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따뜻한 성장기 '할람 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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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04-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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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방황한다. 방황의 이유는 출생의 비밀이나 부모의 이혼, 첫사랑의 실패 같은 거창한 것에서 50점짜리 시험 답안지나 손등에 난 사마귀 같은 사소한 일까지 무엇이든 가능하다.

영화 '할람 포'의 주인공 할람(제이미 벨)의 극심한 성장통은 호수에 익사한 엄마의 죽음에 대한 의혹에서 비롯된다. 할람은 아빠의 비서였다가 계모가 된 베리티와 사이가 좋지 않은데 엄마의 죽음 뒤에 베리티의 음모가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아빠가 지어준 창고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할람은 망원경으로 계모인 베리티나 다른 사람들을 훔쳐보며 망상의 세계에 빠진다. 베리티를 향한 애증에 시달리던 할람은 어느 날 큰 말다툼 끝에 베리티와 충동적인 성관계를 맺고 도망치듯 도시로 달아난다.

노숙 생활을 하던 할람은 거리에서 엄마를 닮은 여자 케이트(소피아 마일즈)를 발견하고 뒤를 밟는다. 근처 호텔의 인사과 직원인 케이트를 뒤쫓아 사무실로 들어간 할람은 케이트에게 일자리를 달라고 청한다.

세상에 발을 내딛기가 두려운 이 소년은 도시에서도 높은 곳에서 사람들을 내려다보며 망상을 키운다. 그러나 소년이 등돌린 세상은 생각보다 따뜻하다고 감독은 설명한다.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우울하고 어두운 듯하지만 은근히 유쾌하다. 관음증이라는 환멸의 대상까지 애틋하게 품어 주는 여자는 소년을 성인으로 인정해 주고 성년의 길로 자연스럽게 인도한다.

결국 소년은 스스로 유리벽을 깨고 세상으로 나온다. 시간의 높은 문턱을 어렵지만 홀가분하게 뛰어넘은 할람이 마지막 장면에서 짓는 표정에 바로 성장의 비밀이 숨어 있다.

'빌리 엘리어트'(2000)의 발레 소년은 7년 만에 괜찮은 청년으로 잘 자랐다.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 할리우드의 숱한 아역 배우들을 두고 안타까워했을 관객의 우려를 깨끗이 잠재운다. 듬직한 성인이 될 날이 머지않아 보이는 배우 제이미 벨은 차분하고 진지한 태도로 영화를 이끌어 나가며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심어준다.

제57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을 받은 사운드트랙과 에든버러의 고풍스러운 풍경이 조화를 이룬다. 앞서 '영 아담' '어사일럼' 등 어두운 분위기의 스릴러를 만들었던 데이비드 매킨지 감독은 전작보다 밝은 성장영화를 완성했다.

30일 개봉. 미성년자 관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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