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헤지형' 울고 '환투자형' 웃고
원.달러 환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며 1000원대까지 돌파하자 투자자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17일 은행권에 따르면 환율 급등에 따라 선물환계약(환헤지)을 체결한 해외펀드 투자자와 엔화대출자, 조선업체 등이 적지 않은 손해를 입을 전망이다.
환헤지를 한 해외펀드 투자자는 글로벌증시 조정으로 원금손실을 입었을 때 환차익은 커녕 추가비용까지 물어야 한다.
1만달러를 해외펀드에 투자하면서 1년짜리 선물환계약을 체결했다가 30% 손실을 봤다면 투자자는 계약원금인 1만달러를 은행에 되돌려주기 위해 손실금액인 3000달러를 추가로 사야 하기 때문이다.
3000달러를 살 때는 현재 환율이 적용되지만 은행에 되팔 때는 선물환 환율을 적용하기 때문에 환율 상승분에 비례한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하나은행 조성욱 PB센터장은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함에 따라 해외펀드 투자자들에게는 이중의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선업체도 지난해 수주호황속에서 대거 선물환계약을 체결한 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향후 몇년간 벌어들일 수주금액에 대해 한꺼번에 달러당 900원선에서 선물환 계약을 체결하는 바람에 달러당 100원 이상의 환차익을 놓친 것이다.
해외 유학생 자녀에게 매달 외화를 부쳐야 하는 부모 역시 부담이 커졌으며 엔화 대출자도 원.엔 환율 급등으로 대출원금이 불어나 울상이다.
외환은행 유인걸 차장은 "요즘처럼 환율이 급등하는 시기에는 해외송금이 필요한 실수요자가 외화예금에 분산예치하는 것도 환위험을 피하는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반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펀드 투자자나 수출업체는 환율급등에 따른 반사이익을 보고 있어 투자자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환헤지를 하지 않은 해외펀드의 지난해 환차익은 평균 6.86%에 달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평균 헤지비용(1.28%)까지 더하면 평균 8.14%의 추가 수익이 가능했다.
환율 급등으로 환헤지를 하지 않은 '환투자형' 해외펀드 투자자에게는 펀드 환매로 환차익을 누리기 좋은 시점인 것이다.
수출업체도 환율 급등의 수혜주다.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원화로 환전할 때 받는 금액이 늘어날 뿐 아니라 일본이나 중국 기업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이재호 기자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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