다”며 “어르신을 비롯한 취약계층에는 기초연금, 생계급여를 계속 늘려 생활의 짐을 덜어드려야 한다”고 말하고 올해 2.8%였던 예산 지출 증가율을 내년에는 4%대까지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미 총선 전에 24번 민생토론회를 개최했고 총선 후에도 다시 민생토론회를 재개하고 노동약자 지원과 보호를 강조했지만 점점 고통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민생에 크게 와 닿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결국 이 부분이 총선 패배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가장 큰 요인은 총선을 앞둔 2023년 성장률이 1.4%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미국 경제가 2.5%, 30년 불황의 일본 경제도 1.9% 성장한 가운데 한국 경제는 추락했다. 1.4% 성장률은 신규 일자리를 10만명 정도밖에 창출하지 않는 수준이다. 연간 대졸자만 40만~50만명 배출되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부족한 일자리다. 사회에 나오는 청년들 중 정규직 취업자가 20%를 밑도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머지는 대부분 비정규직이나 '알바'로 근무하고 있다. 이러니 젊은 층에서 정부를 지지하는 표를 기대하는 것은 연목구어다. 경제가 이 정도 추락하고 선거에서 이긴 역사는 동서고금을 통해 찾아보기 힘들다. 1979년 영국 대처 정부 1980년 미국 레이건 정부의 등장도 당시 2차 석유파동 결과 경제가 붕괴 수준으로 추락하고 고용 사정이 악회되었던 점이 중요한 배경이었다. 경제가 추락해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 원인을 불문하고 집권당이 패배하게 마련이다. 특히 GDP 지출항목 중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민간소비증가율이 1.8%에 그친 점이 중요한 요인이었다. 민간소비증가율은 코로나 이전 2015~2019년에는 평균 2.6% 증가했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면서 고용 사정도 악화되고 자영업자들도 거의 빈사 상태에 이른 데다 물가는 높고 금리는 높은 수준을 지속하면서 한마디로 쓸 돈이 없어 민간소비가 급감한 것이다. 자영업자는 650만명(2024년 4월 말 기준)인데 고용원 있는 자영업자는 140만명에 불과하고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는 무급가족종사자 포함 510만명에 달한다.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자영업자들의 자금 사정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2일 신용평가기관 나이스(NICE)평가정보가 국회에 제출한 ‘개인사업자 가계·사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현재 개인사업자(자영업자) 335만9590명이 빌린 금융기관 대출(가계+사업)은 1112조7400억원에 달했다. 코로나19 유행 직전인 2019년 말 209만7221명, 738조600억원 대비 4년 3개월 사이 대출자와 대출금액이 각각 60%, 51% 급증했다. 특히 3개월 이상 연체한 위험 차주의 전체 보유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15조6200억원에서 31조300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로 뛰었다. 최근 연체 차주의 대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져 작년 3월 말(20조40000억원)과 비교해 불과 1년 사이 53.4%나 뛰었다. 세 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최대한 빌려 추가 대출이나 돌려막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자영업 ‘다중채무자’ 상황은 더 좋지 않다. 3월 말 현재 전체 다중채무 개인사업자는 172만7351명으로 전체 개인사업 대출자 335만9590명 가운데 절반 이상(51.4%)을 차지했다. 이들의 대출잔액(689조7200억원)과 연체 개인사업 다중채무자 대출잔액(24조7500억원)도 증가하고 있다. 더 큰 문제는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원리금 갚을 여력도 없을 정도로 한계에 봉착했다는 점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0.61%로 3년 전 대비 세 배 넘게 치솟았다. 여기서 벌써 수백만 표가 날아간 것이다. 금년에는 성장률이 2.6%(KDI 5월 전망)까지 높아지는데도 고용 사정과 자영업자들의 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민간소비증가율은 금년에도 1.8%에 머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밖에 건설경기보다 집값 안정에 더 방점을 둔 부동산정책으로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이 증가해 건설회사 부도가 증가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 부실까지 대두되면서 건설투자증가율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여기에도 많은 서민들의 일자리와 민생이 걸려 있다. 설비투자도 예년에 비해 낮은 증가율에 머물고 있어 민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투자가 일어나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가계의 소비가 증가하면서 민간소비가 증대될 것이다. 그러나 고물가로 고금리도 지속되고 정부의 규제 혁파 주장에도 불구하고 규제는 더욱 증가하고 있다는 보고다. 반면 금년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호조를 보이면서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1.3% 전년 동기 대비 3.4% 성장을 보이는 등 성장률은 높아지고 있다. 단연 반도체 수출 증가가 크게 기여했다. 그 결과 경상수지도 지난해 5월부터는 흑자로 전환됐다. 그동안 한국의 수출은 반도체 수출에 크게 좌지우지되어 왔다. 그동안 한국 수출의 가장 큰 시장이었던 대중국 수출 추이를 보면 대중국 수출이 고공 행진을 지속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수출이 호조를 보일 때는 대중국 수출이 호조를 보였고 반도체 수출이 부진했던 2023년 초에는 대중국 수출도 부진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반등하면서 한국 전체 수출도 증가하고 경상수지도 흑자로 돌아서고 성장률도 반등했다. 문제는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해에는 800억 달러 수준으로 하락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반도체를 제외하면 무역수지는 2018년 이후 적자를 지속하고 있다. 이는 2015년 11월 10일 공식 타결된 한·중 자유무역협정과 관련이 크다. 한·중 자유무역협정에서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관세를 낮추는 양허 대상에서 제외됐다. 자동차에 22.5~25%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등 이러한 부문의 완성품에 대한 고율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 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 측 전략에 백기를 든 셈이다. 기술 우위 품목의 중국 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쳐 버렸다.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임금 수준이 높아 가격경쟁력이 열위인 범용제품은 유사한 중국 제품에 한국 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 중국의 제조 2025로 중국의 기술력도 높아지면서 중저 기술품목은 물론 최근에는 고기술 제품마저 중국 상품들의 한국 시장 점령이 가속화되고 있어 한국 중소 제조기업은 붕괴되다시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점들이 소상공인 중소기업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있다. 세이프가드 조항 발동, 한·중 자유무역협정 재협상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이러한 무역구조는 제조업 생산과 경기가 반도체를 포함한 대기업과 반도체를 제외한 중소기업 중심 경기가 양극화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제조업 경기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반도체를 제외한 경기는 여전히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은 상승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은 마이너스를 지속하고 있다. 그 결과 82% 정도가 정상적인 수준인 제조업 평균 가동률이 3월 중 71.3%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최근 성장률 고공 행진에도 불구하고 민생의 체감경기가 부진을 지속하고 있는 배경이다. 따라서 수출과 성장률에 대한 반도체 착시현상을 걷어내고 전체 산업수출과 생산동향을 부문별로 면밀히 살펴보고 빈사 상태인 자영업자,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해서도 최저임금과 주 52시간 근로의 탄력 적용 등 보다 세밀한 대책이 추진되어야 대통령이 강조하는 민생이 안정될 수 있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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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성찰은 하되 후퇴는 안된다
4·10 총선 결과를 두고 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성토 일색이다. 진 쪽은 할말이 없고 이긴 쪽은 모든 과실도 덮어지고 기고만장해지는 것이 한국의 4류 정치풍토인 듯하다. 국무총리와 대통령실 참모진 교체는 물론 대통령의 탈당과 여야영수회담에 이어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여사 특검법에 대해 야당은 물론 여당 내에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촉구하는 발언들도 나오고 있다. 총선에서 12석을 얻어 원내 3당으로 자리매김한 조국혁신당은 15~16일 첫 당선자 워크숍 일정으로 평산마을을 찾아 문재인 전 대통령을 면담하고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한 후 권양숙 여사를 접견하고, 봉하마을 수련관에서 워크숍을 진행한 후 16일엔 안산으로 이동해 4·16 세월호 10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노무현 문재인 정부의 부활을 연상케 하는 듯한 모습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4·10 총선을 통해 당선된 300명 중 20명이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라고 한다. 당장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사건 등 3개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총선 전날 법원 출석에 이어 16일에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했다. 그 외 당선자 10여 명이 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단을 대기하고 있고 황운하 당선인은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고 재판 중이다. 이런 당선자들이 과연 대의민주주의에서 국민의 권리를 대리할 선량하고 유능한 대리자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인지 의문이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4류 한국정치가 더욱 타락하는 모습을 보는 듯하다. 이러한 피의사실에도 불구하고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이들은 적반하장격으로 윤정부를 검찰독재정권이라고 외치면서 검찰의 수사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검찰개혁을 목소리 높여 주장하고 있다. 한국의 대의민주주의가 걱정이 아닐 수 없다. 뿐만아니라 공천과정에서 팬덤 지지자들의 여론조사 비중을 높여 비명횡사 공천을 해 당을 장악해 가는 과정을 보면서 한국에서 정당민주주의가 꽃을 피울 수 있을 것인가 걱정도 하게 된다. 필자가 자유한국당 조직강화특별위원 시절의 경험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지역구 당협위원장들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유죄가 아니고 1심에 기소된 피의자를 일단 선임대상에 포함시킬 수 있느냐를 두고 논의가 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국회의원이란 국민의 권리를 대신 행사하는 선량하고 유능한 대리자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대의민주주의 정신이다. 문정부 5년간 계속되었던 경제 안보 등 각종 실정을 잊어버리기에는 시간이 2년여 밖에 지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소득주도성장정책이라는 학계에서는 제대로 검증도 안된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해 급격한 최저임금인상 등으로 자영업 추락 등 경제를 참담하게 붕괴시키며 청년 노장년들의 일자리를 앗아갔다. 소주성이라는 이름하에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주 52시간으로의 단축, 비정규직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 통상임금 포괄범위 확대, 성과급폐지와 연공급 재도입, 전 정부가 추진해 오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폐지 등 여러 친노동 정책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되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앗아가고 대신 취업 근로자들의 이익을 증대시켰다는 의미에서 친노동이라기보다는 친노조정책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2011-17년 중 연평균 5.3% 상승해 오던 최저임금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후 2018년에는 16.4% 급등한 후 2019년 다시 10.9% 상승해 2년 연속 두 자릿수의 상승을 기록했었다. 이러한 최저임금의 급등으로 2017년 31만6000명 등 보통 3~40만 명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가 2018년 9만7000명으로 급감하는 고용참사가 초래되고 분배구조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악화되었다. 특히 자영업에 직격탄이 되었다. 서민들의 일자리가 날아가면서 하위 20% 가구의 무직가구 비율이 57%까지 급등했다. 하위 20% 가구의 57%가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따라 하위 20% 가구는 2018년 1분기 중 월 수입이 47만3000원으로 2017년 4분기의 68만1000원에 비해 크게 감소하면서 정부지원금 등 외부보조금 59만7000원을 보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충격을 주었다. 이처럼 하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급감하면서 소득분배구조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2009년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다. 실패한 28번의 부동산 정책으로 집값을 천정부지로 치솟게 해 내 집 마련 청년들을 절망하게 했다. 월간KB주택가격시계열 자료에 의하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2018년 7월까지만 전국 아파트매매가격지수는 27.2% 올랐다. 서울은 52.0% 오르고 특히 세종시는 62.2%나 오른 것으로 조사되었다. 다시 2021년에는 20% 이상 상승했다. 부동산가격이 급등하자 공급은 늘리지 않고 강도 높은 억제대책들이 이어졌다. 투기과열지구 지정, 재건축안전진단 강화, DSR LTV DTI 강화, 공시지가 인상과 재산세 중과, 분양가상한제 등 부동산억제를 위해 가능한 정책들은 총망라하다시피 했다. 2020년에는 임대차3법도 도입되어 역전세난을 초래하기도 했다. 소주성으로 경제가 추락하자 ‘재정확대 선순환’ 이라는 재정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다. 문 대통령의 재정주도성장 언급이 나오면 곧바로 정부여당은 부랴부랴 추경을 편성했다. 문 정부 5년 동안 재정지출을 확대한 나머지 2022년 말 국가채무는 천조원을 넘어섰다. 한마디로 한국의 재정상황은 국가부채는 날로 증가해 재정위기 가능성이 커지고 있고 미래세대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은 안중에도 없는 듯이 보였다. 탈원전정책의 무리한 추진으로 경제에 중요한 기반인 전력공급기반을 흔들고 농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4대강보를 해체하거나 방류하고 자원빈국에서 개발해 오던 해외자원개발을 매각처리했다. 경제가 주저앉자 통계를 조작하는 일도 서슴지 않다가 장관 정책실장 등이 수사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9·19 군사합의로 안보기반을 크게 훼손하고 미국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한미일 동맹체제보다는 종북친중의 굴욕적인 외교안보기조를 지속했다. 공정과 정의의 대명사로 여겨졌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배우자와 더불어 입시 비리 등 각종 비리를 저질러 배우자는 유죄 판결이 내려지고 딸도 입학취소 처분을 받고 조국 본인도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은 이른바 ‘조국사태’라는 큰 파장을 낳으며 법무부 장관 임명 35일 만에 사퇴했다. 이로 인해 조국 수사를 총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은 정치 경력이 전무함에도 강력한 야권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 총장의 직무를 정지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 등 갈등이 극에 달해 결국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퇴하고 말았다. 사퇴 후 윤석열은 국민의힘에 입당해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었고, 이후 제20대 대한민국 대통령에 이재명 후보를 0.7%의 차이로 누르고 당선되었다. 조국과 추미애가 검찰총장 윤석열을 대통령으로 만들었다는 해석도 나왔다. 그러나 윤정부는 여소야대로 인해 야당의 입법독주를 제대로 견제하지 못해 특히 경제를 살리지 못해 민생을 문정부의 도탄에서 구하지 못한 것이 가장 중요한 패인이었다. 4·10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시정되어 제대로 된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시장경제 활성화로 경제도 살리고 한미동맹 강화로 위기의 안보를 튼튼히 하기를 바랐으나 불행하게도 여당은 21대 총선의 103석에서 5석 늘어난 108석만 획득해 절반을 넘지 못했다. 엄밀히 말해 과반의 승리를 못했지만 낙동강벨트 한강벨트 서울강북 등에서의 선전을 고려하면 참패라는 데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사가들의 윤 대통령 흔들기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에 이어 이재명 정부가 탄생했으면 어찌 되었을까. 반자유민주주의 반시장경제 정책이 5년 문정부의 실정도 위와 같은데 10년간 계속되었으면 한국은 참담하게 추락했을지도 모른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인류의 번영을 가져왔음은 동유럽 구소련이 붕괴되고 중국과 베트남도 개혁개방 후 성장을 하고 있듯이 동서고금을 불문하고 역사가 증명해 주고 있는 바이다. 한국도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건국과 시장경제에 기초를 둔 경제발전으로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 외교안보면에서도 중국 러시아의 공산주의 재무장과 한층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도발이 자유 대한민국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문정부는 한사코 한미일 안보동맹에 딴지를 걸면서 친중종북 정책으로 일관해 왔다. 안보위기가 점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동맹체제를 더욱 강화해 나가야 한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에 기반해 번영된 선진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말살된 좌파 빈곤국으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 윤 대통령과 국무총리는 이번 총선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대통령실 참모들도 사의를 표명해 조만간 인적쇄신이 예고되고 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도 물러났다. 정부 여당은 이번 총선 패배의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반성하고 성찰하고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번영을 가져왔다는 역사적 사실마저 후퇴하면 안된다. 이번 총선에서 이기지 못했다고 자유민주주의 회복, 시장경제 창달, 한미동맹 강화를 추진하고 있는 윤정부 정책의 근본기조마저 흔들린다면 이는 총선패배에 이어 대한민국을 추락시킬 궁극적인 2차 좌파 승리를 가져다 주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두렵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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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근의 아주경제적 시선] 급증하는 미국 부채 …고개드는 '애치슨 라인' 악몽
"아시아에서 미국의 방어선은 알류샨 열도에서 일본을 지나 류큐(오키나와)를 거쳐 필리핀으로 그어진다." 딘 애치슨 미국 국무장관은 1950년 1월 12일 백악관 인근 내셔널프레스클럽에서 연설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탈린·마오쩌둥의 공산화 야욕에 맞선 미국의 필수 방어 지역에서 한국·대만을 뺀 것이다. 애치슨은 방어선 밖의 안보에 대해서는 "공격을 받으면 최초 책임은 그 국민에게 있다. 그다음은 유엔 헌장에 의거해 전 문명 세계의 책임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아시아에서 소련을 저지하는 데 주력했던 애치슨 장관은 “이 방어선 밖의 지역이 침략당했을 때 안보를 보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필요하지도 않다”고 주장했다. 한반도를 미국의 극동 방어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았던 당시 애치슨 장관 발언은 한반도에 유사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을 주변국에 확산시켰다. 실제 5개월 후 북한이 한국을 침공해 6·25전쟁이 발발했다. 애치슨은 수십 년간 "북한의 남침에 '청신호'를 준 장본인"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김일성이 '미군 불개입'을 확신하는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미국 야당 의원들은 물론 6·25전쟁 영웅 리지웨이 사령관도 애치슨에게 책임을 물었다. 1952년 대선 유세 때는 아이젠하워가 애치슨을 공개 비판하기도 했다. 그런데 금년 말 새로운 미국 대통령 후보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2월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방위비 분담금 증액에 미온적인 나토 회원국에 “러시아가 침공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뉴욕타임스(NYT)는 ‘애치슨 라인’과 같은 위험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NYT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을 ‘애치슨 라인’과 같은 격이라고 평가한 것은 미국이 굳이 동맹국에 주둔하는 미군 규모를 줄이거나 군사 지원을 중단하지 않아도 말 한마디로 동맹에 엄청난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옛 소련의 영토였던 폴란드 등 동유럽 주요국, 발트 3국 등을 언제든 침공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영국 BBC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등이 동맹을 지키겠다는 미국의 의지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오산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판단은 우연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있다. 미국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코로나로 인해 2020년에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100%를 넘어서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더욱 악화될 전망이라는 점이다. 이로 인해 미국이 동맹국 방어를 위해 국방비를 충분히 사용하기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미국이 2001년 9·11 테러 이후 아프카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20년 아프카니스탄 전쟁에서 승리를 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2021년 철군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도 깊이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배경에는 이러한 미국 정부의 급증한 부채가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예산통제법에 의해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100%를 넘어면 미국 양원의 인가를 받아야 지출이 가능하다. 이로 인해 최근에도 재정지출을 하지 못하는 재정절벽 상태에 직면하기도 했다. 국가부채의 GDP에 대한 비율이 100%를 넘었던 것은 국방비 지출이 막대했던 2차 대전 직후였다. 아마도 애치슨 라인이 나오게 된 배경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6·25동란 전 1949년 6월 부랴부랴 한반도에서 미군이 철수하고 미군 철수가 중요한 배경 중 하나가 되어 발생한 6·25동란 시에도 미군 단독이 아니라 유엔군이 지원했던 것이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전쟁 때 유엔군에 대한 군수물자 지원으로 국가부채 비율이 감소하기 시작했다. 따라서 이번 트럼프의 발언은 우연히 나온 발언이라기보다는 미국의 재정 사정을 고려한 발언이므로 한국으로서도 다각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으로 판단된다. <미국의 국가부채/GDP 비율> 2년 전 러시아가 침공할 하루 전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인 10명 중 7명은 ‘전쟁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다고 한다. 서방의 러시아 전문가들 역시 “냉철한 푸틴은 자신의 몰락을 초래할 전쟁에 절대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그러나 러·우 전쟁은 벌써 3년 차에 접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전쟁이 벌어지리란 신호는 항상 있었지만, 우린 그걸 애써 무시했다”고 후회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현재 러시아의 점령을 받아들이는 선에서 분단국가로 종전을 맞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러시아 전문가들은 “수년 내 러시아와 나토 간에 분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암울한 예상마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핀란드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수십 년간 유지해온 비동맹 원칙을 깨고 나토 가입 신청을 했고 지난해 4월 회원국이 됐다. 스웨덴은 이번 달 정식으로 32번째 회원국으로 합류했다. 헝가리 의회가 지난 2월 25일 스웨덴의 나토 가입 비준안을 통과시키자 나토 동진에 대응해 러시아는 14년 전 폐지했던 동부 군관구를 부활시켰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의 대응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비용 부담 압박에 대응해 2030년까지 유럽산 무기 비중을 50%까지 채우는 것을 골자로 한 방위산업전략을 발표했다. 전략에 따르면 EU 회원국들은 2030년까지 국방 조달 예산의 최소 50%를 EU 내에서 지출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2035년에는 목표치가 60%로 확대된다. 또 전략에는 EU 회원국들이 2030년까지 신규 구매하는 군사장비의 40% 이상은 공동구매로 조달하고 EU 내 방산 거래 규모를 35%까지 확대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방위산업전략의 목표는 EU 회원국들의 방산업체를 활성화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무기 자급자족을 높이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EU의 무기 수입 비중은 80%에 달했고 이 중 60% 이상을 미국이 차지했다. 이처럼 나토는 트럼프가 나토 방위비 문제를 거론하며 유럽이 자체적인 안보 강화에 힘써야 한다는 주장에 공감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러·우 전쟁과 중동 전쟁까지 더해지면서 ‘민주’와 ‘독재’로 갈린 국제적 대립은 날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상황이다. 이 두 개의 전쟁으로 ‘국제 정치’란 현상을 만드는 세계 각국의 역학 관계가 마치 도미노처럼 재편되고 있다. 유럽 정치권에선 "전쟁의 시대가 돌아왔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북유럽과 동유럽 발칸 국가들이 잇따라 나토에 손을 내밀고, 복지 예산까지 줄여가며 군비 증강에 나서는 것은 이런 ‘시대적 변화’에 대응해야 한다는 절박함 때문이다. 전쟁의 파장은 바다를 넘어 동북아로 들이닥치고 있다. 러시아·중국·이란·북한 간 밀착이 유럽·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를 한반도로 전이(轉移)하는 형국이다. 사실상 종신 집권을 하게 된 시진핑이 종신 집권 명분을 중국의 통일에서 찾기 위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는 전망이 미국 학자들 사이에서 등장하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나라 두 체제)와 평화통일'을 내세웠다. 그러나 시진핑이 사실상 종신 집권에 나서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크게 세 가지 배경이 거론되고 있다. 첫째, 미·중 관계 악화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가 심화되면서 미국이 대만 카드를 흔들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자극을 받은 중국이 홍콩 사태에서 보인 것과 같이 무력 사용도 불사하는 강경 대응을 통해 대만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둘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중국도 대만 침공을 못할 것 없다는 관측이다. 셋째는 시진핑의 집권 연장 야심이다. 헌법을 수정해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이지만 2027년 네 번째 연임을 위해선 명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대만 통일이 매력적인 전략으로 대두되고 있다. “전쟁은 불가피하며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가 문제”라는 견해도 등장하고 있다. 마잉주(馬英九) 전 대만 총통은 지난 6월 “전쟁을 피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며 그저 “언제 얼마나 크게 싸울지는 양측의 대처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양안 전쟁은 중국이 말하는 것처럼 중국 내부의 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도 자유롭지 않다. 이에 따라 지리적으로 우선 가까운 주한미군이 동원되고 그 공백을 북한이 노릴 수도 있어 대한민국이 가장 큰 피해 국가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뒤따르고 있다. 우리 운명과도 직결되는 문제이므로 정신 똑바로 차리고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한국은 과연 이에 적절한 준비가 되어 있을까. ‘동맹에 기초해 실리를 추구한다’는 모호한 방법론이나 한반도와 그 주변국에 매몰된 근시안적 안보 전략으로 살길을 찾기엔 너무나 거칠고 복잡한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한이 체결한 '9·19 군사합의'로 전방 방어시설 파괴, 대공 정찰 무력화, 서해·동해 북방한계선(北方限界線·Northern limit line) 무력화 등 약화된 대북 방어력을 재강화하는 일이 시급하다. 최근 발생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 향토예비군과 상시 민방위 훈련의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었다. 향토예비군 훈련도 강화하고 실효성 있는 상시 민방위 훈련도 강화하는 등 유비무환의 방위전략과 경제안보 핵심 산업 육성 전략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때다. 러·우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서는 드론 등 첨단무기가 전쟁을 좌우하고 있다. 첨단 방위산업 육성에도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필자 주요 이력 ▷고려대 경제학과 ▷맨체스터대 경제학 박사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 ▷한국금융ICT융합학회 회장 ▷서울지방시대위원장·바른언론시민행동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