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검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검토하겠다고 밝힌 '쇄신안'의 내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은 지난 11일 이건희 회장의 '쇄신 검토' 발언 이후 이미 특검 결과에 따른 제도개선과 후속조치를 통해 '갱생'의 의지를 내비쳤다.
이순동 삼성그룹 전략기획실 사장은 17일 특검 수사발표 직후 그룹 기자실에서 삼성의 추후 방침을 밝혔다. 이 사장은 "오랫동안 국민에게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삼성은 사회 각계 의견을 들어 쇄신안을 마련 중에 있으며 다음주 중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쇄신안에 담길 내용 중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은 이 회장 진퇴 여부다. 삼성으로서는 전례없이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터라 후속조치의 수위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 만큼은 이 회장의 '결단'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삼성은 이 회장의 퇴진 가능성을 일축하는 분위기다. 이 회장이 그룹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큰 탓이다.
오히려 이 회장이 당분간 오너 책임경영 차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일선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일부에선 제기되고 있다.
이 회장이 기소됨으로써 향후 재판 결과에 따라, 또는 경영권 이양에 필요한 자연스런 물리적 시간을 감안한 일정한 시점 이후 각각 진퇴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입장을 정리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특히 삼성은 이날 공식입장 발표를 통해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어" 쇄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신중하게 여론의 향배를 고려하겠다는 것이다.
전략기획실을 주도해온 핵심 수뇌부의 재편 수위도 관심을 끈다. 이들은 차명계좌와 주식을 통한 자금 관리와 로비 의혹,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값 발행 등을 통한 경영권 승계 등 핵심 사안을 주도한 인물들로 이학수 부회장, 김인주 사장, 최광해 부사장 등 3명이 기소됐기 때문이다.
전략기획실 실세들이 퇴진한다면 전략기획실을 대체하는 새로운 조직이나 새 단장한 전략기획실의 수장은 이건희 회장 시대 이후를 염두에 둔 새로운 인물일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 안팎에서는 전략기획실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와 주식 등을 통해 자금을 관리해온 것이 특검 조사결과 드러난 만큼 조직과 인력, 그리고 기능과 역할을 쇄신하는 그림으로 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 특검팀이 발표문에서 "삼성그룹 기업 내부적으로는 불법 경영권 승계 의혹, 기업회계의 불투명성, 법적 근거가 불확실한 전략기획실 조직을 통한 각 계열사의 직접 통제 등 구조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음 또한 사실이라고 할 것"이라며 삼성이 환부를 털어내고 정직성, 신뢰성, 투명성, 사회연대성 등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경영체제를 갖추기를 희망한 것도 이런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아울러 시민단체 등이 줄곧 문제 삼아온 지배구조 개편에 대해서도 해법을 내놓을 지도 주목된다.
일단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은 지주회사 요건에 맞춰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집하는 데 드는 비용 부담 등으로 인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체제가 경영투명성과 회사 이익 극대화를 위한 최선책도 아니라는 게 삼성 내부의 시각이다.
결국 투자자와 주주 등 회사의 이해관계자들이 판단할 문제로 주주가치 제고와 회사 발전과 이익 창출에 기여하는 경영체제가 우수하다는 생각에서다.
한편 재계는 이날 삼성 특검 수사결과에 대해 조속한 법적 절차를 마무리해 소모적인 논쟁과 경영차질을 끝내고 경제살리기에 매진하자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재계 관계자들은 "삼성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투명경영에 힘써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차제에 과거 편법을 불가피하게 했던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에 대해서도 손질을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신회 기자 raskol@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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