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18은 항공모함 위에서 불과 수십 미터만 달리면 날아오른다. 무엇 때문일까.
바로 ‘캐터펄트’라고 불리는 사출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장치는 항공모함 위의 비행기, 즉 함재기를 ‘초고속 썰매’에 태워 이륙할 때까지 가속한다. 활주 거리가 짧아도 함재기가 날 수 있게 도와준다.
미군 주력 항공모함에 설치된 ‘C-13’이라는 증기 추진식 사출기 모델은 무게 35톤의 함재기를 76m 밀어내는 동안 시속 256㎞까지 가속한다. 2톤짜리 고급 승용차를 2400m 날려 보낼 수 있는 가공할 만한 힘이다. 이 같이 놀라운 성능 탓에 낮에는 37초, 밤에는 1분 간격으로 함재기를 발진시킬 수 있다. 그야말로 정신없이 함재기를 밀어내는 셈이다.
그런데 최근 미군은 차세대 핵추진 항공모함 ‘제럴드 R 포드’에 ‘레일건 사출 방식’이라고 불리는 전자기식 사출기를 적용키로 했다.
전자기식 사출기의 원리는 이륙용 갑판 위에 전자석을 깐 다음 전류를 흘린다. 이 때 발생하는 전자기력은 함재기를 공중에 살짝 띄우는 동력이다. 사출기는 전진하는 데에서도 전자기 원리를 활용한다. 같은 극끼리 밀어내고 다른 극끼리 끌어당기는 힘이 그것이다.
전자기식 사출기를 쓰면 증기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거대한 보일러가 필요 없다. 좀 더 가벼운 선체로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다.
가격도 증기식은 330억, 전자기식은 250억 정도여서 이 같은 추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보인다.
군사기술의 비약적 발전은 정치적 긴장을 전제로 하는 경우가 많다. 1980년 레이건 미국 대통령이 주도한 ‘별들의 전쟁’이 대표적이다. 소련이 쏜 대륙 간 탄도미사일을 우주에서 요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올해 미국 과학기술 예산 증액 분 상당수가 군사기술 개발에 쏠린 것도 우연은 아닐 것이다. 과학기술이 가져오는 변화를 곰곰이 되짚어 볼 때다.
(글 : 이정호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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